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당과의 통합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를 통해 진보정당의 외연 확대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대편을 ‘소수파 전략’이라고 비판하며 “백날 5퍼센트에 머무르자는 거냐”고 깎아내린다. 

그러나 진보정당이 다수의 지지를 얻으며 외연을 확대하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는가. 오히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가 진정 핵심적인 문제일 것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 항의한 촛불항쟁  진보의 분열과 계급협력주의는 진보정당이 이런 대중운동의 수혜를 충분히 입지 못하게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사실 진보정당의 외연 확대를 위한 진보대통합은 원래 2007년 대선 이전부터 다함께 등이 앞장서 제시한 아이디어였다. 당시 수많은 개혁 염원 대중들이 ‘민주 정부’ 10년의 개혁 배신을 경험하면서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아닌 진보 대안을 갈구하고 있었지만, 아직 진보정당으로는 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들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의 틀만 고집할 게 아니라, 제 진보단체들이 몇 가지 진보적 행동강령을 중심으로 폭넓게 단결해서 투쟁을 건설하며 대안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공동 대응하자는 것이 진보대통합의 취지였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는 진지하게 시도되지 못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개혁 공조’ 등에 연연하며 노무현 정부에 대한 독립적 태도를 견지하지 못했다. 결국, 참여정부의 개혁 실패가 낳은 공백이 우파 정부의 집권으로 이어지면서 위기감은 더해졌다.

대선 직후 민주노동당 심상정 비대위는 노무현의 실패가 낳은 공백을 메울 필요를 제기했다. 그 문제의식 자체는 진보대통합이 제기된 맥락과 비슷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민주노동당의 계급성을 퇴색시키고 국가보안법 탄압에 순응하는 방식으로, 즉 진보정당을 우경화하는 방식으로 이 공백을 메우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 시도가 실패하면서 민주노동당은 분열했고 진보신당이 창당됐다.  

이 때문에 민주당 왼쪽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더 어려워졌다. 이명박 정부 첫해 촛불시위를 통한 급진화 물결을 받아들이고 성장해야 할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물론 촛불을 통해 급진화된 사람들 중 일부는 진보신당에 입당했지만, 그것이 진보의 폭을 넓히는 것으로 연결되진 못했다. 진보신당은 지금 또 다른 분열의 기로에 놓여 있다.

결국 우경화를 통한 외연 확대 시도는 진보의 분열만 낳으며 1차적으로 실패한 셈이다. 

하지만 개혁주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경험에서 배우지 못하고, 또다시 ‘진보끼리 합쳐봤자 효과 없다’며 민주당(참여당)과의 계급동맹에 주력하고 우경화를 통한 외연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지금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참여당과 통합하고 민주당과 연합해야만 반한나라당 대중을 끌어들이고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또, 이를 통해 의석을 확보하고 권력에 동참해야만 진보적 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수파 전략?

물론 진보정당 밖의 개혁 염원 대중을 견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참여당 평당원이나 지지자들 중 일부는 촛불시위를 통해 급진화한 사람들이고, 진보가 이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들을 견인하는 것은 진보적 주장을 후퇴시키는 방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진보적 대안을 분명히 주장하고 그것을 실현 가능하게 할 강력한 투쟁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이미 대중에게 환멸을 안겨 준 전력이 있는 자유주의 세력과 한 배를 타는 것은 감동과 열정을 일으킬 수 없다. 

이명박에 대한 반감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향수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권의 배신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이 지워지진 않았다. 게다가 민주당(참여당)은 반이명박 투쟁에서도 별 구실을 하지 못하다가 한나라당과 타협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반MB정서를 등에 업고 선거에서 반짝 지지를 얻다가도 곧 인기가 식어버리곤 하는 것이다.  

이들과 차별성 있는 대안을 보여 주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굳이 진보정당을 지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사실 한나라당조차 ‘좌클릭’ 시늉을 하는 요즘, 진보의 존재감이 별로 없는 것은 진보정당 자신이 민주당과의 연합에 주력하면서 독자적 대안을 부각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이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당 지도부가 민주당의 치어리더 구실만 했던 수도권에서 민주노동당 득표율은 매우 저조했다.

참여당과의 통합으로 힘을 키워야 실질적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그것은 오히려 진보정당이 제시해 온 개혁 목표의 후퇴와 삭감만 낳을 것이다. 이미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앞두고 당 강령까지 후퇴시켰다.   

지렛대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참여당은 민주노동당보다 규모도 작고, 게다가 5·31 합의문을 승인하면서 좌경화했으니 그들과 통합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참여당과 통합하더라도 노동조합 기반이 대거 이탈하지 않는 이상 노동자당이라는 민주노동당의 성격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참여당이 좌경화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유시민 스스로 “합의문에는 참여당이 꿈꾸는 새로운 진보정당에 대한 의견은 토씨 하나 반영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반대로, 참여당과 통합하면 그것을 지렛대로 민주노동당의 우경화는 더 노골화될 것이다. 참여당이 당내 소수파라 할지라도 이 사실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1930년대 프랑스 공산당이 중간계급 기반의 친자본가당인 급진당과 계급동맹을 맺었을 때, 공산당은 9만 명의 당원을 지닌 대중정당이었지만 그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급진당의 요구에 맞춰 계급 투쟁을 자제시켰다. 이것이 동맹이 유지되는 비결이었던 것이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진보 양당과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 급진 좌파 등이 폭넓게 단결해서 통합을 이루고 투쟁하는 것이다. 

유시민은 진보정당만 합쳐봤자 선거에서 기껏해야 3~5퍼센트밖에 얻지 못할 것이라고 비아냥대지만, 진보세력의 통합과 단결의 시너지 효과는 투쟁의 관점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진보정당의 분열은 그동안 노동자들의 대안 부재감을 키워 사기 진작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 분열을 딛고 진보 진영과 노동계급이 단결해 투쟁할 때만 정리해고, 비정규직화, 복지 축소 등을 막을 수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반값 등록금 투쟁 등이 계급연합의 논리에 따라 수위조절되지 않고 진보의 단결을 통해 더 강력한 투쟁으로 발전했다면 큰 성과를 얻고 대중의 급진화를 고무했을 것이다. 이것은 진보진영에 대한 지지 확대로도 연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진보정당의 외연 확대는 투쟁의 발전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민주노동당이 역사상 가장 높은 지지율(18퍼센트)를 기록했던 때는 바로 2004년 탄핵반대 투쟁 직후였다. 대중 투쟁이 낳은 급진화 분위기 속에서 진보정당이 수혜를 입었던 것이다. 

제2차세계대전 직후 유럽 곳곳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집권할 수 있었던 핵심 배경도 바로 유럽을 휩쓴 노동자 투쟁 물결 덕분이었다. 2005년 볼리비아에서 사회주의운동당의 모랄레스가 집권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물·천연가스 사유화 등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선 전투적 민중봉기와 노동자 총파업이 있었다.

진정한 외연 확대는 내년 선거에서나 심판하자며 당면한 투쟁을 회피하고 대중의 수동성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진보적 결집점을 만들어 투쟁을 확대하고 그 성과를 아직 진보정당으로 오지 않은 개혁 염원 대중에게 보여 주는 것을 통해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