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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 위해 :
표준운임제 도입하라

7월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화물노동자 결의대회 ⓒ최인찬

전국의 화물 노동자 수천 명이 민주노총의 사회적 총파업 주간 중인 7월 1일 서울에 모여 문재인 정부에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집회를 국회 앞에서 열었다. 화물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약속한 표준운임제 도입 추진, 지입차주 번호판 소유권 인정, 지입제 개선, 화물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화물차 통행료 할인 확대 등을 이행하라고 요구했다.

많은 화물 노동자들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표준운임제 도입을 꼽았다. 현재는 다단계 구조 속에서 운임이 최저가 입찰로 정해진다. 그래서 화물 노동자들이 실제로 받는 운임은 화주가 지불하는 금액보다 턱없이 낮다. 최근에는 온라인 상에서 최저가 운임을 제시하는 화물차주에게 화물 운송을 위탁하는 ‘화물앱’ 사용이 확대되면서 낮은 운임 문제는 더 심해졌다. 표준운임제는 화물 노동자들이 받는 운임의 최저선을 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주를 처벌하도록 하는 제도로 이런 현실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2008년에 정부가 법제화를 약속하고 시범 실시까지 마쳤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지입제도 열악한 노동조건을 강요해 온 병폐다. 정부한테서 번호판을 받은 운송사들은 이를 다시 화물 노동자들에게 빌려주면서 번호판 값(지입료)을 내라고 요구한다. 화물 노동자들은 지입료를 매달 적게는 20만 원에서 많게는 50만 원까지 지불한다. 그러면서 번호판 소유자인 운송사의 온갖 횡포에 시달린다.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다. “25톤은 2천만 원, 트레일러는 3천만 원을 번호판 값으로 요구해요. 그나마 예전에는 번호판을 반납하면 이 돈을 돌려줬는데 이젠 돌려주지도 않아요.”

이런 횡포를 없애자는 취지로 2014년에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사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계약 유지를 6년만 보장’한다는 단서 조항 때문에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안전

화물 노동자들은 “우리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조치들이 바로 ‘도로 위의 안전’을 개선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낮은 운임 때문에 화물 노동자들은 차량 소통이 원활하고 고속도로 통행료가 50퍼센트 할인되는 야간에 주로 일한다. 하루 평균 12~13시간의 야간 운행을 하면서 피로가 쌓여도 기름값과 차량 유지비 부담 탓에 쉬는 것조차 망설여지는 현실은 사고 위험을 높인다.

그러나 도로 안전과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정부와 사용자들은 오히려 ‘노조 불인정’, 파업은 “불법”이라며 탄압을 휘둘러 왔다. 특수고용의 대표 사례인 화물 노동자들은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해, 일하다 다쳐도 산재로 치료받을 권리조차 없다.

표준운임제

얼마 전 국토교통부가 표준운임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표준운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기대감이 적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일부 활동가들은 경계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표준운임제가 강제성 없이 도입돼 ‘무늬만 개혁’에 그치면, 바라는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박원호 본부장도 지적했듯이, “화주, 물류자본, 관료”들은 표준운임제 도입 같은 제도 개선에 여전히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물류비 상승’, ‘화물 시장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사용자들은 지난해에도 추진된 ‘화물 운송 시장 구조개악’ 같은 화물 노동자들의 조건을 공격하는 조처들이 여전히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한 활동가는 이렇게 주장했다. “표준운임제를 도입한다고 해놓고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처음 시작한 일본에서조차 없어진 지입제가, 역대 정부도 국회의원들도 다 문제라고 인정한 이 낡은 제도가 60년 가까이 바뀌지 않고 있어요.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야지요. 올해 안에 확실한 양보를 받아 내도록 정부를 압박하는 투쟁이 필요합니다.”

이번 상경 투쟁처럼 정부에게 표준운임제 시행 등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화물 노동자 스스로의 활동과 투쟁을 강화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