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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진보대통합: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을 포기해야 한다

진보대통합 협상이 참여당 문제로 계속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가 이제 결렬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통합 진보정당에 참여당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끝까지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안에 출범하려던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이하 새통추)도 아직 출범을 못하고 있다. 이미 통합 진보정당의 운영 등을 담은 ‘부속합의서2’가 8월 11일 합의됐는데도 진보 양당 당대회에서 다룰 통합 관련 안건조차 만들어 내질 못하고 있다.

지난 20일 희망시국대회에 참여한 이정희와 유시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이정희 대표는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을 포기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참여당도 진보대통합에 포함될 자격이 있다’고 계속 우긴다. 그러나 민주노총 박성식 부대변인은 최근 〈프레시안〉 기고글에서 “[참여당은] 뚜렷한 계급성을 ‘진보의 진입 장벽’이라며 부담으로 여긴다. 이는 노동계급의 대중성에 기반한 민주노총과 확연한 차이를 가진다”고 정확히 지적했다. 진보정당과 참여당 사이에는 분명한 계급적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계급적 차이를 넘어서 참여당과 통합하려는 시도는 진보정당을 우경화시킬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이정희 대표는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FTA는 어떤 나라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FTA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FTA 자체를 반대해 온 진보진영의 원칙에서 후퇴한 것이다. 조중동과 인터뷰를 거부한다는 진보정당의 기존 전통도 무시한 것이다.

더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계속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면서 급기야 같은 노동자 정당인 진보신당과의 진보대통합 자체가 무산될 상황이다. 현재 진보 양당의 협상은 진전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이 때문에 민주노총은 “새로운 정당[참여당]의 새통추 참여 문제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간의 합의를 거쳐 새통추에서 결정한다”는 중재안을 내놨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은 이것이 사실상 “진보신당에게 비토권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이 거부하면 참여당을 진보대통합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민주노총 지도부가 모호하지 않고 더 분명하게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입장을 내지 않은 것은 유감스럽다.

왜곡

그런데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이정희 대표는 이런 민주노총 중재안의 의미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왜곡해서 해석하고 있다. ‘진보신당과의 합의가 없이도 새통추 구성과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중의 소리〉도 이렇게 민주노총의 중재안에 담긴 뜻을 편의대로 해석하면서 오히려 ‘진보신당이 민주노총의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 〈민중의 소리〉는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김세균 교수의 주장을 “원색적인 주장”이라고 비방하기도 했다.

나아가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감동 없는 진보대통합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그러나 진보의 분열과 정체성 훼손까지 감수하면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세력의 비민주적이고 패권적인 태도가 대중에게 ‘감동’과 ‘열정’을 못 주는 진정한 원인이다.

이 상황에서 진보교연, 전여농, 민주노총 인천본부, 금속노조 등에서 참여당과의 통합 논의를 중단하라는 목소리가 계속 커지고 있다. 교수·연구자 들의 성명처럼 참여당 때문에 “진보 대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물론 ‘참여당 문제 논의 불가’에서 동요하는 진보신당 지도부의 태도도 일관돼 보이진 않지만, 이 마저도 만족하지 않고 3당 동시 통합 추진 입장을 고집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태도야말로 진정한 문제다.

민주노총은 8월 24일 공식 성명을 발표해 진보 양당이 민주노동당 당대회 전날인 8월 27일까지는 합의해 반드시 새통추를 출범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장 조합원들과 기층 민중들의 절체절명의 요구를 왜곡하거나 폄훼할 경우 민주노총은 모든 분열주의 세력과 결별할 것”이라는 경고도 담았다.

분열과 혼란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지 않은 아쉬움이 크지만, 정황을 보면 민주노총의 성명이 민주노동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김영훈 위원장은 최근 〈노동과 세계〉 인터뷰에서도 “민주노총이 왜 진보정치 통합을 요구했는가? … [진보 양당 통합으로] 대중조직이 하나로 더 크게 단결해 힘차게 투쟁하자는 것이었다. … 양 정당 간 통합을 무엇보다 우선시하고 성사시킨 후에 … 보폭을 확대하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진보 대분열”을 초래하며 진보의 원칙을 훼손하는 참여당과의 통합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