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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수] 민주노동당 ‘사회주의’ 강령 삭제에 반대하는 이유

임승수 씨가 민주노동당 당원 게시판에 올린 글을 소개한다. 

#1

‘사회주의’ 문구 때문에 부담스러워서 입당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있단다. 그래서 ‘사회주의’ 문구를 삭제하면 그런 사람들이 입당하는 데에 부담이 적어진다고 한다. 어이가 없다. 강령은 선전선동의 수단이 아니다. 사람 좀 더 꼬실 수 있다고 강령을 바꾼다는 발상은 과연 어떻게 나오는 것인가? 강령은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은 글이다. 많은 대중들이 북한을 싫어한다고 해서 우리가 강령에 대중추수 식으로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을 강령에 담을 수 있는가?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입당하는 데에 부담이 적어진다고 해서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당연히 할 수 없다. 왜냐고? 우리는 외세의 영향력을 걷어내고 남과 북의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통일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솔직해 졌으면 좋겠다. ‘사회주의’ 문구를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대중이 아니라 ‘사회주의’ 문구 삭제를 추진하는 사람들이다.

#2

필자도 2006년에 지방선거에 출마했을 때 주민들에게 사회주의 하자고 선전선동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이 지역 주민의 진정한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상식선에서 호소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궁극적으로 실현할 가치는 사회주의적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단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물론 사회주의를 한 순간에 성취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 길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 나가는 과정 그 자체가 사회주의일 것이다. 적어도 필자는 항상 그렇게 생각하고 실천해 왔다. 강령은 선전선동의 수단이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담은 글이다. 그런데 강령을 선전선동의 도구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사람들에게 제안을 하나 하고 싶다. 대중들이 북한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높으니 이제 ‘반북’의 기치를 강령에 담자고. 왜냐고? 그들에게 강령은 선전선동의 수단이니까. 뭐 아무렴 어떻겠는가? 표만 많이 얻으면 되지. 안 그런가?

#3

사실 서유럽 대부분의 좌파 정당들이 비슷한 경로로 우경화되어 왔다. 대중들이 부담스러워 한다는 구실을 들어, 사실은 자신들이 부담스러운 가치를 하나하나 강령에서 삭제해 왔다. 그리고 현재 서유럽에서는 제대로 된 좌파 정당은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됐다. 영국 노동당은 아예 이라크 전쟁에 가담하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다. 우리가 민주노동당의 이름을 걸고 이 길을 가야 하는가? 신자유주의가 퇴조하고 전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좌선회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중남미의 경우는 대부분의 나라들에 사회주의적 가치를 실현해 나가는 정부들이 들어섰다. 물론 그들이 지금 당장 완성된 사회주의를 건설한 것은 아니지만 21세기 사회주의의 기치를 들고 그 길에서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수세적으로 ‘사회주의’를 강령에서 걷어내는 것은 도대체 어떤 현실 판단에서 나오는가?

#4

개인적으로 필자는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주의적 가치를 대중화하기 위해서 가능한 한 모든 노력을 다 해왔다. 그런데 당의 ‘사회주의’ 문구 삭제 움직임을 보면 지금까지 나의 노력은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에 힘이 빠진다. 당장 〈조선일보〉가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 강령 삭제를 다뤄주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대통령은 이런 얘기를 했다. ‘개들이 짖는 것을 보니 내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군.’ 자신의 행동에 보수언론과 외신들이 비난을 할 때마다 오히려 그것을 자신이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로 삼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민주노동당의 ‘사회주의’ 강령 삭제를 두둔하는 뉘앙스의 기사를 쓴다. 개들이 짖는 것이 아니라 꼬리를 흔들고 있다. 이 신호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