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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그렌펠타워 서민주택 화재:
자본주의 체제의 온갖 폐단을 드러내다

영국판 ‘세월호 참사’ 그렌펠타워 서민주택 화재 ⓒ출처 Natalie_Oxford

런던 그렌펠타워 화재가 이토록 초점이 된 것은 수많은 사람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참사에는 영국 사회의 폐단이 한데 집약돼 있다.

이번 참사는 [평범한 사람들이] 끔찍한 불평등을 겪고 있는 것, 정치 엘리트들이 이런 현실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 평범한 사람들을 부자 동네에서 몰아내는 것과 연관 있다.

또, 인종차별로 가난한 사람들이 더한층 천대받는 것, 긴축 재정의 고통스런 결과와도 연관이 있다. 계급 문제와 연관 있는 것이다.

이번 참사로 개발업자들의 탐욕이 그 민낯을 드러냈고, 이 체제가 기업들의 맹목적 이윤 추구를 부추기면서도 관련 규제는 깡그리 없애려 든다는 점이 폭로됐다. [공영주택 관리 책임이 있지만] 평범한 주민들을 내팽개치는 지자체의 실상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화재 이후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도움이 절실한데 말이다.

이번 화재는 여하튼 뭔가를 드러냈을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맞서 싸우고 있기 때문에 지금 핵심 쟁점이 됐고 사회를 바꿀 잠재력을 갖게 됐다.

주민들은 침묵하며 현실을 받아들이는 “품위”가 아니라, 지지자들과 함께 투쟁에 나서며 존엄성을 지키기로 했다.

인화성 때문에 미국과 독일에서는 금지된 외장재를 사용해서라도 1제곱미터당 2파운드[약 2천9백 원]를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상은 바로 영국의 자본주의가 부추긴 것이다.

이 외장재가 선택된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인근 부촌의 부자들이 보기에도 외관이 손색없다는 것이었다.

책임자들은 죗값을 치러야 한다. 테러가 일어나면 언제나 경찰은 잠재적으로라도 연관 있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집에 쳐들어가 그들을 끌고 가곤 한다.

최근 15년간 영국에서 일어난 모든 테러의 희생자 수를 합한 것보다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번 참사 때문에 조사받은 사람은 아직 단 한 명도 없다.

ⓒ출처 Gerry Popplestone(플리커)

경찰은 살인적 긴축재정을 추진한 보수당 장관들과 국회의원들을 잡아넣어야 한다. 또, 그렌펠타워 일대를 돈벌이 기회로만 본 돈 많은 투기업자들을 체포해야 한다.

6월 17일 재무장관 필립 해먼드는 그렌펠타워 같은 건물에 그런 [인화성] 외장재를 사용한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왜 아무도 체포되지 않는가?

희생자 시신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사람은 24시간도 안 돼 구속돼, [벌써!] 징역 3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참사의 진정한 책임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그렇게 될까?

이번 참사를 두고서 당장 요구할 만한 쟁점이 수십 개다. 모든 고층 건물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것, 안전 검사를 철저히 할 것, 적절한 건물 안전 규정을 즉각 제정할 것 등.

그러나 이 끔찍한 참사에 대해서는 더 나아가야 한다. 이미 흔들리고 있는 메이 정부를 끝장내야 한다.

활동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있고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많다. 16일 등 런던에서 벌어진 것보다 더 강력한 항의 행진을 조직하고 이번 참사를 다른 모든 부문의 투쟁과 연결시켜야 한다.

이런 투쟁을 전진시킬 가장 좋은 방법은 제러미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이 메이 총리 퇴진 행동을 즉각 호소하는 것이다.

얼마 전 총선에서 1천2백만 명이 코빈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냈던 만큼, 코빈 자신이 참사 희생자를 기리고 산 사람들을 위해 싸우자고 시위를 호소한다면, 그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노동당 우파조차 참사 피해자들을 위한 주택 징발을 주장하는 지금, 코빈이 파업을 호소해서 안 될 이유는 무엇인가? 보수당이 지금의 위기를 모면하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

의회 내에서 메이를 압박할 수단을 찾고 보수당을 더 큰 위기로 내모는 것도 물론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투쟁을 공식 정치만으로 제한할 때가 아니다. 체제의 목을 노려야 할 때다.

17일 코빈은 그렌펠에서 내몰린 사람들이 부유층 소유의 빈집에 기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번 옳은 말이다. 모든 사람들이 제대로 된 주택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급진적 조처도 필요하다.

그렌펠타워 참사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어쩌다 벌어진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체제의 일상적 작동 방식이 날카롭게 드러났을 뿐이다.

그렌펠타워 참사에 대한 슬픔과 분노, 결의를 참사의 진정한 원인인 계급 분단 체제를 끝장내는 데로 결집시켜야 한다.

우리의 분노는 오직 혁명을 위한 투쟁으로만 풀릴 수 있다. 권력을 부자들에게서 빼앗아 민주적으로 사용하는 사회주의 사회를 건설할 혁명이 필요하다.

그렌펠타워 참사에 대한 최상의 복수는 바로 혁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