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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 과정에서 부상자 속출:
이주노동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단속·추방 중단하라

정부가 올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최근 이주노동자들이 단속 과정에서 크게 다치고 있다.

지난 3월 6일 경주의 한 자동차부품 포장업체에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들이닥쳐 이집트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7명을 단속했다. 단속을 피해 달아나던 고님 씨가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리다가 왼쪽 무릎부위 뼈가 심하게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고님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9일 동안이나 수술을 받지 못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이 수술 보증을 해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주민 지원 단체 활동가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고용주가 수술 보증금 2백만 원을 냈고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고님 씨는 3~6개월 동안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장애가 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미등록 신분이라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치료비 부담이 상당할 것 같다.

고님 씨는 난민 신청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한국의 난민법은 난민 신청 후 처음 6개월 동안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체류기간을 연장할 목적으로 난민 신청하는 것을 막겠다는 이유다. 그래서 그는 취업자격 없이 일을 해야 했다.

난민 인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난민 신청자가 체류기간을 연장하려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가서 신청을 해야 한다. 그런데 고님 씨는 취업자격 없이 일한 게 문제될까 봐 출입국관리사무소 방문 자체를 두려워했다고 한다. 결국 그는 체류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못해 미등록이 됐다.

정부는 국가적 위신 때문에 난민을 수용하면서도 어떻게든 그 수를 줄이려고 매우 까다롭고 인색하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고님 씨는 이런 정책의 피해자인 셈이다. 정부의 출입국 규제도 매우 자의적이고 비인간적이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야만적 단속에 항의하며 울산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농성하는 정주노동자들

이에 ‘이주민 인권을 위한 부산울산경남 공동대책위원회’,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 연대회의’,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는 지난 3월 29일 울산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울산출입국관리소가 단속을 주도했다). 기자회견에는 50여 명이나 참가했다. 4월 3일부터 울산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주간농성을 시작했고, 4월 12일에는 같은 자리에서 규탄 집회도 열 계획이다.

경주에서도 경찰의 불심검문을 피해 도망치던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 오른쪽 무릎이 부러지는 사건이 있었다. 이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비용 부담 때문에 충분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퇴원했다.

이주노동자 밀집 지역인 수원역 근처에도 단속반 10~20여 명이 배치돼 불심검문을 하고 있다. 주로 저녁이나 주말에만 하던 과거와 달리 평일 낮부터 불심검문을 한다. 이처럼 일상적인 감시의 눈길 때문에 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보내고 있다.

정부는 올해 단속을 강화하겠다면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와 임금을 빼앗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댔다. 그러나 뇌물을 주고 받으며 노동개악과 경영권 3대 세습을 거래했던 박근혜, 이재용, 정몽구 같은 자들이야말로 우리의 일자리와 임금을 빼앗는 주범이다.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더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 받는 정부 정책의 피해자들이다. 내국인이 기피하는 열악한 일자리에서 고되게 일하지만 신분이 보장되지 않아 제대로 치료도 못 받는다.

박근혜가 물러났지만, 황교안 정부 하에서 박근혜표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