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변호사 문재인은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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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 하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된 수는 3백8명, 기소된 수는 1백81명에 이른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가보안법 존폐는 쟁점의 하나였다. 홍준표는 우파를 결집시킬 요량으로 국가보안법 문제를 꺼내들었다. 문재인은 “찬양, 고무죄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남북관계가 엄중”하다는 이유로 당장의 폐지는 어렵다고 단서를 달았다.
북한의 존재 때문에 국가보안법이 필요하다는 뻔한 논리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거나 처벌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이 논리가 거짓말임이 드러난다.
지난해 촛불 운동의 기세를 꺾고 싶었던 황교안은 온라인 도서관 ‘노동자의 책’ 운영자 이진영 씨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핑계삼지만 북한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급진적 사상도 공격한다. 검찰은 2008년과 2009년 사회주의노동자연합 회원 오세철 교수와 회원 7명을 기소했다. 기소된 사노련 회원들은 북한에 매우 비판적이었을 뿐 아니라 평화적 수단
체제수호법
국가보안법은 사상 단속법답게 차별적이다. 우익의 주장대로 북한이 문제라면 김정일에게 금송아지와 승용차를 선물했던 현대 정주영이나, 김정일과 직접 만난 김대중·노무현·박근혜, 북한과의 교류를 주장한 정치인들은 왜 처벌받지 않는가?
국가보안법은 1948년 제정 이래로 줄곧 정치적 권리를 억압하는 데에 쓰였다.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하는 이 법으로 1948~86년 사이에 2백30명이 사형당했다
특히 제7조는 사상 통제를 위한 핵심적 조항이다. 이 조항은 구체적 폭력 행위가 전혀 없어도 “찬양·고무”, “선전·선동”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게 했다. 구체적 행위가 없는데도 어떻게 “변란” 목적, 이적성을 밝힐 수 있는가? 말과 글, 출판물 등이 근거가 되고 이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국가 기관의 자의적 해석에 달려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현하는 일체의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검찰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FTA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같다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도 했다.
옛 사회당원 박정근 씨는 이명박 정부 때 북한 계정 트위터를 리트윗해 패러디한 것이 문제가 돼 구속됐다. 나중에 그는 국제앰네스티와 한 인터뷰에서 “내 뇌가 국가의 소유”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지배자들은 사상 통제를 위해 이런 자의성을 곧잘 이용했다. 그래서 1991년 법 개정 이래 보안법 위반 사건 중 85퍼센트가 제7조 사안이다
역대 정부들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아래로부터의 운동을 겁주고 억누르려 했다. 우파 정부만이 아니다. 그 자신이 국가보안법의 피해자였던 김대중과, “국가보안법을 칼집에 넣어 역사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던 노무현도 폐지는 고사하고 개정도 하지 않았을뿐더러 심지어 국가보안법을 이용해 노동자 운동과 좌파 조직들을 탄압했다.
국가보안법은 체제에 도전하는 운동과 노동자들의 저항이 자체의 사상과 이론을 가지고 조직으로 스스로를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지배자들의 무기다. 대체 입법이나 어정쩡한 개정이 아니라 국가보안법의 완전한 폐지로 표현과 정치적 자유가 온전히 보장돼야 한다. 보안법으로 탄압받고 구속된 양심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