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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핵에너지)이 기후변화의 대안인가③:
핵에너지는 비싸고 반환경적이며 위험한 군사 무기다

핵발전소를 늘려 기후변화를 멈출 수 없는 이유는 핵발전에 드는 비용이 너무 큰 반면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너무 적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 결과를 보면 핵발전은 지금까지 인류가 도입한 에너지 중 가장 비효율적이고 비싼 에너지다. 주요 투자자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어마어마한 정부보조금을 쏟아 부어도 “신용 위험이 너무 높아져서 대출 보증을 제공하는 연방법안일지라도 이를 극복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모건스탠리의 사무총장인 캐런 버드는 “우리는 계속 그 위험을 감수할 수 없으며, 투자회사들은 그 사태를 오래 기억한다”며 우려했다(헬렌 칼디코트, 《원자력은 아니다》, 양문, 2007년).

당장 한국에서 핵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만 해도 “현재 건설중인 8기의 원전 외에 … 10기의 발전소를 추가로 지어야 하지만 마땅히 자금을 조달할 방법이 없어 지난 7월까지만 2조 3천9백억 원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 같은 비용은 특별회계나 전기료에 전가되는 방식 등을 통해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이투뉴스〉, 2009년 8월 31일치.)

무엇보다 전 세계 어느 정부도 그 비용을 제대로 계산해 본 적이 없는 핵발전소 폐쇄 비용(수명이 다 되면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 한다)과 폐기물 처리 비용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비용이 든다.

핵발전소의 발전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게 산출되는 것은 이런 비용을 모두 배제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어떤 연구자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핵발전소를 운영하면서 지원된 정부 재정을 모두 포함해 발전 단가를 따져본 결과, 심지어 현재 가동중인 풍력 발전소에서 생산되는 전기보다 훨씬 비싸다는 결과를 얻기도 했다.

게다가 자연에 풍부한 바람, 햇빛과 달리 우라늄은 무척 귀한 광물이다. 핵발전이 확대될수록 원료 비용은 가파른 속도로 비싸질 것이다.

잠금효과

한편, 핵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보다 배출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핵산업은 우라늄 채취에서 수송, 농축, 재처리 등 그 공정 곳곳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한 예로 세계 우라늄 농축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켄터키 주의 파두카에는 오로지 우라늄 농축만을 위해 가동되는 화력 발전소가 두 개 있는데 각각 1천 메가와트 용량이다. 이는 어지간한 핵발전소의 발전 용량에 맞먹는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이 자주 인용하는 자료에서도 원자력의 전과정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0그램 정도로 경쟁 에너지인 해양풍력의 21그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이진우, 〈시민사회신문〉, 2007년 10월 22일치)

그리고 “핵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진정한 재생에너지에 필요한 투자를 늘리지 못하게 만드는 ‘잠금효과’를 낸다.”(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

따라서 핵발전 확대로 기후변화를 멈출 수 있다는 것은 순전한 거짓말일뿐 아니라 시장 논리에 비춰 보더라도 핵발전은 결코 효율적이지 않다.

이 점에서 〈한겨레21〉 793호와 796호에 실린 두 편의 글이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소 수출로 생겨날 경제적 이득에 대한 기대가 심하게 부풀려져 있다고 지적한 것은 옳다.

그러나 핵발전을 대안으로 삼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단지 경제성 때문만은 아니다. 핵에너지는 태어날 때부터 무기를 위해 태어났고 지금도 각국이 핵을 둘러싸고 벌이는 모든 활동은 그들의 핵무기 보유 동기와 분리돼 있지 않다.

또한 각국 정부들이 언제나 단기적인 경제적 동기로만 선택을 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도 현실과 다르다. 오바마 정부도 최근 조지아주 버크 카운티에 건설되는 원자력 발전소 두 기에 83억 달러의 대출 보증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프레시안〉, 2월 17일치).

따라서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소 수출을 단순히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는 식으로만 비판하는 것은 핵발전 확대 계획의 진정한 동기와 그것이 낳을 위험을 간과하는 것이다. 핵발전소 수출 계약이 성사된 뒤 〈한겨레〉 사설의 논조가 하루 만에 수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바뀐 것도 이런 관점과 관계가 있는 듯하다(〈레프트21〉 22호에 실린 ‘아랍에미리트 핵 발전소 건설 수주, 좋아할 일 아니다’ 기사를 보시오).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중동에 핵을 들여 놓는 것은 어마어마한 위험을 낳을 것이다. 설사 발전소 건설로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수익을 올리더라도 이는 핵발전소 수입 국가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것이다.

한국의 반핵운동은 수익성 논리에 갇히기보다는 핵 자체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이명박 정부의 핵발전 확대 정책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