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예멘·남수단·나이지리아·소말리아 기근:
제국주의적 개입, 전쟁, 불평등이 만든 참극

남수단·소말리아·예멘·나이지리아에서 어린이 1백40만 명을 포함한 2천만 명이 기근 위험에 처해 있다.

유엔은 눈앞의 불을 끄려면 40억 파운드[약 5조 6천억 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엄청난 금액인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미국이 군사 기구에 들이는 비용의 사흘치에 불과하다.

오늘날 기근은 전반적 식량 부족 때문이 아니다. 세계 전체로 보아, 1인당 식량 생산량은 1960년대 초 하루 2천2백20칼로리에서 2000년대 2천8백 칼로리 이상으로 늘었다.

사람들은 식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흔하게는 식량을 살 돈이 없어서 죽는다.

기근은 흔히 전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이번 사례에서도 전쟁이 핵심 원인이다.

전쟁은 수송로를 파괴하고, 식량을 구하려 이동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이 때문에 반군은 식량을 무기로 사용한다.

미국의 동맹 사우디아라비아에 폭격 당한 예멘의 주민들.

동아프리카의 소말리아가 분명한 사례이다. 소말리아에는 3백만 명이 위험에 처해 있고 6백만 명이 영양실조에 걸려 있다. 이번 기근은 25년 동안 발생한 세 번째 기근이다.

지난번 기근은 2011년에 발생했으며 26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채질

가뭄도 한 요인이지만 핵심 원인은 외부 세력이 부추기는 전쟁이다.

소말리아는 1960년 독립 이후 열강의 표적이 돼 왔다.

소말리아는 홍해와 페르시아만의 석유 수송로에 접근하기 쉬운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 그래서 냉전 때 미국과 러시아는 소말리아를 차지하기 위해 각축을 벌였다.

1979년 이란 혁명으로 미국의 중동 지역 핵심 동맹자[샤 왕조]가 사라지자 경쟁이 더욱 격렬해졌다.

1991년 걸프 전쟁을 앞두고 수단 대통령은 사담 후세인 지지를 선언했다. 수단인 7백만 명이 아사 직전에 놓였으나 미국은 밀 9만 톤을 싣고 수단으로 향하던 선박을 되돌려 버렸다.

1992년 미국은 기근을 구실로 소말리아에 개입했다. 미군은 처음에는 환영받았지만 곧 증오의 대상이 됐다.

미국 주도의 평화유지군이 학살과 고문을 자행하자 소말리아인들은 격분했다. 결국 소말리아인들의 저항으로 미국은 굴욕적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미군은 알카에다와 느슨하게 연결된 알샤바브에 맞선 “테러와의 전쟁”을 이유로 다시 소말리아에 들어와 있다.

1993년 소말리아에 주둔 중인 미 해병대.

알샤바브는 에티오피아가 미국의 후원을 받아 소말리아를 침략했을 때 탄생했다. 에티오피아군의 잔인한 전술을 보며 소말리아인들은 알샤바브가 어느 정도 안정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했다.

특수부대들과 민간 계약자[민간 군사기업 소속 용병], 미국이 훈련시키고 무장시킨 소말리아군 덕분에 이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굳건해졌다.

아프리카에는 주요 천연자원이 있고, 19세기 후반 유럽의 식민주의 열강은 그 천연자원을 차지하려고 쟁투를 벌였다. 오늘날에는 통상 압력이 가해지고 그것이 다시 군사력에 의해 뒷받침되는 또 다른 국면의 “아프리카 쟁탈”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부르키나파소·카메룬·중앙아프리카공화국·차드·에티오피아·가봉·가나·케냐·말리·니제르·세네갈·세이셸·소말리아·남수단·우간다에 수십 개의 전초기지를 가지고 있다. 동아프리카 지부티에도 군사기지가 있다. 프랑스도 이곳에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도 해군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군사기지

프랑스는 말리·니제르·부르키나파소·차드·모리타니에 있는 여러 군사기지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독일은 니제르에 군사기지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하라 사막 이남 국가들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러시아는 리비아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한다.

