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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 장애물을 돌파해 온 ‘희망의 버스’:
이제 집단적 노동자 투쟁의 버스로 발전해야

3차 ‘희망의 버스’가 또 한 번의 성공 신화를 썼다. “계엄령”을 방불케 한 경찰·우파 들의 철통 수비와 폭력을 뚫고 1만여 명이 부산에 집결했다.

이명박 정부는 저주와 탄압을 퍼부었지만, 이 운동은 오히려 더한층 첨예한 정치 의제로 부상했다.

수해 복구에 투입해야 할 병력 수천 명까지 빼서 ‘희망의 버스’를 막고 살인 해고를 관철하려 한 이명박 정부와 폭력 난동을 부린 우익들은 더욱 더 경멸과 증오의 대상이 됐을 뿐이다.

7월 30일 부산역 “3차 희망버스” 환영 문화한마당 희망을 현실로 만들려면 조직 노동자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게 조직해야 한다. ⓒ이미진

이명박 정부 4년간 경제 위기·고물가 속에 노동 대중의 고통과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기층의 불만도 날이 갈수록 커져 왔다. ‘희망의 버스’는 이런 불만을 결집해 “단결해 싸우자”는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며 지배자들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보수 언론들은 “‘희망의 버스’가 ‘반(反)정권 시위 버스’의 다른 이름”이라고 이를 갈았고, 한나라당 김무성은 “임기 말 레임덕을 조장 말라”고 거품을 물었다.

정부가 경찰 1백 개 중대를 부산으로 급파한 것도, ‘어버이연합’ 같은 우익들이 각목까지 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7월 30일 밤 ‘3차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에게 폭력 난동을 부린 우익 단체 회원들 ⓒ이미진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대표 손학규는 운동·여론의 압력과 기업주·우파 들의 압력 사이에서 ‘고뇌’하더니 결국 ‘희망의 버스’ 탑승을 거부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해결하자”며 조남호 청문회 출석과 노사정 협의체 구성 등으로 요구 수위를 조절하며 운동에 대한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희망의 버스’에 참가한 정동영 등이 적잖은 이들의 기대를 모은 것은 사실이다. 3차 ‘희망의 버스’ 집회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줄줄이 연단에 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에게 정치적 주도권을 내주고 비판을 삼가서는 안 된다. 이들은 운동이 부상할 때마다 그 운동에 올라타, 금세 투쟁의 김을 빼고 뒤통수를 치곤 했다. 지금도 전북 버스 노동자들은 악질 사업주와 한편이 된 민주당 지자체장에 치를 떨며 2백 일 넘게 투쟁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은 “[민주당은] 정동영 의원[을 내세워] 노동자들을 위하는 척 시늉만하다가, 결국 사측을 편들었다”고 폭로한다.

민주당의 중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일부 언론과 지식인 들은 “고통 분담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리해고와 노동자 희생은 결코 불가피하지 않다.

한진중공업은 최근 선박 여섯 척을 수주했고, 당장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심지어 〈조선일보〉조차 조남호의 “정리해고 방침 발표 직후 주주들에게 1백74억 원의 주식을 배당한 …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비난할 정도다.

따라서 정리해고를 철회시키고 승리하려면, 투쟁을 강화해 조남호와 이명박을 더 압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노동자들이 ‘희망의 버스’에 동참해 힘과 규모를 늘려야 하고, 이 속에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도 제 힘을 발휘할 채비를 해야 한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철회투쟁위원회는 배신자 채길용을 제명하고 분명한 지도를 자임해야 한다. 얼마나 갑갑했으면 ‘희망의 버스’ 참가자들이 채길용 집행부 탄핵 연서명을 시작했을까.

언제까지 ‘희망의 버스’가 노동자들 자신의 투쟁을 대리할 수는 없을 것이다. 투쟁 당사자들이 강력한 구심을 형성해야 연대의 힘도 지속될 수 있다.

