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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오바마가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의 수장을 뽑는 선거인 만큼 미국 안팎에서 관심이 뜨겁다.

특히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버락 오바마는 국내외에서 꽤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7월 독일 베를린에서는 오바마의 연설을 듣기 위해 20만 명이 운집했고, 8월 25일부터 미국 덴버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주당 전당대회는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 47세의 젊은 흑인 정치인에게 주목하는 것일까?

이는 무엇보다 광범한 반(反)부시 정서 덕일 것이다. 지난 2006년 중간선거 참패 이후 사실상 ‘레임덕’에 빠진 부시는 최근에도 지지율 30퍼센트를 넘지 못하고 있다.

오바마는 사람들이 왜 부시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오락가락하고 모호한 언어로 부시의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며 16개월 안에 이라크에서 철군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라는 데서 오는 이미지도 한몫 했다. 인종차별이 뿌리 깊이 아로새겨진 나라에서 이민자 출신의 자수성가한 대통령 후보만큼 ‘아메리칸 드림’을 생생히 보여 주는 사례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오바마를 지지하는 사람 중에는 여성·빈민·청년·흑인·이주민 등 오랫동안 주류 정치에서 소외돼 온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과연 오바마가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반전 후보?

그는 민주당 경선 과정 내내 자신은 힐러리 클린턴과 달리 이라크 전쟁을 처음부터 반대했다며 진정한 ‘반전 후보’임을 자임했다. 그러나 그는 이라크 전쟁을 일관되게 반대하지는 않았다.

2004년 상원의원으로 당선한 뒤 오바마는 이라크 전비를 조건 없이 승인해 달라는 부시의 요청을 2005년과 2006년 연거푸 지지했고, 미국 내 반전 운동을 탄압하는 데 이용돼 온 ‘애국자법’의 연장에도 찬성했다.

16개월 안에 이라크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주장도 내용을 뜯어보면 사람들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다. 정확히 말해 그는 이라크 주둔 미군 가운데 “전투 여단”만을 철군하겠는 것이다. “전투 여단”을 제외한 약 6만~8만 명의 미군은 16개월 뒤에도 이라크에 남아 “알카에다 잔당들을 소탕하고, 이라크 주재 미국인들을 보호하고, 이라크 군인들을 훈련시킬 것이다.”

“전투 여단”이 떠난 자리는 ‘블랙워터’ 같은 사설경호업체 ─ 2007년 9월 바그다드 시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무고한 이라크인 17명을 숨지게 했다 ─ 들이 메울 예정이다. 그나마 16개월 내 “전투 여단” 철수 약속조차 “이라크 현지 군 사령관들과의 대화를 통해 … 좀더 세련되게 수정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라크에서 철수한 “전투 여단”은 어디로 가는가? 오바마는 말한다. “우리는 더 광범한 전략적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심지어 그는 파키스탄 영토에서 군사 행동까지 추진할 태세다. “파키스탄에 은신해 있는 테러조직이 미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만 있다면, 파키스탄 정부의 동의 여부와 관계 없이 미군을 투입할 수 있다.”

오바마의 이 주장은 이런저런 압력에 밀려 2011년까지 이라크에서 철군을 완료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주변 동맹들에게 아프가니스탄 파병을 구걸하고 다니는 부시와 비교해 봐도 딱히 더 낫다고 하기 힘들다.

이란 핵에 대한 오바마의 견해를 살펴봐도 부시와 별 차이가 없긴 마찬가지다. “이란의 공격으로부터 미국과 이스라엘을 지키기 위해 군사적 해결 방안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

테러와의 전쟁

오바마는 전쟁을 끝내겠다는 게 아니다. 자신이 부시나 매케인보다 더 성공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월스트리트저널〉의 한 보수적인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11월에 누가 승리하든, 미국의 현재 대외정책은 다음 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오바마와 메케인은 모두 부시가 전술적으로 미숙했다고 지적할 뿐 ‘테러와의 전쟁’ 자체를 거스를 생각은 없다.”

그래서 최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한때 매케인보다 10퍼센트 넘게 앞서던 오바마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핵심적으로는 민주당 경선 이후 미국 지배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오바마의 ‘우경화’ 행보 때문인 듯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오바마는 자신에 대한 미국 주류 사회의 보수적 비판을 무마한답시고 더 ‘우경화’하는 길을 택했다. 자신의 러닝메이트이자 부통령 후보로 상원의원 조지프 바이든을 낙점한 것이다.

바이든은 공화당 대선 후보 매케인도 “좋은 친구”라며 환영할 정도로 민주당에서 가장 호전적인 인물 중 하나다. 그는 1999년 상원에서 매케인과 주도해 이른바 ‘코소보 결의안’을 통과시켜 클린턴 정부의 군사적 개입을 도왔고, 2002년에는 부시의 이라크 침공 계획을 적극 지지했다. 2005년에는 “나와 매케인은 지난 2년 동안 증파를 요구해 왔다”며 이라크 수렁에 빠진 부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따라서 진정 전쟁을 끝내고자 하는 사람들은 오바마와 민주당에게 기대해선 안 된다.

미국 주류 정치의 양대 축 중 하나인 민주당은 공화당과 마찬가지로 그 기반이 대자본가들에게 집중돼 있다. 그래서 이 정당의 엘리트들은 미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보다 미국 기업의 이윤을 지키는 데, 나아가 미국 제국주의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최우선 순위를 둔다.

민주당이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에 다소 비판적인 듯한 입장을 취하게 만든 힘은 아래로부터 반전 운동에서 나왔다. 이라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계속되는 제국주의 점령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또 이란으로 확대될지 모를 “테러와의 전쟁”을 끝장내기 위해 우리는 앞으로도 강력한 반전 운동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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