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드배치 거짓과 진실》 (고영대 지음, 나무와숲) :
유용한 폭로 속 몇 가지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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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공동대표인 고영대 씨
고영대는 사드 개발의 배경인 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이 책에서 고영대는 미국의 MD 전문가 포스톨 교수의 증언을 비롯해 다양한 근거를 제시해 사드가 무용지물임을 밝히려 한다. 이 밖에도 미국 미사일방어청
‘동북아 및 전 세계 MD 체계 구축’을 다루는 5장에서는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이유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 레이더는 중국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 설치되는 것으로, 미국의 동북아 MD의 핵심 센서”로서 “사드 성주 배치에 이어 서·남해나 제주 등에 두 번째 사드 레이더가 배치될 가능성”
이견
동시에 이 책에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진보·좌파 내의 쟁점들을 담고도 있다. 생각해 볼 거리가 많다.
첫째, 고영대는 한국의 사드 배치로 냉전 시대를 능가하는 “미국, 일본, 한국, 호주” 대 “북한 중국, 러시아 간의 군사적 대결 구도가 형성”
둘째, 고영대는 한국 MD 체계가 나토 통합 MD나 미·일 통합 MD 체계 등에 견줘 “훨씬 더 대미 종속적 체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미 합의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점은 당연히 폭로해야 하는 일이고, 이런 폭로가 운동 건설에 유용할 때가 많다. 그러나 폴란드와 루마니아의 사례를 대안처럼 강조하는 것은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이 두 사례 모두 자국 내 “미국 MD 기지에 대한 사법주권적 관할권을 행사”
‘한·미 합의가 법적 근거 없음’을 일면적으로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저자는 합의 주체를 제대로 하고 국회 동의 절차를 밟으라는 주장도 한다. 그러다 보니, 언뜻 보기에 사드 배치 철회를 일관되게 주장하는 게 맞나 싶은 대목마저 등장한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합의를 조약으로 체결해 국회 동의를 밟게 한다면, 국가주권 침해와 비용 부담 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사드 배치 과정에서 드러나는, 한미동맹의 지극히 불평등한 현실을 보면서 분노하는 건 당연한 정서일 것이다. 그러나 “종속”이란 규정은 매우 엄밀하게 다뤄져야 한다. 불균등 발전이라는 자본주의의 특징 때문에 국가 간 관계가 한쪽으로 기운 군사동맹들이 다반사다. 그러나 오늘날 남한은 자본 축적의 독자적 기반을 구축했고, 남한 지배계급은 단지 미국 제국주의의 ‘종속국’에 머무는 게 아니라 자기 나름의 이해관계를 지니며, 세계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자신의 이익을 지킬 능력도 갖추게 됐다. 따라서 사드 배치 같은 한미동맹 강화 조처에서도 남한 지배계급의 선택이란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역대 정부 평가
셋째, ‘종속’ 문제와 관련해 한국 역대 정부에 대한 평가 문제도 있다. 저자는 전두환·노태우·김영삼 정권을 “미국의 눈치를 보던 시기”로,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미국을 추종하는 시기”로 규정하는데,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미국에 맞선 시기”로 구분하는 대목은 불편하게 다가왔다.
저자는 노무현 정권이 김대중 정권과 달리 한국형 MD를 계획함으로써 한국이 미국 MD에 참여할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는 셈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반면에 “
김대중 정부가 남북 화해· 협력을 표방하며 미국의 MD 참여 요구에 주저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김대중은 미국의 MD 추진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2001년 2월 김대중 정부는 MD에 공식 참여하지 않는 대신 “우리 실정에 맞는 미시일방어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훗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노무현은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고 했지만, 오산 공군기지와 군산 공군기지 등에 미국의 MD 체계 일부인 PAC-3 미사일과 이동식 조기경보 레이더를 배치했을 때 이를 수수방관했다. 한술 더 떠 해상 MD에 이용될 수 있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까지 추진하지 않았는가. 사물이나 현상의 전체를 보지 않고 부분만 보거나 말하려 하는 것은 심하게 말해 왜곡일 수 있다.
넷째, 저자는 정욱식 대표나 서재정 교수가 ‘사드는 북한용이기도 하다’고 주장한 점을 들어
물론 필자는 정욱식 대표나 서재정 교수의 사드에 관한 모든 입장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동북아 군사적 긴장 고조화의 봉우리에 ‘망치질’
정리하자면, 《사드배치 거짓과 진실》은 사드 배치의 부당성을 이모저모 폭로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일독할 만한 책이다. 다만 몇 가지 핵심 쟁점들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 앞으로 활발하고 깊이 있게 토론해 봤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