구심

‘희망의 버스’는 기층 노동자들 사이에서 꿈틀대는 연대 투쟁의 갈망을 보여 줬다. 지금 유성기업·쌍용차 등의 수많은 노동자들은 “한진이 이겨야 우리도 이긴다”며 희망을 걸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금속노조 조합원의 85.3퍼센트가 “이명박 정부 심판을 위해 민주노총 정치 총파업 등이 필요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희망의 버스’에 참가한 유성기업 노동자들 ⓒ이윤선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최근 “‘희망의 버스’가 지핀 불씨를 민주노총이 책임지고 타오르게 하자”며 8월 20일과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수만 명이 모이는 대규모 노동자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것을 4차 ‘희망의 버스’와 결합하자고 제안했다.

사실 민주노총 지도부는 그간 민주당과의 정책협의에만 매달리며 투쟁 건설은 뒷전이었다. 그러나 기층의 압력이 지도부를 투쟁 선언에 이르게 했다.

좌파 활동가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현장에서 투쟁과 연대를 선동하고 건설해야 한다. 반드시 4차 ‘희망의 버스’와 민주노총 집회를 결합시키며 운동의 질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 이것이 고군분투하는 유성기업 투쟁뿐 아니라, 파업을 준비하는 언론노조·금융노조 투쟁 등과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발성, 힘의 집중, 그리고 노동계급

민주노총·진보정당의 개혁주의 지도자들이 민주당 등과 상층 선거연합에 매달리며 투쟁 건설을 방기하는 사이에, ‘희망의 버스’는 기층의 자발성을 고무하며 성장해 왔다. 이것은 ‘희망의 버스’의 커다란 장점이다.

그런데 자발성 강조는 미조직 개인들의 수평적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래서 ‘희망의 버스’가 “과거 사회운동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거나 조직 노동자들을 낱낱의 개인(시민)으로 치부하는 주장도 나온다. ‘희망의 버스’ 집회 기획에선 노동조합·단체 등 조직된 부위의 발언권이 제약되기도 했다.

이런 태도가 나타난 것은 무엇보다 민주노총·금속노조 등 노조 상층 지도부가 투쟁을 회피해 왔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한진중공업 노조 지도부는 배신적 합의를 했다. 그래서 공식 노동조합은 믿을 수 없고, 개인들의 수평적 네트워크가 대안이라는 생각도 많다.

이런 견해를 받아들이는 이들은 대부분 연대 투쟁에 열의가 높고 건강한 활동가들이다. ‘희망의 버스’ 조직의 중심에도 이들이 있다.

그런데 ‘희망의 버스’ 기획단은 더 집중적인 방식으로 집회를 계획하고 정부 공세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자발성을 고무하는 것이 특정한 방향으로 힘을 집중하는 것과 대립될 이유는 없다.

예컨대 3차 ‘희망의 버스’는 탄압과 봉쇄 때문에 어려움에 처하긴 했지만, 여기저기로 대열을 분산시키고 분명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기보다는 가능한 많은 이들을 결집시켜 부산 시내에서 대규모 행진을 벌여야 했다. 그것이 참가자들의 자발성과 자신감을 고무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또, ‘희망의 버스’의 호소에 열정적으로 응답한 이들 중 다수가 여전히 조직된 노동자들과 단체들이라는 점도 놓쳐서는 안 된다. 특히 탄압과 공세가 집중된 3차 ‘희망의 버스’에는 이들의 참가가 훨씬 더 두드러졌다.

무엇보다 앞으로 이 운동이 더 발전하려면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계급의 집단적 힘이 필요하다.

올해 초에 이집트에서 일어났던 청년들의 반란은 노동자들의 조직적 참가와 파업으로 발전하면서 무바라크를 퇴진시키는 성과를 낳을 수 있었다.

따라서 ‘희망의 버스’가 보여 준 잠재력을 더 발전시키려면, 들끓는 분노와 열기를 투쟁으로 집중시킬 정치적 방향을 제시하며 노동계급의 집단적 행동으로 연결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