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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혁신처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하라

"공무원연금법상의 순직으로 인정해 달라고 하지만 현행 법률상 할 수 있는 게 없다."

지난 3월 31일 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김동극 인사혁신처장은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기간제 교사 유족들의 요구에 이렇게 말했다.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에 대한 차별을 거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교육공무원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교육공무원의 범위에 교육기관에서 근무하는 교원을 포함하며, 이때 교원에는 정규교원과 기간제 교원을 구분하지 않는다. 공무원연금법의 가입대상은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군인과 선거에 의해 취임하는 공무원을 제외한)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공무원을 말한다.

즉 기간제 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되는 교육공무원이고, 현행 공무원연금법에 따른다면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공무원에 해당하므로 공무원연금법 가입대상이어야 한다.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 아니라는 인사혁신처장의 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법률자문단과 대한변호사협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같은 법률가 단체뿐 아니라 국회입법조사처도 기간제 교사는 공무원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인사혁신처가 마땅한 근거도 없이 순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순직 인정이 전체 기간제 교사들에게 미칠 효과 때문일 것이다. 두 선생님의 순직을 인정하면 전국 기간제 교사 4만 6천여 명에게 공무원연금법을 적용해야 해서 재정적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근혜에게 뇌물을 바친 기업들로 하여금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면 재정 마련은 가능하다.

이지혜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가 올려져 있는 단원고 교실 ⓒ이미진

기간제 교사 양산

정부는 기간제 교사를 양산해서 차별을 일삼고 있다.

정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격이나 능력이 부족해서 차별받는 것처럼 인식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차별받는 것은 자격이나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학교에서는 교사가 항상 부족하다. 학교에서 필요한 교원의 수는 초·중등교육법에 근거하여 정하는데, 현실에서는 법에 따라 산출된 교원 수만큼 임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부족분을 메우고 있는 것이 기간제 교사다.

기간제 교원 양산은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하나이기도 했다.

기간제 교원 제도는 “제7차 교육과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시작됐다.[1] 기간제 교원 양산이 촉진된 계기는 1995년 김영삼 정부의 교육개혁이었다.

당시 ‘교육개혁’ 중 하나로 ‘신교육체제’가 수립됐는데, 필수 과목 축소, 선택 과목 확대, 정보화·세계화 교육 강화, 수준별 교육이 그 내용이었다. 학교는 이러한 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위해 해고가 어려운 정규직 교사를 임용하기보다 기간제 교사를 비롯한 산학겸임 등 다양한 비정규직 교사를 양산했다.

이렇게 필요한 수만큼 정교사를 임용하지 않음으로써 시나브로 정교사 비율이 줄어들었다.

교육통계를 보면, 기간제 교사의 비율은 중학교의 경우 1980년 1.5퍼센트에서 2016년 14.4퍼센트로 약 12.9퍼센트 증가했고, 고등학교의 경우 역시 1980년 1.5퍼센트에서 2016년 14.5퍼센트로 약 13퍼센트 증가했다. 여기에는 몇 년 전부터는 출산율이 저하해 학생 수가 자연 감소한다는 이유로 정규교원의 임용을 줄인 결과도 반영돼 있다.

기간제 교사 증가에 따른 정규직 교원 감소는 정규 교사가 왜 기간제 교사 확대와 차별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비정규직 차별

단원고등학교의 경우, 경기도교육감이 정한 지침에 따라 산출한 2014학년도 교사 정원은 80명이었다. 하지만 실제 경기도교육감이 단원고등학교에 발령한 교원은 67명이었다. 단원고는 부족한 정교사 13명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기간제 교사들을 임용했다.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이 그 일부였다.

발령 후 김초원 선생님은 화학 과목을, 이지혜 선생님은 국어 과목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쳤다. 뿐만 아니라 김초원 선생님은 2학년 3반 담임 업무와 방과 후 학교 관련 행정 업무를, 이지혜 선생님은 2학년 7반 담임 업무와 생활기록부 행정 업무를 각각 부여받아 여타 정규 교원과 다를 바 없이 동일하게 근무했다.

특히 이지혜 선생님은 단원고에서 5년 동안 계약 갱신을 하며 근무했다. 기간제 교사 중에는 이렇게 수년간 근무한 경력자가 상당수 있다.

비정규직 교사인 기간제 교사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 인정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과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또,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의 문제이므로 비정규직 차별 철폐 운동의 일부이기도 하다.

전교조와 함께 교원구조조정에 맞서 싸우고, 모든 노동자와 함께 비정규직 철폐를 요구하며 싸워야 하루라도 빨리 순직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을 당장 걷어치우고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의 순직을 인정하라!


[1] 박창언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기간제교원에 대한 법적 문제와 과제〉 (敎育法學硏究, 第24卷 1號 2012 : pp. 47~69.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