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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은 모두 테러분자인가?

[편집자] 김선일 씨 피살 사건 이후 한국내 이슬람 사원과 단체들에 폭파와 살해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이런 행위는 무슬림 전체를 테러리스트로 보는 데서 비롯한다. 이슬람 전문가인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이희수 교수가 그런 편견을 분쇄한다. 이희수 교수의 저서 가운데는 대표적으로 <이슬람> (개정판, 2002년, 청아출판사)이 있다.

나는 그럭저럭 25년을 중동지역에서 살거나 매년 몇개월씩 조사를 다녔다. 그렇지만 나는 그들을 무지막지한 테러리스트나 호전적인 광신도로 느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들은 길 가는 나그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주고, 기꺼이 자신의 잠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들이다. 비록 가난하게 살아도 비굴하지 않고 “공동체에 단 한 톨의 양식이라도 남아 있는 한, 굶주리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삶의 철학을 가슴으로 새기고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 지구상에 아랍 유목 전사인 베두인족이 살아 있는 한, 세상 여자들은 살아갈 보람을 느낀다”고 일찍이 오지 여행가 한비야 님은 그들을 예찬하지 않았던가?

껍데기

그런 그들이 왜 테러리스트로, 잔혹한 반인륜적 범죄자로 비난받아야 하는가?

이번 김선일 씨를 납치해 살해한 〈일신과 성전〉이라는 단체도 이슬람의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이슬람의 종교적 가르침과는 거리가 먼 폭력 정치조직이다. 이슬람은 어떤 조건, 어떤 상황에서도 무고한 민간인의 납치와 살인을 금하고 있다. 그들의 잔혹한 살해방식도 이슬람에서 허용되지 않은 방식이다. 이슬람권 최고의 종교적 권위를 가진 이집트 알 아즈하르 대학교의 그랜드 세이크를 비롯해 양식있는 이슬람 세계 지성들 모두가 한결같이 그 테러조직의 반이슬람적, 반인륜성을 이미 공표한 바 있다.

김선일 씨가 피살된 다음 날, 나는 조사차 서울 한남동에 있는 이슬람사원에 있었다. 다섯 대의 전화에서 잠시도 쉴 새 없이 전화가 울리면서 갖은 욕설과 협박, 종교적 모멸감이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극렬분자들은 이슬람사원을 폭파하겠다고 하고, 심지어 흉기를 들고 모스크 담을 넘어 공격을 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여직원은 울먹이면서 왜 자신들이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반문하고 있었다.

서방 언론들은 이슬람과 테러를 동일시하는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 부당한 이슬람권 침략의 정당성을 찾고, 그 과정에서 무수히 죽어나가는 민간인 학살을 테러분자를 색출하기 위한 불가피한 희생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일부 국내 보수언론들도 때를 만난 듯이 테러분자를 응징하기 위해서라도 파병을 더는 늦추어서는 안 된다는 논조를 일제히 실었다. 이 참에 전투병 파병을 더욱 강화해야 된다는 주장도 있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전 지구촌이 반대하고 온 인류가 공감하는 가장 추악한 침략 전쟁이다. 테러 무풍지대이던 이라크는 미국의 침략으로 미국 타도를 외치는 전 세계 테러조직들을 새로 불러들여 테러의 메카로 변신하고 말았다.

미국이 내건 ‘테러와의 전쟁’으로 지구촌은 더욱 많은 테러에 시달리면서 평화 대신 대를 이을 증오와 적대감의 응어리를 심어 주고 있다. 부시 대통령과 그의 충성스런 강성 네오콘들 때문에 지구촌 전체가 이렇게 위험하고 불안에 떨었던 시대를 인류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다.

극렬 테러의 근본 원인이 미국의 잘못된 중동정책, 더구나 국제법을 밥먹듯이 유린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애와 군사적 지원이 빚어낸 불행한 응어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수천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군사적 침공으로 제국의 야욕을 넓혀 가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가난하고 소외받는 팔레스타인과 아프가니스탄, 나아가 아프리카 등지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경제적 원조야말로 테러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식이라는 사실을 미국은 이제라도 진지하게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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