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임단협(임금·단체 협약) 잠정합의안이 나와 찬반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경훈 집행부는 잠정합의 며칠 전에 사측의 제시안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한 총파업으로 응징”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잠정합의안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현대차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둔 데 비해서 노동자들의 임금, 특히 기본급 인상은 고작 5.41퍼센트(호봉승급분 포함 9만3천 원)에 그쳤다. 또 상여금과 퇴직금누진제 등 임금성 단체협약 요구안은 아예 포기했다.

제대로 된 주간연속2교대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갈망도 받아안지 않고 있다.

노조 집행부는 정년 1년 연장을 성과라고 하지만 “회사가 필요할 때 계약직으로 1년 연장”하는 정도다. 해고자 복직도 따내지 못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이나 정규직화에 대한 내용은 거의 없다. 원래 이경훈 집행부의 요구안엔 정규직화가 없었다. 그나마 대의원들이 제기해 요구안에 포함됐는데 “사내협력업체 인원의 복지 향상과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그렇다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임금(성과금 등 임금성 요구안을 포함한) 인상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많은 논란거리였던 ‘장기근속자 자녀 채용 특혜’는 관철시켰다. 비록 동일한 조건에서 정규직 자녀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변경됐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더 좌절케 하고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특혜’라는 본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리 없는 실리주의

임금 인상 못지않게 타임오프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보수 언론들은 노조가 법적 한도인 전임자 26명을 수용했고 전임자 수도 반토막 났다며 기뻐하고 있다. 그러나 풀 상근자 일부가 기간전임으로 바뀌었고 문제가 될 만큼 인원이 줄지는 않았다. 또 기아차처럼 수당을 신설해 무급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기로 해 조합원들의 통제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노동조합 활동도 그대로 보장받았다. 타임오프로 노조 활동을 위축시키려던 정부의 의도가 관철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상태에서 노조 상근 간부들의 안정적 지위만 보장받은 것에 있다. 노조 상근 간부의 안정적 지위는 현장 노동자들의 요구를 대변하고 투쟁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잠정합의안을 두고 조합원들의 원성이 높다. “이 정도 합의하려고 손가락을 잘랐냐?” “실리도 제대로 못 따면서 실리주의 집행부냐?”

이런 정서를 반영하듯 올바르게도 ‘금속민투위’, ‘민주현장’, ‘금속연대’ 등 현장 조직들은 합의안 부결 선동에 나섰다. 현장 조직들과 활동가들은 적극적인 부결 선동을 통해 무쟁의 3년이 안 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민주노총의 오른팔이라는 현대차 노조는 앞장서서 투쟁하고 더 높은 임금이나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따내서 전체 노동자들에게 기여해야 마땅하다. 민주파 현장조직들은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선명성을 보이기 위해서라는 의혹을 반박하기 위해서도 진지하게 잘못된 합의안에 반대하며 투쟁을 호소해야 한다.

현대차의 투사들은, 이경훈 집행부가 기아차처럼 잠정합의 부결 후 대충 넘어가지 않고 파업을 해야 한다고 분명하게 주장하며 조합원들을 결집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