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 발사 이후:
대북 압박 강화는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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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미국은 제재 강화와 군사적 압박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새로운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면서 미국은 중국, 러시아 등을 겨냥해 대북 원유 공급 중단, 북한 노동자 해외 송출 차단을 촉구한다. 특히, 그런 조처를 중국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중국의 관련 기업들을 직접 제재하겠다고 을러댄다.
중국, 러시아는 미국의 구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물론 중국, 러시아 모두 핵무기 강대국으로서 핵무기 독점 체제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북한을 일정 부분 제재할 필요성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중국은 북한 붕괴나 국경 불안정을 낳을 수준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려 하지 않고, 북핵 대응을 명분으로 한 미국의 군사 행동과 동맹 강화 조처에 경계심을 높이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을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지렛대로 삼는 데 관심이 더 많다.
이처럼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놓고 한반도 주변 4대 열강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중국이 촉구한 대화 재개 조건인 “쌍중단”
물론 미국 내에서도 북한과의 대화 필요성이 제기되는 등 머지않아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있다. 미국도 북한 핵·미사일 능력의 발전 수준을 적절하게 제어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화의 중장기적 전망은 밝지 않다. 미국이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따로 내어내 보지 않고 중국·러시아·일본 등 제국주의 국가들과의 관계와 연결 지어 판단하기 때문이다.
운전석
문재인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대북 압박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 7월 7일 한·미·일 정상회담
문재인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주도할 “운전석”에 앉았으나, 실상 미국이라는 견인차에 끌려 가는 모양새다. 문재인 정부의 ‘대화와 제재의 병행’ 노선은 벌써부터 모순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물론 문재인은 이산가족 상봉과 군사회담을 제안하며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시도한다. 그러나 남북 관계에서 문재인 정부는 계속 좌충우돌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스스로 개성공단 재개 등 주요 남북 협력 문제를 북핵 문제 해결의 진전 여부와 연동시켰다.
따라서 진보·좌파는 현 상황에서 미국 제국주의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압박 협력 반대에 초점을 분명히 맞춰야 한다.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 분명 문제이지만
그런 점에서 정의당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7월 4일 정의당은 대변인 논평으로 미국의 대북 압박에 관한 일언반구 비판 없이 북한 미사일 발사만 비난했다. 이어, 9일 “북핵 문제 대응에 있어 한·미·일 공조를 이끌어 낸 점”이 문재인이 G20 정상회의에서 거둔 성과라고 칭찬했다. 제재 강화와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가 진보 정당이 칭찬할 만한 “성과”라니 기가 막힌다. 정의당 지도부가 제국주의 문제를 도외시하고 남한 국가
사회진보연대는 북한과 미국·남한 양측을 거의 대등한 수준에서 비판하는 좌파 평화주의적 입장을 발표했다. “남·북한과 미국 정부가 다 같이 동아시아의 위기를 공모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이런 대칭적
북한 핵·미사일은 분명 노동계급에 해악적인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북한에 가해진 제국주의 체제의 압력과 북한 지배 관료들의 선택이 맞물려 탄생한 괴물이다. 따라서 남한의 진보·좌파는 북한 지배자들을 조금치도 편들지 않으면서도 자국 지배자들의 친제국주의 정책과 미국 제국주의에 반대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가 사드 배치 저지 운동에 주는 어려움
7월 4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6일 국방부 차관 서주석은 성주·김천 주민들을 만나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 위협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라서
지난해부터 사드 배치 저지 주민 운동이 정부의 친제국주의 정책에 적극 맞서 왔는데,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사드 배치 저지 운동에 어려움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진보·좌파들은 북한 핵·미사일이 미국 제국주의에 맞선 효과적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은 약한 나라들과 전쟁하지 핵과 ICBM으로 무장한 강한 나라와는 결국 화평조약을 맺는다.”
그러나 지난 사반세기의 경험을 돌아보면, 북한 핵·미사일이 한반도에서 제국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고, 미국이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관철하고 한반도에 관여하는 명분이 됐을 뿐이다. 그동안 남한·일본 지배자들이 친제국주의·군사주의 정책을 밀어붙일 때 내세운 제일 근거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 보라.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었다.
제국주의를 무너뜨리려면, 이윤 체제인 자본주의를 마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회 세력인 노동계급이 중요하다. 노동계급의 자력 해방을 촉진시키는 게 제국주의에 맞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데, 상대국 노동계급 수십~수백만 명을 단번에 몰살시킬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이 노동계급의 반제국주의적 국제 연대를 건설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북한 사회가 자본주의보다 진보적이라고 믿는 일부 진보·좌파는 제국주의의 위협에 맞서 ‘사회주의
물론 가정해 보건대 노동계급이 혁명으로 권력을 쟁취하더라도, 노동자 국가가 제국주의의 군사적 위협에 맞서려면 노동계급을 무장시킬 필요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혁명의 국제적 확산만이 노동자 국가가 제국주의의 위협에서 벗어나는 근본 해법이다. 따라서 제국주의가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진정한 노동자 국가라면 자국 방어 노력이 국제 노동계급의 이익과 상충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 또한 세계 자본주의의 군사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축적에 광적으로 매달린 나머지, 노동계급의 필요를 축적에 체계적으로 종속시키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지배 관료들은 핵무기 개발처럼 노동계급 국제주의에 해악적인 방식을 선택하는가 하면, 지난 수십 년 동안 노동계급의 필요를 세계 자본주의 축적 경쟁에 체계적으로 종속시켜 노동계급을 착취·억압해 왔다. 이 점이 바로 북한 사회가 사회주의와 아무 관계가 없고, 남한 같은 서방 자본주의와 본질적으로 같은 사회임을 보여 주는 증거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