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표 칼럼 선진일류국가, MB가 꿈꾸는 끔찍한 세상

박상표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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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16호 | 발행 2009-10-10 | 입력 2009-10-08

G20 정상회의 유치하면 국격이 높아진다고?

이명박 대통령은 자리 대부분이 텅 빈 UN총회 회의장에서 꿋꿋하게 혼자서 연설하며 생뚱맞게도 북핵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을 제안했다. 미국과 사전조율도 하지 않고 아마추어 방식으로 내놓은 이 제안을 두고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조차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뭔가 그럴싸한 한 마디로 ‘원 샷’을 노렸다가 체면만 구긴 셈이다.

그러다가 내년 11월 G20 정상회의를 국내에 유치함으로써 구겨진 체면을 다시 세워 ‘한건’을 올리게 됐다. 이것을 두고 이명박 대통령은 유치찬란한 자화자찬에 여념이 없다. 그는 1년 3개월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G20 정상회의 유치는 한 마디로 이제 대한민국이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 중심에 서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한술 더 떠 “국민들의 희생과 노력의 성과인 G20 회의 유치를 국격을 확실히 높이는 계기로 삼자”면서 “선진일류국가 건설을 위해 힘을 합쳐 나가자”고 호들갑을 떨기까지 했다.

G20은 특별한 구속력이 있는 결정이나 협정을 만들지 못하는 비공식 포럼에 불과하다. G7이나 G8에 들지도 못한 채 G20 정상회의를 유치한다고 국격이 얼마나 높아질까. 지난 4월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영국의 국격은 어떻게 되었나? 영국은 현재 경제 위기에 빠져 1970년대 이후 최악의 재정난에 직면해 있다. 최근 유출된 영국 재무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금융위기에 맞서 영국 정부가 실행한 유례없는 재정지출로 정부 재정은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약 9.3퍼센트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G20 회원국 멕시코의 국격을 보자. 멕시코는 한국보다 훨씬 일찍 미국과 FTA를 체결했으며, WTO 각료회의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회의를 유치했다. 어디 그뿐인가.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은 G20 국가 중에서 터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멕시코는 극단적인 신자유주의로 인해 심각한 사회양극화의 중병을 앓고 있다. 전 국민의 50퍼센트 가량이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2009년 돼지독감 대유행으로 2백 명이 넘게 사망했다.

건설회사 CEO 출신 이탈리아 총리의 언론장악

이탈리아는 G7 국가에 속한다. MB식 정의에 의하면 ‘선진일류국가’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000년 <포브스>가 집계한 개인 자산 순위에서 이탈리아 1위, 세계 14위 부자로 기록된 CEO 출신 정치인이다.

그는 건설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후 민영방송사 미디어셋을 사들였다. 미디어셋은 현재 이탈리아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유명 축구구단인 AC 밀란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그는 이렇게 막대한 재산을 축적하는 과정에서 돈세탁과 탈세, 세무관련자 매수 등의 탈법행위를 저질렀다. 각종 불법ㆍ탈법 혐의로 여러 차례 법원에 출두한 끝에 2년 9개월의 징역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총리에 당선한 베를루스코니는 공영방송인 라이(RAI)를 장악하기 위해 이사회 멤버 5명 중 3명을 자신의 측근으로 채웠으며, 자신의 오랜 심복인 사카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섹스 스캔들을 보도한 ‘라 레푸블리카’ 등 신문사 2곳에 대해 4백만 유로(약 69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수십만 명의 이탈리아인들은 총리가 “언론인을 위협하고 보도 내용을 조작하는 등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며 규탄시위를 벌였다.

이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이명박 대통령의 이미지가 서로 겹쳐 보일 것 같다.

그들은 건설회사 CEO 출신이라는 경력과 재산축적 과정의 각종 의혹과 법원 출두 사실, 언론을 대하는 태도 등에서 서로 친근감을 가지지 않을까.

MB 집권 이후 공영방송 KBS 이사회는 어떻게 되었는가.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폭로하며 MB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을 비판한 MBC PD수첩에 대한 소송은 몇 건이나 되는가. 선진일류국가 이탈리아와 선진일류국가를 꿈꾸는 대한민국에서 언론의 자유는 얼마나 선진화되었고, 어느 정도 일류가 되었을까.

MB산성 출입증 : 위장전입, 병역면제

선진일류국가의 끔찍한 미래를 보려면 콘테이너를 넘어 MB산성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MB산성은 여러 개의 출입증으로 출입을 관리하고 있다. 우선 위장전입 경력이 필요하다.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는 중범죄라고 믿고 있는 사람은 MB산성 안으로 들어갈 희망을 버리는 것이 좋다. 국무총리, 대법관, 노동부장관, 법무부장관, 방송통신위원장, 통일부장관, 환경부장관, 검찰총장 등 이명박 정부의 장관급 고위공직자 중 20퍼센트 이상이 위장전입 경력자로 밝혀졌다.

MB산성으로 들어가기 위한 둘째 출입증은 병역면제다. 홍성태 교수가 <프레시안>에 기고한 칼럼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운찬 총리, 정정길 대통령실장, 원세훈 국정원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일병 귀휴, 아들 면제), 강만수 경제특별보좌관, 윤증현 재경부장관, 정종환 국토부장관, 이만의 환경부장관, 김경한 법무부장관, 백용호 국세청장(이병 소집해제), 김황식 감사원장, 윤여표 식약청장 등이 병역을 면제 받았다. 참고로 일부 명단에서 오류를 확인한 청와대는 정정길 대통령실장의 아들은 육군 중위로 임관했으며, 이동관 홍보수석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육군 병장,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공군 중위로 각각 병역을 이행했다고 친절하게 설명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탈세, 표절, 투기경력도 MB산성 출입증을 확보하는 데 아주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투자의 달인으로 알려진 백희영 서울대 교수는 부동산 투기, 아들 병역 편법 판정 논란, 논문 의혹 등에도 불구하고 여성부장관으로 임명됐다.

MB가 꿈꾸는 선진일류국가 건설은 MB산성 밖에 사는 민중에게는 그야말로 끔찍한 지옥이 되고 말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년 G20 정상회의 때, 이러한 MB산성이 세계 중심에 서게 되면 진정으로 국격이 높아지고 선진일류국가가 건설되는 것인지 세계의 모든 대중에게 공개적으로 평가를 받아보자. 벌써부터 내년 11월 ‘G20 반대 촛불’의 거대한 물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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