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오후 1시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성추행 고려대 의대생들의 출교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려대 의대생 세 명이 동기를 성추행한 사건이 지난 5월 말에 벌어진 후 학교 당국은 3개월이 넘도록 가해 학생들을 징계하지 않았으며, 징계 수위를 결정할 때는 “교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둥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26일 오후 1시 고려대 중앙광장에서 ‘성추행 고려대 의대생들의 출교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 이열렸다. 

학교 당국의 이런 태도와 가해 학생들이 앞세운 초호화 변호인단 때문에, 가해 학생들이 ‘유력인사의 자식이라 징계를 미루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피해 학생은 보호받기는커녕 학교에서 가해자들을 마주치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해야 했다. 심지어 성추행 가해자들은 처음 피해자가 ‘다 기억난다’고 했을 때 미안하다고 한 게 아니라 ‘어떻게 알았냐, 우린 망했다’ 하고 반응했다고 한다. 심지어 가해자의 부모는 “피해자가 문제가 있었다, 우리 아들은 잘못이 없다” 하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게 알려지면 가해자도 끝난 거지만 피해자도 이제 끝나는 것”이라는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학교 당국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동안, 졸업생과 시민들은 캠퍼스에서 가해 학생들을 출교하라고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이런 움직임을 이어받아 개최된 이번 기자회견은 학내 단체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서에는 문과대, 정경대, 이과대, 조형학부 학생회 등 21개 학내 단체와 고려대 성추행 의대생 출교 촉구를 위한 시민모임(준), 한국성폭력상담소를 비롯한 9개 사회단체들이 연명했다. 학생들은 앞으로도 연명을 확대할 계획이다.

정유현 이과대 학생회장은 “이미 저지른 범죄는 되돌릴 수 없지만, 징계는 합당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 당국은 미온적으로 대처하며 합당한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며, 학교 당국의 늦은 대처를 규탄했다.

그동안 가해자 출교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참여한 김현익 송파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재학생들의 결정에 환영한다”, “이 문제에 대해 더 많은 학생들이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하며, “이 문제는 피해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학생들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홍해린 조형학부 학생회장은 “성추행 사건도 놀라웠지만, 학교 당국의 미온적 대처는 더 놀라운 일이었다”며, “가해 학생들을 교화할 가능성을 진정으로 고려한다면, 가해 학생들을 출교로 징계해서 스스로가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성추행 고려대 의대생들의 출교조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학생들이 고대 본관에서 학교 측에 공동성명서를 전달하고 있다.

학생 운동 탄압으로 출교 징계를 받았다가 투쟁 끝에 복학하고 졸업한 학생들도 이 기자회견에 참가했다. 안형우 전 출교생은 “2006년 학교는 우리를 14일 만에 출교했지만, 이번에는 사건이 벌어진지 97일 되도록 제대로 된 대처를 하지 않았다”며, “학교 당국에 저항하는 학생들은 교화 가능성이 없고, 성추행범은 교화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가? 우리가 성추행보다 못한 짓을 했다는 말인가? 이는 학교가 [표어로 내세운] 자유·정의·진리에 걸맞지 않는다”며 학교 당국을 규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참가자들은 본관으로 가서 발표한 공동성명서를 학교 측에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