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표 칼럼 촛불로 막은 ‘쇠고기 전면 개방’, 한미FTA 재협상으로 무너진다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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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2호 | 발행 2009-03-28 | 입력 2009-03-26

멀리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 ‘광우병 각설이 타령’이 들려온다. “얼씨구나 들어간다. 절씨구나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광우병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허어 미국 쇠고기가 들어간다. F자 한 자나 들고나 보니, 한미FTA 선결조건 30개월 이상 쇠고기 보이누나.”

미국의 상원과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쇠고기와 자동차를 빨리 선물로 가져다 바치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한미FTA를 미국 의회에서 비준하려면 쇠고기와 자동차 재협상이라는 일종의 통과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적으로 중단시킨 지난 2008년 촛불시위의 성과가 완전히 무력해질 위험에 빠졌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한미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4월 18일 미국 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 국제수역사무국(OIE) 기준에 따라 쇠고기 수입조건 협상을 급히 마무리 지었다. 수입을 금지했던 30개월 이하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 부위를 풀어 줬고, 광우병 위험 우려가 제기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까지 수입을 허용했다. 분노한 국민들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 그리고 검역주권을 포기한 졸속적이고 굴욕적인 협상을 폐기하라며 촛불을 들고 저항했다. 전 국민적인 항쟁에 직면한 이명박 정부는 두 차례 대통령 사과를 하고 추가협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한국의 수입업자들과 미국의 수출업자들이 민간자율 방식으로 30개월 미만의 쇠고기만을 한시적으로 수입한다는 미봉책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경기 침체를 넘어서 세계적인 경제 공황으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미국 축산업계는 유가, 곡물가 등 원료 가격 상승과 미국 내수용ㆍ수출용 쇠고기 판매 부진으로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이러한 위기를 모면하고자, 미국 축산업계를 장악한 타이슨 푸드, 카길, 스위프트 등 초국적 농식품 거대기업은 광우병 위험 때문에 수입이 중단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입재개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들은 한미FTA를 자신들의 경제적 위기를 타개할 호재로 여기고 있다.

한국은 2007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미국산 쇠고기를 5만 7천2백67톤 수입했다.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모는 멕시코(39만 6천65톤), 캐나다(15만 4천7백98톤), 일본(7만 4천1백19톤)에 이어 세계 4위다. 한국의 수입량은 고작 6개월치기 때문에 이를 1년으로 환산하면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로 뛰어 오른다. 미국 축산업계를 더욱 고무시키는 일은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이 실현되지 않으면 미 상원에서 한미FTA 비준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촛불 교훈을 무시하는 MB

지난해 촛불 정국에서 이명박 정부는 일본과 대만 등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을 한국과 비슷하게 완화할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한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홍콩 등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은 2009년 3월 현재까지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 대만과 홍콩은 30개월 미만의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하고 있으며, 모든 연령에서 광우병 특정위험물질을 반드시 제거하도록 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완전히 금지하고 있으며, 일본은 여전히 수입조건을 20개월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다.

정부 측 관변과학자들은 광우병이 5년 내에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질병이라고 예언했지만, 쇠고기 수입재개를 앞두고 있는 캐나다에서도 몇 달 전 광우병이 발생했다. 지난 3월 6일에도 스페인 북부의 항구도시 산탄데르에서 26세 젊은 여성이 인간광우병으로 사망했다.

역주행으로 악명 높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세계 경제 위기를 초래한 근본 원인으로 지탄받는 무분별한 신자유주의 정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한미FTA 체결에 목을 매달고 있다. 만일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지난해 촛불시위의 교훈을 무시하고 또다시 미국의 요구에 굴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30개월 이상의 미국산 쇠고기를 전면적으로 수입한다면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제2의 촛불시위를 불러올 것이다. 2009년 세계경제 위기 속에서 ‘쥐잡기 촛불 타령’이 들려올 것이다. “얼씨구나 들어간다. 절씨구나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촛불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허어 광우병 쥐잡기 들어간다. M자 한 자를 들고나 보니 쥐덫과 쥐약이 보이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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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표 칼럼] 촛불로 막은 ‘쇠고기 전면 개방’, 한미FTA 재협상으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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