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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사기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9월 19일“기후변화대응 종합기본계획(이하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소위 “저탄소 녹색성장”의 세부안이 발표된 것이다.

이번 종합계획에는 몇 가지 ‘명박스러운’ 대목들이 먼저 눈에 띤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은 핵발전 비중을 전체 발전의 60퍼센트로 늘리고 핵발전소를 매년 2개씩 외국에 팔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는 핵발전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핵발전은 우라늄 채굴과 추출, 운송과 가공, 원자로를 밀폐할 거대한 콘크리트 건축물과 폐기물 저장소 관리까지의 모든 과정을 담당하는 핵산업 기반시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며 이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엄청나다.

핵발전 옹호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고의로 누락시키는데, 이는 마치 수돗물은 수도꼭지에서 나온다고 하면서, 상수원과 수도 관리는 무시하는 것과 같다.

24만 년

핵발전이 안전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핵발전은 초고온의 원자로가 녹아내릴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한국의 경우, 지난 5년간 발전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할 정도의 사고가 40건 이상 있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내진 설계를 자랑하는 일본에서도 지진으로 냉각수가 유출되는 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게다가 핵폐기물은 무려 24만 년 동안 밀폐된 채로 관리돼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투자를 늘리겠다지만 이명박 정부의 신·재생에너지에는 기후변화 방지 효과가 거의 없는 폐기물 발전과 수소 에너지, 그리고 생태계 파괴가 큰 대형 수력발전까지 포함된다. 진짜 재생에너지 비중은 극히 일부분이다.

게다가 EU와 중국의 2010년 목표 수준(11퍼센트)을 이들보다 20년 늦은 2030년에야 충족하겠다는 계획이 어떻게 “획기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린홈 1백만 개” 건설 계획은 경제에 이어 온실가스도 부동산으로 잡겠다는 식이다. ‘그린홈’을 누구에게 얼마에 제공할 것인지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서민들이 구입할 수 없는 강부자용 집을 짓겠다는 생각이라면 기후변화 해결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 새로 짓는 건물이 몇 가지 에너지효율 조건을 만족시키면 규제를 완화한다는 내용뿐이다.

종합계획은 기존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시 일정도 1년 미뤘다. 환경문제에 둔감하기로 악명 높은 중국마저 지난해 6월에 감축 목표를 밝힌 바 있는데 말이다.

무엇보다 ‘종합계획’은 에너지 소비 절약을 기업들의 ‘자발적 실천’에 맡기겠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경쟁상대보다 더 많은 이윤을 남겨야 살아남는 시장의 압력 속에서 기업들은 결코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이윤을 줄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온난화 대응에 앞장서겠다던 전경련은 올해 정부가 입법예고한 처벌조항조차 없는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제에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이명박 정부는 이를 백지화했다.

이명박 정부는 탄소세가 “분야별·계층별 부담률이 크게 변화되지 않도록 조세 중립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재계를 달래려 하는데 ‘중립적’인 세금은 서민과 노동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탄소세나 유류할증료 같은 비용은 재벌과 부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부담해야 한다. 지금까지 온실가스 배출로 이득을 본 것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종합계획에는 녹색 소비양식 유도, 교육과정 반영처럼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단기 과제”들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미 국민들의 95퍼센트는 ‘기후변화 문제가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고 ‘76퍼센트는 한국이 선진국에 가까운 수준이나 개도국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이 중앙정부의 책무로만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불평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실질적으로 감축하려면 풍력과 태양열 발전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정부가 필요한 자원을 투여한다면 실제로 효과가 클 것이다.

중앙정부의 책무

정부가 대중교통을 지금보다 늘리고 요금을 인하한다면 승용차 이용은 더 많이 줄 것이다.

이명박 정부가 감면해 준 부자들의 세금 75조 원은, 이명박 정부가 향후 5년 동안 신·재생에너지에 투자 하겠다는 총 금액의 25배에 해당한다. 부자들의 이윤을 지키려고 서슴없이 지갑을 열면서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깝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실질적 조치들은 외면한 채, 핵발전 확대와 시장논리, 규제완화, 반생태적 중복투자로 가득찬 이명박의 ‘종합계획’에는 기대할 것이 없다.

인류 전체와 생태계를 살리기 위한 아래로부터 투쟁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