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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억압을 유지하겠다는 문재인의 이주민 정책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해 새 정부가 출범한다. 문재인은 이주민 관련 공약에서 일부 부분적 개선을 약속했지만 정작 핵심적인 사항들은 모두 비켜갔다.

이제까지 정부들은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자본가들의 요구에 따라 이주노동자 유입을 점차 늘려 왔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 2백만 명을 넘어선 국내 거주 이주민 중 이주노동자는 약 1백만 명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재인은 외면한 고용허가제 폐지 요구 새 정부 하에서도 이주민 권리를 위해 싸우자

이렇게 이주노동자가 필요해 데려오면서도 정부는 통제를 강화해 이주노동자를 저임금의 유연한 노동력으로 활용하려고 해 왔다. 체류 기간을 제한해 영주로 이어지는 것을 막고 사업장 이동조차 금지한 고용허가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이런 자의적인 출입국 규제로 발생하는 미등록 이주민을 상대로 야만적인 단속추방을 벌여 이주민들이 제도 밖으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효과를 내왔다. 이 때문에 단속 과정에서 한 해 평균 두 명이 넘는 이주민이 사망하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은 고용허가제 폐지, 단속추방 중단과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에 모두 찬성하지 않았다. “인권과 불법체류로 인한 국내 노동시장의 영향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내국인 노동자의 임금과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도 반복했다.

다만 농축산업을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근로기준법 63조를 “최대한 적용제외업종을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하고, 단속 과정에 영장주의를 도입하겠다는 등 부분적인 개선안을 내놓았다.

이런 개선책들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이주노동자의 조건을 일부 개선하고 단속 과정의 폭력을 다소 완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폭넓게 존재한다. 그러나 사업장 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고용허가제의 핵심 문제점을 그대로 둔다면 이주노동자는 여전히 고용주에 종속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지금도 스스로 만든 단속지침을 어기며 마구잡이식 단속을 벌인다. 게다가 단속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자체가 이주민들을 위축시키는 효과를 내기 때문에 영장주의 도입으로 단속의 폐해를 막기는 힘들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전력에 비춰 보면 문재인이 스스로 공약한 개선안조차 얼마나 진지하게 추진할지 의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5대 차별철폐’ 사항의 하나로 ‘외국인근로자 차별철폐’를 공약했다(여기에 비정규직도 있었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를 만들고 이를 정착시키려고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노무현 정부는 역대 정부들 중 이주노동자를 가장 많이 추방했다. 억울하게 구금된 미등록 이주노동자 10명의 목숨을 앗아간 여수 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도 노무현 정부 하에서 일어났다.

미국의 중동 전쟁에 한국군을 파병하면서 무슬림과 이주민 통제를 더욱 강화하기도 했다.

문재인은 ‘다문화가족 지원 강화’도 공약했다. 그 방안은 결혼이민자 정착 및 인권보호를 위한 종합 지원체계 확립, 다문화가족 자녀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특별학급과 대안학교 지원, 다문화 교육에 대한 교과 개발 및 교사연수 실시, 국민 대상 다문화수용성 교육 내실화 및 확대 등을 담고 있다. 미등록 이주아동의 보호소 구금 금지도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결혼 이주민(여성)들의 안정적인 체류 문제는 외면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은 배우자(남편)의 신원 보증이 있어야만 체류 자격을 갱신할 수 있다. 그래서 가정 폭력을 당해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고통받고 있다. 2012년 대선 공약에 있던 “결혼이주여성의 인권과 안정적인 체류를 보장”하겠다는 표현조차 이번에는 사라졌다.

노무현 정부는 결혼이민자 지원보다는 ‘저출산·고령화와 사회불안 방지’ 대책으로서 가족 지원·통합·유지에 초점을 뒀다. 이에 따라 자녀를 부양하지 않는 여성 결혼이주민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국인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가 있는 경우에 한해 우선적으로 영주 자격을 부여하기도 했다. 문재인이 결혼 이주민의 안정적인 체류보다 다문화’가족’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은 이런 시각의 연장선인 듯하다.

경제 위기가 심화하고 제국주의간 경쟁이 나날이 첨예해지는 상황 때문에 새 정부가 이주민을 속죄양 삼는 공격은 더 강화될 수 있다. 이런 이간질이 노동자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지고 서로 분열한다면 지배계급에 맞서 싸울 노동계급의 힘이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운동과 진보·좌파가 이런 이간질에 맞서 이주민의 권리를 위해 대담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용허가제 폐지와 단속추방 중단, 미등록 이주민 합법화, 이주여성 체류권 보장, 취업이주여성의 노동인권 보장과 미등록 이주아동·무국적자 아동의 교육권·사회권 보장, 이주민을 잠재적 테러리스트 취급하는 테러방지법 폐지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