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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런던 프라이드〉 국내 개봉:
동성애자들과 광원 노동자들의 연대를 다룬 탁월한 영화

이 영화는 노동운동사의 전환점이 된 중대한 투쟁 속에 이질적인 두 집단이 만나 사랑과 연대를 나눈 감동적 실화를 다룬다.

두 집단 중 한 쪽은 사우스웨일스의 광산촌 주민들이다. 다른 한 쪽은 광원 파업 지지 활동에 “발 벗고 나선” 런던의 LGBT 활동가들이었다.

1984년 영국 총리 마거릿 대처는 전국광원노조(NUM)를 분쇄하고자 한 판 붙으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이즈를 이용해 성소수자 혐오를 부추기고, 점차 기세를 올려 가던 동성애 차별 반대 운동을 악마화했다.

영화 <런던 프라이드>. 2017년 4월 27일 개봉

그러나 대처는 두 전선 모두에서 반격에 직면했다. 광원들이 무기한 직장이탈 파업에 돌입해 항의의 의사를 온몸으로 표현하면서, 영국 전체가 [파업 찬반을 놓고] 양극화됐다. 성소수자들도 언론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 거리에서의 폭행, 가혹한 천대에 단호히 맞섰다.

함정수사와 가혹행위를 일삼는 경찰은 성소수자들에게 원수 같은 존재였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사회주의자인 성소수자들이 보기에, 이제 바로 그 경찰이 광원들을 가혹하게 탄압할 것이었다.

이들은 개인적 [차이로 인한] 충돌을 극복하고, '광원들을 지지하는 레즈비언과 게이들(LGSM)’이라는 단체를 결성해 굳게 단결했다. LGSM은 런던에서 남성 동성애자들이 자주 찾는 술집과 클럽을 돌며 광원 파업에 대한 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영화는 당시 인물들을 재창조하면서 그 후 일어났던 일들을 설득력 있게 묘사한다.

미니버스

모금한 돈을 전달할 마을을 지정해 달라는 LGSM의 요청을 광원노조 간부들이 무시하자, LGSM 활동가들은 돈을 직접 전달하고자 했다. 이들은 미니버스를 대절해 사우스웨일스의 척박한 산지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영화는 LGBT 활동가와 광원들 사이의 어색한 첫 만남을 익살스럽게 묘사한다.

말을 더듬고 어색한 악수를 나누던, 잃을 것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갑자기 불꽃이 터져 나왔다.

영화는 스릴 넘치고 왁자지껄하며, 디스코 음악과 춤, 피켓팅과 키스가 그득하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돌처럼 굳은 냉소주의자들의 마음도 감동으로 녹아내릴 것이다.

빌 나이, 이멜다 스턴튼, 패디 콘시딘 같은 최고의 배우들이 이 웃기면서도 감동적인 영화에서 훌륭한 배역을 맡아 열연했다.

지배자들은 성소수자 차별이 사라지려면 몇 세대는 걸릴 것이라 말하지만, 바로 그 차별을 법으로 못 박아 둔 것은 지배자들 자신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보여 주듯이 계급투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단결이 절실해질 때면, 편견은 봄날 눈 녹듯 사라질 수 있다.

LGSM 활동을 했던 나는, 영화가 개봉하기 전만 해도 이 주류 [상업] 영화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러나 시나리오 작가 스테판 베레스포드는 LGSM 주요 활동가들을 만나, 영화의 스토리와 영화가 담은 시대적 특성이 진솔하게 살아나도록 했다.

영화를 즐겁게 보시라. 다만 어느 캐릭터가 나인지 물어 보지는 마시라.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24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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