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대투쟁 30년 기념 정의당 토론회:
민주노총에 쏟아진 우경화 압력, 그러나 설득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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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1987년 7·8·9 노동자 대투쟁 기획토론회-노동이 있는 민주주의, 무엇을 할 것인가” 제하의 토론회가 열렸다. 정의당과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미래정치센터가 주최했다.
1부에서는 최근 정의당에 입당해 “노동이 당당한 나라” 본부장을 맡은 김영훈 민주노총 전 위원장이 정의당의 노동 비전을 발표했다. 2부에서는 노중기 한신대 교수와 장석준 미래정치센터 부소장이 발표하고 노동운동 내 여러 활동가들과 지식인들이 토론자로 참여해 토론을 벌였다.
김영훈 본부장은 노조 조직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 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활동들을 강조했다. 향후 개헌 정국에 대응할 노동헌법쟁취공동행동
김영훈 본부장은 노동자 당원들이 이런 활동에 앞장서 “노동 중심성을 실현”하자고도 했다. 민주노총이 “노조 할 권리” 캠페인을 전국적으로 건설하려는 시점에서 이런 입장은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사를 비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의당의 행보가 대선 때 노동자들에게서 받은 지지에 비춰 여러 가지로 아쉬웠던 점을 고려하면 반가운 입장이다.
물론 경제 상황에 비춰 보면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가 장밋빛이기만 할 리가 없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비전은 조금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친자본주의 개혁 정부로 분명히 규정하고 노동운동의 정치적 독자성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2부 토론이 이 부족한 점을 채워 주길 바랐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보다는 발표자 2명
노중기 교수는 민주노조 운동이 조합주의
일리 있는 지적이었지만, 노 교수의 대안은 투쟁성 강화가 아니었다. 오히려 민주노총이 투쟁 조직화 그만하고 노동운동의 ‘내셔널 센터’
노 교수의 근거는 문재인 정부가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고 있고 “촛불 항쟁”의 여파라는 것이다. 노 교수는 2000년대 중반에
“노동귀족”론
장석준 부소장은 노동시간/소득/자산의 “재분배”를 통한 계급 내부 격차 줄이기를 노동의 과제로 내놓았다. 장 부소장은 임금총액 감소 없는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조건을 달지 않았다. 장 부소장이
장 부소장은 “
장 부소장의 단계주의 발전 개념은 그가 현실의 노동운동과 계급정치에 10년 전보다 더 냉소적으로 된 것을 반영하는 개념인 듯했다. 그는 또한, “민주노총이 발의
그러나 토론자인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지난해 박근혜 퇴진 운동의 도화선이 된 노동개악 저지 철도노조 파업 등을 예로 들어 장 부소장의 견해를 반박했다. 그러자 장 부소장은 “철도노조 파업은 안녕들하십니까 자보 운동을 통해서
양동규 위원장은 2016년의 74일간의 파업을 예로 든 것인데, 2013년 사례로 답한 것은 지난해 파업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듯 취급한 것으로, 노동자 투쟁에 별 관심이 없음을 드러낸 답변이었다. 게다가 문제의 2013년 파업만 놓고 봐도 인과관계를 완전히 뒤집은 것이다. 철도 파업이
장 부소장은 발표에서 청년·여성 정체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승호 사이버노동대학 대표는 계급 정체성이 더 근본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도 장 부소장은 이렇게 답변했다. “19세기, 20세기에는 노동계급이란 말이 효과를 나타냈는데, 우리 시대에도 계속 그렇게 될까 의문이 있
사실상 현실의 노동계급이 분절화돼 계급으로 단결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기대도 걸지 않겠다고 말한 셈이다. 그렇다면, 그가 왜 ‘계급’ 내 재분배를 주장하는지 궁금하다.
