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스스로 익히는 마르크스주의 기초 개념:
비판적 지지란 무엇인가?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나아가 세상을 변혁하려는 독자들을 돕고자 마르크스주의 기초 개념들을 알기 쉽고 간단하게 설명한다.

우선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말하는 비판적 지지를 자민통 진영이 말하는 ‘비판적 지지’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 자민통 진영은 예컨대 2002년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부르주아 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하자고 주장했다. 이는 자본가 정당을 사실상 무비판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뜻했다. 그들은 무원칙한 계급동맹을 이런 식으로 정당화했다.

반대로, 마르크스주의자들의 비판적 지지는 “입에 칼을 물고 웃기”, “안에서 비판하기”,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두 말하기”라는 말로 표현된다.

사회주의자들이 원칙을 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자본주의는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기 위해 진실을 은폐하므로 현실은 모순적이다.

비판적 지지는 원칙과 현실이 충돌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임금 체제를 원칙적으로 반대하지만 임금 인상을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한다. 원칙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대중의 지지를 획득할 수 없다.

마르크스는 상반된 두 가지 명제를 말했다. “사회의 지배적 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다.” “노동자 계급의 해방은 노동자들 자신의 힘으로만 이룰 수 있다.”

첫째 명제만이 진실이라면 혁명적 사회 변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둘째 명제만 진실이라면 노동자들이 항상 저절로 단결하게 될 테니까 사회주의자들은 할 일이 없다.

두 명제는 다 옳고, 현실의 두 측면을 표현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투쟁을 통해서만 지배 이데올로기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잠재력을 현실화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비판적 지지의 관점에서 운동과 쟁점에 개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마르크스주의자는 기존의 경쟁 교육에 맞선 혁신학교 실험을 무조건 지지한다. 무엇보다 경쟁 교육에 대한 반감과 진보적 교육을 바라는 대중의 열망에 공감한다.

동시에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혁신학교 사업을 투쟁 대체 수단으로 여기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혁신학교 확대만으로 교육 불평등과 입시 경쟁 폐해를 저절로 없앨 수는 없다. 혁신학교 실험은 급진적 교육 개혁을 위한 투쟁과 결합돼야 한다.

바리케이드

이것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수많은 운동에 취하는 일반적 태도의 한 사례일 뿐이다.

흔히 어떤 운동을 지지하면 그것을 비판해서는 안 되고, 비판하면 진정으로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여긴다.

사회주의자들은 어떤 운동이나 투쟁을 운동의 지도 이념이나 전술이 아니라 그 운동에 참가하는 사회세력과 운동의 잠재력에 따라 판단한다.

비판적 지지 문제는 계급의 바리케이드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투쟁을 지지하는 것은 그 투쟁에서 바리케이드 한편에 선다는 것을 뜻한다.

진보대통합의 사례를 들어보자. 우리는 진보대통합을 지지해야 한다. 자본가 정치가 지배하는 공식 정치에서 진보정치가 의미 있으려면 진보세력이 단결해야 한다.

개혁주의자들이 주도하거나 민주대연합으로 나아갈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이유로 진보대통합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단결의 힘이 약화될 것이다. 결국 진보진영의 분열은 우파들의 사기만 키우고 그들만 이롭게 할 것이다.

그러나 원칙적인 좌파라면 진보대연합을 오른쪽으로 끌고 가려는 개혁주의자들의 시도에 반대하면서 진보진영의 단결을 지지해야 한다. 무비판적이어서는 안 된다. 비판을 삼가는 것은 마르크스주의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고 결국 노동계급의 이익을 방어하지 않는 것이다.

진보대연합을 민주대연합에 종속시키며 민주당에 대한 헛된 환상을 부추기는 것은 선거라는 작은 전투에서 승리하려고 투쟁 동력을 갉아먹고 계급투쟁이라는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을 자초할 뿐이다.

이처럼 비판적 지지는 현실의 운동과 쟁점에 부단히 개입하려고 노력할 때 빛을 발한다. 사회주의자들은 끊임없이 현실의 차가운 물에 발을 푹 담궈야만 비판과 지지의 균형을 이룰 수 있다.

비판적 지지는 마르크스주의 조직이 지도력을 발휘하는 방식이다. 지지와 비판 양자의 결합은 종파주의나 기회주의 둘 모두의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