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평, 《기후변화와 자본주의》 쉽고 명쾌하게 손에 잡히는 대안을 제시한다

김종환 (옮긴이,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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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61호 | 발행 2011-07-16 | 입력 2011-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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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중에는 자본주의나 현대 문명에 비판적인 책들도 많다. 그런 책들은 대개 다국적기업들의 악행을 폭로하고, 대량생산과 기술발전이 인간을 위협한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이렇게 접근하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싸움이 소수 기업들의 횡포에 맞선 저항으로 환원되거나, 반대로 문명 전체를 비난하며 “결국 우리 자신이 문제였다”라는 결론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반면, 이 책은 마르크스주의 입장에서 기후변화를 분석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를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서로 영향을 끼치며 결합된 것으로 봤다.  

최초의 기후전쟁, 수단 다르푸르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난민이 된 사람들 ⓒ사진 출처  국경없는의사회

거대한 생산력을 자랑하는 다국적기업들을 추동하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 생산관계, 즉 경쟁과 축적논리다. 저자는 ‘기름 먹는 하마’인 SUV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과정을 분석하면서 이를 생생히 보여 준다.

비록 생산력과 생산관계가 서로 결합돼 있지만 동전의 양면이 붙어 있다고 해서 앞면이 곧 뒷면인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문제는 사회를 계급으로 나뉘어 놓은 자본주의 생산관계이지, 생산력 자체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태양과 바람으로 깨끗한 에너지를 지금보다 수백 배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생산력을 막고 있는 범인은 바로 자본주의 생산관계다. “노동자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조금도 없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메시지 중 하나다.

더구나 이 책은 생산력과 생산관계 같은 생소한 용어를 쓰지 않고서도 이런 주장을 쉽고 명쾌하게 펼쳐 놓는다. 

아주 쉬운 언어와 직관적 사례들로 딱딱한 사회과학 용어를 대신하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의 ㅁ’도 몰라도 전혀 문제없이 읽을 수 있다. 현장 노동자들을 상대로 기후변화 캠페인을 수년째 조직하고 있는 저자의 내공이 느껴진다. 

대안이 아주 구체적인 것도 이 책의 강점이다.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와 정부 보고서들을 인용하면서, 이미 보급된 기술만으로도 일국적 규모를 뛰어넘는 재생가능에너지 공급망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며 간헐적 정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문제는 자본주의가 가하고 있는 제약 — “안전한 이윤이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다” — 을 어떻게 극복하냐는 것이다.

“사람들이 변하겠냐”는 의문에 대해서도 답을 제시한다. 미국에서 어떻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생산을 규제하고, 일부 물품에 대해 배급제를 시행하고,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는지를 보여 준다. 파괴를 위해서가 아니라(그 전쟁으로 4천만 명이 죽었다) 수십억 명을 살리기 위해서도 이런 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는 투쟁을 낳을 것이다. 그것은 지배계급이 던져주는 부스러기를 놓고서 노동자들끼리 서로 죽이고 짓밟는 생존‘투쟁’이 될 수도 있고, 직종과 국경을 초월해서 노동자들이 지배계급에 맞서는 계급투쟁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은 2005년 미국을 강타했던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아프리카의 빈국인 수단 다르푸르에서 벌어진 내전 — 둘 다 기후변화가 원인이었다 — 의 비극적인 역사를 통해 기후정의운동의 과제를 제시한다. 이 책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인데, 반자본주의적 전망을 가진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건설하는 것이 왜 사활적인지를 실제 역사를 통해 보여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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