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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청소·주차·경비·시설 노동자:
전면 파업∙본관 농성 8일 만에 학교 당국에게 임금 12퍼센트 인상 확약 받다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이대분회 노동자들이 파업과 농성 8일 만에 승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7월 19일 이화여대 학교 당국과 사측은 임금 8백30원 인상안(시급 7천7백80원)을 확약했다. 아직 공식 합의서를 쓰지 않았지만, 총무팀장이 확약서를 작성했다. 앞서 집단교섭 사업장인 카이스트, 덕성여대 노동자들이 쟁취한 성과를 이어받은 것이다.

노동자 투쟁을 지지하는 학생들

이는 당초 요구한 시급 1만 원에 미치진 못하지만, 2015년과 2016년(약 6퍼센트)에 비하면 꽤 높은 수준(12퍼센트)의 임금 인상을 쟁취한 것이다. 대체로 노동자들은 만족하는 분위기다.

노동자들은 무더운 날씨에도 약 3주 동안 매일 본관에서 집회와 선전전을 진행했다. 김혜숙 총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에 노동자들은 총장 공관과 총장실에도 찾아가 응답하라고 요구했지만, 김혜숙 총장은 “기다려 달라”는 말만 남기고 무시로 일관했다. 7월 14일 김혜숙 총장은 잠깐만 만나달라고 한 여성 조합원들을 매몰차게 뿌리치기도 했다. 김혜숙 총장이 여성 인권 관련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는 자리였다!

노동자들이 파업하자 학교 곳곳이 쓰레기로 가득 찼다. 이화여대는 단 하루도 저절로 깨끗해진 적이 없던 것이다. 사측은 비열하게도 일부 건물에 대체 인력을 투입해서 파업을 파괴하려 했다.

파업 효과

노동자들은 김혜숙 총장이 19일에 총동창회가 주최하는 취임 축하연에 참가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크게 분노했다. 노동자들의 시급한 임금 문제는 외면한 채, 사회 권력층들과 연결돼 있는 총동창회와 축하 파티라니. 노동자들은 축하연 행사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다. 노동자연대 이대모임 회원들과 일부 학생들도 이 항의에 동참했다.

동창회관에서 열린 축하연은 노동자들의 모습과 정말로 대조적이었다. 보석과 브로치로 치장한 여성들이 고급스러운 연회장으로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이 중 몇몇은 청소 노동자들에게 모욕을 주며 지나갔다. 심지어 항의하는 청소 노동자에게 "미친년들"이라고 욕까지 했다! 누군가의 신고로 경찰이 오기도 했다.

이런 모욕에 노동자들은 더욱 분노했다. "축하연의 음식은 노동자의 피와 땀이다!", "노동자들 목숨줄을 놓고, 축하 음식이 입에 들어갑니까?"

임금 임상을 요구하며 연회장 앞에 드러누워 시위하는 이화여대 노동자들

노동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복도에 연좌했다. 어떤 여성 조합원은 아예 연회장 앞에 드러누웠다. 노동자들의 구호가 연회장 앞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리자, 원래 6시에 오기로 한 김혜숙 총장은 30분이 지나도록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서둘러 사태를 정리하기 위해 용역업체와 총무팀장이 달려 나와서 조합원들 앞에서 시급 8백30원 임금 인상을 약속할 수 밖에 없었다. 통쾌한 순간이었다!

이튿날 오전 7시, 이대분회 총회에서 서경지부 박명석 지부장은 성과를 알리며 현장 복귀와 농성 해제 지침을 내렸다. 확답을 받을 때까지 파업을 지속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일부 조합원들의 의견도 있었지만 결정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물론 시급 7천7백80원조차 생활 임금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노동자들은 투쟁 내내 시급 1만 원도 한 가족을 부양하는 입장에선 그리 많은 돈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투쟁으로 조합원들의 자신감은 크게 높아졌다. 앞으로 더 잘 싸워 목표를 성취하길 기대한다.

한편, 〈조선일보〉는 이대 노동자 파업 소식을 다루며 "등록금 안 올리고 시급 인상 불가능"하다며 노동자와 학생을 이간질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2000년대 초중반 학생들의 등록금이 고공 인상될 때, 노동자들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등록금이 인하·동결되고, 노동자들의 임금이 계속 오르던 2012년 이화여대의 적립금은 8천4백42억 원으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화여대 당국은 마곡 병원 건축, 기숙사 건축 등 수입을 벌 수 있는 곳에는 수천억 원씩 돈을 들여도, 노동자들 임금은 결코 자동으로 올려 주지 않았다. 노동자들과 학생들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거이 아니라 노동자·학생과 학교·재단 측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간질은 바로 이 노동자·학생 연대를 방해하려는 시도다.

따라서 이런 연대는 더욱 강화돼야 한다. 집단 교섭을 진행 중인 나머지 대학들에서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기를 바란다.

노동자 투쟁 지지합니다! 학생들의 연대 ⓒ서경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