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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공사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말한다:
“직접고용 정규직화로 처우 개선하라”

문재인이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한 후,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가 확대되고 있다.

철도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한 사례다. 철도공사에는 정부 통계로 간접고용 노동자가 8천2백여 명이나 있다. 코레일네트웍스,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로지스, 코레일유통, 코레일테크 등의 자회사 노동자들과 여러 외주업체 노동자들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중 코레일네트웍스(KN) 노동자들이 최근 처우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철도공사 자회사 소속이고 과반이 무기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데, 철도공사에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처우 개선은 뒷전에 두고 고용 보장만 주목하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해법, 즉 자회사·무기계약직화 방안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점을 잘 보여 준다. 이민호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 부지부장은 자회사 무기계약직의 현실을 이렇게 꼬집었다. “용역(회사)의 하청업체에서 근무하는 느낌입니다.”

자회사 노동자들을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해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는 서재유 철도노조 코레일네트웍스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열악한 처우

KN 노동자들은 역무, 매표, 주차 관리, KTX특송, 광명 셔틀버스 운행 등을 담당한다. 과거에는 철도공사 정규직이 하던 일이었지만, 정부의 인건비 절감 정책으로 업무의 상당 부분이 자회사 비정규직에게 맡겨졌다. 현재도 정규직이 하는 일과 중복되거나 긴밀히 연결돼 있는데 말이다.

KN 노동자들은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무기계약직 연평균 임금은 약 2천5백만 원(월 평균 기본급은 1백31만 원)밖에 되지 않는다. 현장 근무자들은 호봉제가 적용되지 않아, 입사한 지 14년 된 노동자들의 기본급이 신규자와 별 차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인력 부족도 심각하다. 정부가 정한 정원의 약 70퍼센트 정도만이 일할 정도다. 그래서 노동강도가 세고, 장시간 근무도 다반사다. 예컨대, KN 역무원은 철도공사 정규직 역무원에 비해 월 평균 18시간을 더 일한다. 연간 2백16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노동자들은 36시간 연속으로 근무하기도 하고, 인력부족으로 병가·연가를 내기도 쉽지가 않다.

그런데도 사측은 고용을 늘리기는커녕 매표 창구 인력을 더 감축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가, 최근 노동자들의 항의에 밀려 일단 ‘당분간 추진하지 않겠다’고 물러섰다.

교대제 근무자들에게 필수적인 휴식공간도 열악한 수준이다. 노동자들은 때로 창고를 개조한 방이나 ‘두꺼비집’(누전 차단기)이 대량으로 설치된 방에서 눈을 붙이곤 한다. 심지어 쓰레기를 모아 분리수거를 해 두는 지하 공간 한 켠에서 새우잠을 자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열악한 임금·노동조건 때문에 노동자들은 지난해 초 노조를 결성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정규직의 연대

서재유 코레일네트웍스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한다지만, 그것은 자회사 방안이라는 게 진실입니다. 우리 같은 무기계약직은 정규직화해야 할 비정규직에 포함시키지도 않고 있습니다. 원청이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화가 필요합니다.”

그는 더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해 집단적 목소리를 내고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들이 연대 투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함께 싸우면 희망이 있다”고도 했다. KN 노동자들이 지난해 철도노조에 가입한 것은 이 때문이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는 “정규직의 임금이 악화되면 자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처우도 나빠진다”며 지난해 정규직 노동자들의 성과연봉제 저지 파업을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반갑게도 지금 철도노조 지도부는 자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화 요구를 지지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외주화돼 있는 “생명안전·위험 업무 및 상시지속 업무”를 직접 고용으로 전환하라고 제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동료 비정규직을 위해서뿐 아니라 정규직 노동자들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다. 철도노조의 한 지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5년 동안 외주화가 확대되면서 비정규직이 늘고 정규직의 조건도 압박 당했습니다. 그래서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공감이 커져 왔습니다.” 더구나 인력 충원의 효과로 노동강도가 줄어들고, 업무 간 소통도 원활해져 좀더 안전하게 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 신규채용 할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인력 부족이 심각하기 때문에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질의 일자리로 바꾸는 것과 신규채용을 늘리는 것 모두가 필요하다. 투쟁의 관점에서 보면, 이 둘은 대립되는 게 아니라 서로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철도노조의 정규직 활동가들은 자기 작업장에서 좀더 불리한 조건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적극 손 내밀어 단결 투쟁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