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농성 돌입:
시간강사법 폐기하고 비정규 교수 문제 해결하라

지난 5월 31일(수) 한국비정규교수노조(이하 한교조)가 ‘시간강사제도 철폐와 비정규 교수 문제 해결’을 내걸고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건 ‘공공기관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대상에 시간강사 등 대부분의 비정규 교수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한교조는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 공개 질의서를 보냈지만, 문재인의 공약집에서 비정규 교수들에 대한 해결책은 제외됐다. 2012년 대선 때 비정규 교수 관련 공약이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명백한 후퇴다.

5월 31일 농성 돌입 기자회견

한교조는 “이 사실에 깊은 우려"를 표하면서 시간강사법 폐기와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농성에 돌입했다.

우선, 시간강사법이 폐기돼야 한다. 이 법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통과시키고 시행하려 한 대표적인 교육 적폐 중 하나다.

시행이 유예돼 오다가 2018년 1월 1일에 시행 예정인 시간강사법에 따르면 대학 시간강사들에게도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한다고는 하지만, 시간강사들의 조건은 전혀 개선되지 않는다. 시간강사들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해도, 전임 교원들과 달리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시간강사들의 임무를 ‘교육 또는 연구’로 규정하던 기존 내용과 달리, 이번 시간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의 임무로 연구를 제외한 ‘학생 교육’으로 한정했다. 이는 그나마 일부 대학에서 시간강사들에게 지원하던 연구비마저 지원하지 않게 만든다.

연구비 지원도 없이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시간강사들이 학문적 깊이를 심화시키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강의의 질 하락으로 나타나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다.

게다가 이번 시간강사법은 강사들에게 한 학교에서 한 학기가 아니라 1년 동안 강의할 수 있게 보장하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교육부는 시간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내놓은 대책에서 1년 미만으로 계약할 수 있는 예외조항을 만들었다. 한 과목을 1학기와 2학기로 쪼개어 개설하고, 1학기와 2학기에 서로 다른 강사를 고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식이다.

따라서 내년 시행 예정인 이 법은 시간강사들의 고용이나 처우를 개선하기는커녕 악화시킬 뿐이다. 이 때문에 시간강사법은 부분 개정이 아니라 완전히 폐기돼야 한다.

연구강의교수제

한교조는 기본적으로는 전임교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시에 비정규 교수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며 모든 비정규 교수에게 연구 보수를 제공하는 연구강의교수제를 제시한다. 강의료만으로는 어렵다. 질 좋은 강의를 위해서는 각종 자료를 구입하고 조사·연구를 할 수 있는 연구비가 사활적이다.

또한, 한교조는 대학 평가의 여러 기준들 가운데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 지표를 폐기하라고 요구한다. 이 지표에 따라 전임교원이 담당하는 강의 비율이 높을수록 교육부의 대학 평가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전임교원이 확충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는 전임교원들의 강의 수를 늘려 수업의 질을 떨어뜨리고, 다양한 강의를 개설하는 데 제약이 돼 왔다. 게다가 이 때문에 시간강사들의 일자리도 줄어 왔다.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전임교원의 노동 강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전임교원을 확충하는 방향이 필요하다.

한교조의 무기한 농성 돌입에 맞춰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순광 위원장은 “장관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고, 수많은 제도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대표[적 교육] 적폐가 청산되지 않는다면 사회개혁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6월 7일부터는 대학노조도 농성에 함께 참여한다. 교육적폐 청산을 위한 한교조 농성 투쟁은 정당하다. 문재인 정부는 이 목소리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