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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공무원노조 인정하라

새 정부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교사·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문제다. ‘노조할 권리 보장’은 노동개악 철회, 최저임금 1만 원 등과 더불어 노동계의 핵심 요구다.

박근혜는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을 빌미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고 집요하게 탄압했다. 공무원노조 설립신고를 수차례 반려했고 전교조에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교사·공무원의 기본권 제한은 군사독재의 잔재다. 박정희 정권은 교원노조를 강제 해산시켰고, 국가공무원법을 개악하면서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권을 박탈했었다.

전교조는 법외노조 저지 투쟁 과정에서 지난해 34명이 해직됐고, 올해도 노조 전임자 16명이 징계 위협을 받고 있다. 공무원노조는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에서 해고된 조합원 중 1백36명이 아직 해직자로 남아 있다. 해고자 복직 문제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

지난해 6월 노동기본권 쟁취, 성과급제 폐기 등을 요구하며 공동 결의대회를 하고 있는 교사·공무원 노동자들

두 노조에 대한 탄압은 공무원연금 삭감, 성과주의 임금체계 강화, 교원업적평가 도입 등 박근혜의 ‘공공개혁’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교사·공무원의 조건은 교육과 행정서비스의 질을 좌우한다. 따라서 교사·공무원에 대한 노동기본권 보장은 공공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조처다.

공무원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며 자기 사용자에 맞서 싸울 수 있어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이롭다. 전교조는 결성 당시부터 촌지 거부, 교육민주화 투쟁, 참교육 실천을 주도했다. 공무원노조도 부정부패 없는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다.

19대 대선에서도 상·하수도 민간위탁 반대, 대학구조조정 중단, 교육재정 확대·무상교육 실시 등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고 사회공공성과 복지를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와 우파가 한사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를 탄압하는 이유이다.

취임 후 즉시

문재인은 대선에서 “정부가 해직자의 공무원·교직원 노조 가입을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이라며 공무원노조·전교조의 합법화 의사를 내비쳤다. 대통령 취임 후 즉시 공무원노조 설립신고,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노동조합 일반법에 의한 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해직공무원 전원 복직 등에 찬성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은 약속대로 당장 법외노조를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박근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데 그치지 않고 온전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행정 조처뿐 아니라 국회에서 관련법을 대폭 개정해야 한다.

새 정부 탄생으로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합법화되리란 기대가 높다. 그러나 이것이 자동적인 과정은 아닐 것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합법화는 사회적 여론과 계급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민감한 쟁점이다. 우파의 대표 주자인 홍준표는 대놓고 민주노총과 전교조에 선전포고를 했다.

민주당의 과거 행적을 보더라도 김대중 정부가 교원노조법으로, 노무현 정부가 공무원노조법으로 반쪽짜리 노조를 만들었다. 교육부가 전교조와의 단체협약을 체결한 것은 2000년에서 2002년 사이 단 세 차례뿐, 정책과 예산은 교섭대상이 아니라며 줄곧 회피했다.

2004년 공무원 노동자들이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파업했을 때, 노무현 정부는 4백29명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전교조가 2006년 교원평가·성과급 반대 연가투쟁을 벌이자, 정부는 2001년과 2003년 연가투쟁 가담 경력까지 들춰서 4백여 명을 대량 징계했다.

문재인 정부가 과거 민주당 정부가 보인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후보 시절 법외노조에 대해서는 언급해도 교원노조법이나 공무원노조법 개정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교원노조법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법률 개정 우선 추진 필요, 단체행동권은 공공사업장에 준하는 형태로 보장하는 방안 검토” 등 모호한 입장만 내놨다. 더구나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가 심화하는 속에서 교육과 행정에 대한 국가 통제를 유지·강화하려는 압력이 계속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쟁취하는 진정한 힘은 정권교체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대중투쟁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노동3권을 쟁취하려면 교사·공무원 노동자들의 단호한 투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