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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차 핵실험:
미국의 대북 압박ㆍ무시 정책이 부른 위험한 결과

오늘(5월 25일) 오전 북한은 2006년 10월에 이어 두 번째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번 핵실험은 예고된 것이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로켓 발사를 비난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추가 발사를 경고한 바 있다.

물론 핵개발·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군사력 증강은 강대국들간 군사적 경쟁을 더욱 고조시키고 그 대가로 평범한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희생시키므로 진정한 반제국주의 운동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다.

그럼에도 강대국들의 북한 비난에 동조할 수는 없다. 오바마는 북한 핵실험이 “국제 평화를 위협”한다고 비난했지만, 국제 평화를 위협한 훨씬 더 큰 책임은 미국 자신에게 있다. 미국은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이라크 등지에서 전쟁과 점령을 계속하고 있다. 또한 미국은 1만 기가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핵무기를 실전에서 사용한 유일한 국가다.

미국의 핵 정책은 위선적이다. 미국은 북한의 핵실험을 비난하지만 대표적 친미국가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핵무기는 용인하고, 중국 포위를 위해 동맹으로 끌어들이려는 인도의 핵실험도 용인해 줬다. 바로 이런 미국의 위선적 핵 정책이야말로 핵 확산의 주범이다.

게다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강대국 특히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이 낳은 위험한 결과다.

1991년 걸프전 승리 이후 미국은 북한 핵을 빌미로 압박을 강화했고, 이는 1994년 전쟁 일보직전까지 나아갔다. 제네바 합의 이후 가까스로 전쟁 위기를 넘겼지만, 북한은 1998년 미사일 발사로 대응했다.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은 부시 정부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이라크·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심지어 핵 선제공격 대상에 올린 이후였다. 2003년 이라크 전쟁은 미국의 위협이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만들었다. 당시 미국 네오콘들은 “우리는 이라크 공화국 수비대를 쳐부쉈다. 우리는 북한군에 대해서도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식의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그래서 북한은 “국제 여론도 유엔 헌장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막지 못했다. … 그 어떤 첨단 무기에 의한 공격도 압도적으로 격퇴할 수 있는 막강한 군사적 억제력을 갖추어야만 전쟁을 막을 수 있다”(이라크 전쟁 직후, 북한 외무성 성명)고 여기게 됐다.

2003년 여름 무렵 이라크에서 저항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이라크에서 수렁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미국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게 됐다. 그러나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 때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을 내밀어 협상을 지연시키거나 핵·미사일·인권 등을 빌미로 압박을 지속했다.

북한이 6자 회담에 별 매력을 못 느끼게 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이라크 수렁에 빠져 있는 미국이 자신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이용해, 부시가 재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05년 2월 핵무장 선언을 하게 됐다.

그 뒤에도 이 패턴은 반복됐다. 북한의 핵무장 선언 이후 미국은 2005년 9월 19일 베이징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대가로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권리”를 “존중”하고 에너지를 지원하기로 합의해야만 했다.

그러나 미국은 다시금 회담 결과를 무시하고, 대북 금융 제재를 지속함으로써 2006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연이은 핵실험을 불렀다.

그 이후 2007년 2·13 합의와 2008년 10월 테러지원국 해제가 있었지만, 동시에 미국은 다시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핵 폐기’를 요구하며 북한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오바마 정부 또한 북한의 키리졸브 훈련 중단 요구를 무시하고 엄청난 대량살상무기를 동원한 군사 훈련을 강행했다. 북한이 이 훈련 강행 여부를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가늠하는 척도로 여기겠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이렇듯 지난번 북한의 로켓 발사와 이번 핵실험은 2006년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당시와 꼭 마찬가지로 그동안 누적돼 온 미국의 대북 압박·무시 정책에 대한 대응인 것이다. 따라서 강대국들의 북한 비난과 제재 시도는 노동자·민중의 이익과는 무관한 위선일 뿐이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명박 정부 또한 북한 핵실험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또한 개성공단 이외 지역에 대한 방북을 모두 불허하겠다는 냉전적 조처를 내놓았다. 지난 로켓 발사 이후 추진하려다 유보한 PSI 전면 참가, MD 추진 등의 정책을 이번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재가동할 수도 있다.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한 한국 정부의 군사력 증강은 일본과 중국 등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할 수 있다.

지난 번 로켓 발사 직후 〈레프트21〉이 예측했듯이 이명박 정부는 로켓 발사 이후 진보진영 활동가들을 탄압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활동가들을 친북 혐의를 씌워 탄압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진보진영은 북한에 대한 견해와 관계 없이 북핵을 빌미로 한 국가보안법 이용 마녀사냥에 공동으로 맞서 싸워야 한다.

근본에서 북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강대국들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의 산물이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중국·러시아 등 강대국들을 상대로 자국의 패권을 천명하기 위해 북한 위협을 부추기고 이를 빌미로 동아시아에 개입해 왔다. 그리고 북한은 이 과정에서 가해지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 군사적 경쟁이라는 체제의 논리에 따라 대응해 왔다. 그 과정에서 북한의 평범한 주민들의 삶은 군사적 경쟁 논리에 종속됐다.

따라서 동아시아의 항구적 평화와 평범한 북한 주민 대중의 삶을 지키려면 패권을 위해 군사적·경제적 경쟁을 일삼는 제국주의 체제의 논리에 근본적으로 도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