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전면무상급식 찬반투표를 성사시키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교육청이 마련한 무상급식 예산안을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던 도의회가 전액 삭감한 것인 만큼, 오세훈의 행동에는 기본적으론 정부 여당의 의중이 반영돼 있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지금 자신감 있게 밀어붙일 처지가 못 된다. 민심의 이반이 극에 달하고, 지방선거와 재보선 완패로 입지가 크게 줄어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수구파의 대명사 박근혜조차 ‘한국형 복지’를 운운하고, 한나라당 원내대표 황우여가 무상보육을 들고 나온 건 정부 여당 내에서 일고 있는 동요의 일례다.

무상급식 논란은 단순히 급식 문제가 아니다. 〈조선일보〉는 8월 12일치 사설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이번 주민투표는 … 여·야 간 또는 여당 내에서 복지정책의 범위·방향·속도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이견(異見)에 대한 국민의 종합 판정이라는 의미를 띨 수밖에 없게 됐다. 만약 투표에서 서울시민이 오 시장 손을 들어주면 정치권이 경쟁적으로 벌여온 공짜 복지 정책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반대로 오 시장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정치권의 복지 정책 경쟁은 ‘재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복지의 일반 원칙을 무너뜨리 … 게 된다”

비록 편견에 찌든 헛소리이긴 해도, 한 가지만은 진실이다. 무상급식 투표는 정치투쟁의 일환이자, 복지에 대한 보수우파의 이데올로기적 공격이라는 점이다. 

여기에는 권리로서의 복지(보편적 복지)냐, 시혜로서의 복지(잔여적 복지)냐라는 복지 패러다임 문제가 걸려 있다. 부자 감세와 쓸데없는 토목공사에 몰두해 왔던 장본인들이 부잣집 아이들에게까지 공짜 밥을 주는 게 그토록 참을 수 없는 부정의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황당하지만, 진짜 정의가 문제라면 직접세 비중을 높이고 부유층에 대한 세율을 높이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우파들은 결코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민주당과 국민참여당도, ‘재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지속 가능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을 복지의 일반 원칙으로 상정하는 틀이 깨지는 걸 근본적으로 바라지 않는다. 이들에게 복지란 자본 축적의 안전성을 보장해 주는 한도 내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대중은 ‘모든 인간의 존엄성 보장’이라는 복지의 기본 가치에 훨씬 더 큰 관심이 있다. 복지 논쟁의 이면에는 기업과 노동자, 국가와 국민의 이해 대립이 있다. 

진보세력은 재정을 핑계로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을 은폐하는 보수 우파, 마찬가지로 재정이라는 핵심 문제를 회피한 채 요란한 제스처만 취하는 자유주의 우파(민주당과 국민참여당 등) 모두와 선을 긋고 진정한 진보정치로 집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