아프리카 국가들을 통제하고 길들이는 데에는 엄청난 군사비를 쓰면서 기근 해결을 위해서는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는 현실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예멘 기근은 주되게는 참혹한 내전 때문이다. 예멘 내전에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받는 측은 고의로 항구를 봉쇄해 식량 하역을 막고 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다.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영국 기업들은 굶겨 죽이기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

제국주의 때문에 아프리카인들의 처지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1820년 아프리카 노동자 평균 임금은 유럽 노동자 평균 임금의 3분의 1이었다. 2010년 유럽 노동자 평균 임금은 아프리카 노동자 평균 임금의 20배가 됐다.

경제적 불평등은 기근의 효과를 더 가혹하게 만든다.

그리고 기근은 주로 유럽 제국들이 식민지 시절 아프리카 경제를 개조했기 때문이다. 세계시장에 수출하기 위한 핵심 작물과 상품 생산에 집중한 탓에 아프리카 나라들은 자급보다는 불리한 조건의 무역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됐다.

남수단은 이미 기근을 선포했다. 남수단은 서방과 역사적으로 길고 복잡한 관계를 맺어 왔다.

영국은 1956년까지 수단 지역을 통치했다. 영국은 갈등이 없던 이곳에서 부족 간 갈등을 조장하고 증가시켰다.

수단인들은 같은 언어와 종교를 공유한다. 그러나 영국 제국은 이 지역을 통치하기 위해 일부에게는 특혜를 주고 후원을 해 주고 다른 이들은 업신여기면서 분열을 부추겼다.

약탈

영국은 공식 언어와 종교를 새로 정하고 이것을 이용해 수단을 예속시키고 자원을 약탈했다.

심지어 독립 이후에도 서방의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이런 이간질은 계속 사용됐다.

그 효과는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독립 직후 수단에는 부족 간 분열이 심한 결함투성이 체제가 남았다. 수단 남부 지역 거주민들은 대부분 정책 결정에서 배제됐다.

미국 등 강대국들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석유에 이끌려 자신들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공격했다.

빌 클린턴이 대통령이던 1998년 미국은 하르툼 인근의 알시파 제약공장을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은 이 공장에서 신경가스가 제조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주장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미국이 화학무기 생산 공장이라며 폭격한 수단의 제약공장은 10년이 지난 2008년에도 여전히 폐허로 남아 있다.

알시파 공장은 수단인들이 사용하는 의약품의 50퍼센트를 공급했었다. 독일의 한 고위 외교관은 알시파 공장의 파괴로 “수만 명이 죽게 됐다”고 말했다.

서방은 계속해서 이 지역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길 바란다. 제국주의가 만들어 낸 분열은 여전히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이제는 내전이 엄청난 피해를 입히고 있고, 수천 명이 고향을 떠나 피난민이 됐고, 수만 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3년의 내전 동안 남수단에서는 민간인 수만 명이 끔찍한 공격으로 죽었다. 대부분은 민족적 배경을 구실로 한 공격이었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정부가 주범이다.

기근은 이 과정의 일부이다.

올해 2월 유엔인권위원회 보고서는 남수단에서 의도적인 기아와 민간인 폭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인권위원회는 이제는 위험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하지만, 지금까지의 보고서들은 “인종청소”와 “대량학살 징조”가 있다고 경고했다.

서방 국가들은 해외원조를 얼마간 제공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체로 조건이 따른다.

공격

나이지리아의 일부 지역도 기근 위험에 처해 있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전쟁이 원인이다. 보코하람은 나이지리아 동북부에 치명적인 공격을 계속하고 있으며 수천 명을 살해했다.

이런 폭력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이 도망가자 농작물 생산이 부족해졌고 기근 위험이 커졌다.

나이지리아 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보코하람과 벌이고 있는 전쟁은 이 지역의 폭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나이지리아 엘리트층의 일부는 이제는 이 지역의 통제권을 차지하려고 보코하람을 지원하고 있다.

기근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킬 잠재력과 그런 가능성을 짓밟는 자본주의 사이의 불일치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이다.

3월 20일 미국의 경제지 《포브스》는 기근 소식을 보도하며 이렇게 전했다. “지난해는 지구상에서 억만장자가 가장 많아진 해였다. 억만장자는 1천8백10명에서 2천43명으로 13퍼센트 늘었다.

“억만장자들의 총 순자산은 18퍼센트 늘어 6조 16억 파운드[8천3백1조 원]가 됐다.”

자본주의가 존재하는 한, 강대국의 착취와 권모술수는 지속될 것이고, 기근, 전쟁, 질병도 거듭거듭 창궐할 것이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54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