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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경기지역 토론회: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 활동가들이 연대 의지를 다지다

3월 21일 ‘세계인종차별철폐의 날’을 맞이해 경기지역에서 인종차별과 단속추방에 반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주노조, 수원이주민센터,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아시아의 친구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자연대 경기지회, 사회변혁노동자당 경기도당, 다산인권센터 등 10여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평일 저녁임에도 40여 명이 토론회에 참가했다. 이주노동자와의 단결 문제가 중요한 쟁점인 건설노조 활동가들도 많이 참석했다.

첫째 연사인 박진우 이주노조 사무차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불법” 노동자가 아니라 잘못된 정부 정책의 희생자이기 때문에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합법적 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일하러 와도 온갖 제약 때문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락하기 쉬운 게 현실에서, 유명한 국제 구호처럼 “그 누구도 불법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는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도 통계를 들어가며 반박했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단순히 피해자들이 아니라 노조를 결성하며 능동적으로 투쟁하는 노동운동의 일부이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조합원으로 가입시키고 연대해 투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인종차별 철폐의 날’ 경기지역 토론회

둘째로, 김태범 건설노조 경기중서부지부장은 이주노동자와 정주 노동자 할 것 없이 자본가에 맞서 단결하자고 주장했다. 경기중서부지부는 꾸준하게 이주노동자들을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함께 투쟁하고 있다. 현재 5백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조합원 가입 문의도 지속적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김태범 지부장은 이주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고용 문제뿐 아니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도 관심이 많고 노조 활동에도 열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노동조건 개선 투쟁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이 납부해야 하는 4대 보험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등 이주노동자를 위한 제도 개선 요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선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용기 있게 나서서 자신이 겪은 부당한 현실에 대해서 생생하게 전달해 줬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넘은 이 노동자는 가난한 아시아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로 온갖 인종차별에 시달린 일, 고용허가제 때문에 마음대로 직장을 옮길 수 없는 점을 사장이 이용해 노예처럼 일을 시켜 먹고도 쥐꼬리만 한 임금만 주던 일을 생생하게 알려 줬다. 그는 김치 공장에서 추운 겨울날 실외에서 일하느라 팔이 거의 얼어붙고, 한국인 노동자들보다 훨씬 높은 노동강도를 강요당하면서도 온갖 모욕적 대접을 받는 등 작업장에서의 열악한 처지를 폭로하며 잘못된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어떤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불법” 신세로 전락해 단속 추방의 일상적 위협에 노출돼 있다.

자유토론 시간도 활발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의료권을 어떻게 보장할지, 현장에서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가 어떻게 연대할지 등에 대해 의견이 활발하게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건설노조가 불법 근절 요구를 하고 있는데, 노동자들을 위한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을 ‘불법’으로 내모는 잘못된 법을 지키라고 요구해서는 안 되고 맞서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악법인 고용허가제를 건설노조가 인정해야 할지가 이날 쟁점 중의 하나였다.

한 참석자는 경기도는 이주노동자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경기지역에서 단체들이 힘을 모아 이주노동자와 연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성공적인 토론회를 발판으로 경기지역에서 이주민 방어 운동을 더 확대하려 한다. 경기이주공대위도 가입 단체를 확대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최근 불법체류자가 급증함에 따라 국민 일자리 잠식 및 임금 저하, 외국인 범죄 등 사회갈등 및 민생불안 요인이 야기”되고 있다는 인종차별적 주장을 펼치면서, “대규모 외국인 불법고용 사업장, 외국인 밀집 지역 등”에서 특별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광역단속팀도 추가로 신설하며 상반기에 강도 높은 단속을 예고한 상황이다.

4월 9일(일) 오후 2시에 수원역 앞에서 ‘살인적인 이주노동자 강제단속 저지를 위한 이주노동자 결의대회’가 개최된다. 이 집회는 애초 이주노조의 정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계획됐는데, 강력한 이주 단속이 예고된 상황을 고려해 경기이주공대위와 공동 주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