그가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지해 온 민주노총 중앙파 상층 간부들 중 상당수는 오랫동안 민주노총의 상층 기구를 차지해 왔다. 그중 일부는 지금 정의당의 노동 측 기반이다. 그가 노동운동이 실패했다고 한 것에 이들은 포함되지 않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계급투쟁적 좌파
이날 토론자들은 통상의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발표자들의 발표문에 논평을 하기로 섭외된 것일 텐데, 정작 토론자들은 그보다는 민주노총 비판에
물론 노동운동은 성역이 아니고, 비판자들이 인용한 사례들에는 뼈아프게 새겨 들어야 할 지적들이 있었다. 노조 비리나 최근 기아차, 전교조 등에서 드러난 비정규직 배제 행태 등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비판들은
이날 이런 목소리를 가장 높인 건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였다. 토론회 내내 그는 민주노총 현 집행부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액이
이남신 활동가는 문재인의 1만 원 공약과 민주노총의 올해 당장 1만 원 요구는 불과 2년 차인데, 그걸 문제 삼을 필요가 있냐고도 비판했다. 하지만 이 비판은 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올해 인상액으로도 기뻐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눈높이”를 강조하며 민주노총의 반성적 평가를 관념적인 듯 비판해 놓고는 최저임금 1만 원 달성 시점의 2년 차이가 별 것 아니라는 식
올해 최저임금 인상 폭이 예년보다 높았지만
그는 교육부의 정규직전환심의위원회에도 민주노총 추천 전문가로 들어갔는데, 거기에서 비정규직 교사들의 정규직화를 주장하지 않았다. 심지어 전국기간제교사연합 대표단에게 ‘전원 정규직화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차선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는 식으로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그는 이날 자기가 그렇게 못한 것이 전교조 중집의 결정과 조합원들의 ‘기간제 정규직화 반대 투서’
최저임금 관련한 이남신 씨 입장을 적극 지지한다는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최근 민주노총이 가장 열심히 한 투쟁이 통상임금 투쟁이었다”는 식으로 사실과도 다른 비판을 했다
통상임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정규직 조직 노동자들의 임금 투쟁에서 오히려 문제였던 것은 ‘노동귀족’ 운운하는 비판에 위축돼 노동조합들 스스로 투쟁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었다. 오히려 그런 소심함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성과연봉제 등 새로운 공격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한상균 집행부를 '전투적 노동조합주의'라고 비판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기대하고 약속한 만큼 전투적인 노동조합 투쟁을 이끌어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온건파 참가자들이 논리나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 설득력 없는 비판을 이어가니, 이날의 민주노총 비판은 유감스럽게도 노동운동 이기주의
특히, 신경아 한림대 교수는 정규직 양보론에 대한 양동규 위원장의 반박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이렇게 말했다. “차별 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무슨 자본의 수탈 운운? … 민주노총 같은 집단, 권력을 가지고 있는 그 집단들이 너무 성찰이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노동자들이 모아지지 않는 거예요. 중요한 책임은 그쪽에서 지셔야
민주노총을 싸잡아 차별 문제에 무지하다고 비판한 것은 참말도 아니고 특히, 근본적 페미니즘이 무리한 실천으로 노동운동 내 단결을 해치는 일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신 교수가 한술 더 떠, ‘정의당은 민주노총 말 듣지 말라’고까지 한 것은 부당했다. 이는 아마도 주최측인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나 김영훈 본부장이 이날 토론회에서 밝힌 정의당의 기조와도 맞지 않는 것일 테다.
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가야 한다는 이들은 노동운동이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영향력 없다”는 주장들을 반복했다. 그러나 그토록 사회적 영향력이 없다면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원회에서 섣불리 2천만 노동자 대표를 자임해도 되는지, 계급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나 있는지 앞뒤가 안 맞는데도 말이다.
노동운동이 고립됐다고?
이날 토론회에서 이런 온건 개혁주의 관점에서의 민주노총 비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토론자로 참여한 김승호 사이버노동대학 대표는 노중기 교수와 장석준 부소장의 발표가 체제의 개혁에 머문다고 비판하면서 노동운동은 “반제·반자본주의 진보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장 부소장에게 “진보정치는 왜 자기 반성을 하지 않는가” 하며 따지기도 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은 “자신의 힘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 몇 년 간, 부족한 점도 있지만, 민주노총의 투쟁이 박근혜의 노동개악을 막아 내고, 박근혜 퇴진 운동을 촉발시킨 등의 성과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스스로의 힘을 자각해야 앞으로의 과제도 정확히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 고임금 노동자의 임금 양보를 주문하는 것에 대해서도 양동규 위원장은 이렇게 반박했다. “
전교조 문제와 관련해서도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전교조 결정 비판하는 것에 공감”하지만 “전교조, 문제 있다, 문 닫아야 된다”는 식의 얘기로 가지 않아야 한다. 그러려면 “전교조 지도부가 지도력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전교조 운동의 조합원 대중의 상태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이 문제를 같이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최저임금 운동 평가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했다. “
토론회 전반에서 보인 온건파 참가자들의 신경질적인 태도는 조급함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이 노무현 때처럼 우경화할지도 모르니, 집권 초에 신속하게 노정
결국 이날 온건파들은 투쟁적 좌파 지도부를 자처하며 등장한 민주노총 현 집행팀이 노사정위 복귀를 주저하고 있는 것을 견제한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 대화
이들은 마치 온건파들이 하면 ‘대중적’이고 좌파들이 주도하면 ‘비대중적’이며, 노동이 뒤로 물러서야 대중적이 되고, 노동이 앞에 나서면 대중이 떠나간다는 식의 근거도 없는 도식을 교조처럼 반복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최신 조사 결과도 있다. 정의당 토론회 다음날 열린 9월 21일 한국노동연구원 주최 토론회에서는 “노동조합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노조가 불평등 완화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보다 62.2퍼센트 더 많았다. 민주노조 운동이 가장 강력했던 1989년 수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물론 그 이후로 긍정적 인식이 줄었다가 다시 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정홍준 연구위원은 지난 10년 동안 부당한 대우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고 고용안정의 보호막이 되는 등 ‘노조의 효과’를 인정하는 응답이 계속 늘어 왔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다른 정치적 약점들을 다 정당화할 순 없지만, 적어도 노동조합이 사회적으로 고립됐고 지지도가 별로 없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음이 심지어 국책연구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아래서도 개혁을 얻어 내려면 노동자 대중이 스스로 싸워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기층에서 진정으로 좌파적인 조직들을 건설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주의를 극복할 진짜 계급정치이고, 혁명적 좌파가 해야 할 임무다. 사회적 대화론자들은 협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