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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사건이 준 충격:
우파의 기회가 되지 않도록 대처해야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이 지난 교육감 선거 때 자신과 후보 단일화를 한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줬다고 시인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과 쓰라린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합법이든 불법이든, 대가성이 있든 없든 자신과 후보 단일화를 한 사람에게 거액의 돈을 건낸 것은 정치적·도의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의 행위는 무엇보다도 진보운동의 도덕성과 대의를 훼손했다.

박명기(좌)와 곽노현(우). 이 사건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침통하기 이를 데 없다.

곽 교육감은 “부패 비리 ‘꽉’ 잡는 진보 단일 후보”임을 내세우며 당선했고, 취임 이후 비리를 저지른 교육 관료들을 단호하게 퇴출하는 등 반부패 정책을 펴 왔다. 부패로 찌들었던 공정택에 분노했던 사람들이 곽 교육감의 이런 정책을 지지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 곽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 원을 줬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심지어 ‘사실 무근이고 한 점 부끄러움 없다’고 했다가 말을 바꾼 것까지도 말이다. 공직 선거에 출마하면 최소 수억 원은 써야 하는 선거제도의 모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곽 교육감의 잘못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따라서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진보운동의 대의를 훼손한 곽노현 교육감은 미련을 두지 말고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보인다.

이런 요구를 하는 사람들이 심정은 쓰라리고 침통하기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물론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략적인 표적 수사였음은 명백하다. 온갖 더러운 추문의 당사자인 검찰은 항상 권력의 심부름센터 구실을 해 왔다. 이번에도 검찰은 무상급식 투표에서 우파의 패배 직후 곽노현 사건을 터뜨리며 반격에 나선 것이다.

권력형 비리에서는 권력자를 비호하고 은폐하기 바쁘던 검찰이 이번에는 조중동과 손잡고 온갖 과장과 음해를 통해 진보진영을 싸잡아 매도하는 것은 정말 역겨운 일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부패 원조인 한나라당이 이 사건을 이용해 “깨끗한 보수와 나쁜 진보”를 운운하는 것도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다. 한나라당 대표 홍준표는 “부패에 연루됐다는 그 자체만으로 곽 교육감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당장 청와대와 한나라당부터 모두 물러나야 한다.

보수 우파는 그들의 전통과 성격, 계급적 기반 자체가 부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면 이번 사건은 진보의 전통과 원칙에서 일탈해 기성 정치권의 부패한 관행에 타협한 것에서 비롯한 것이다. 친민주당 후보였고 진보 교육운동과 연계가 거의 없던 박명기와의 무원칙한 단일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가치와 정책, 무엇보다 계급적 기반을 중심으로 한 원칙있는 단일화가 되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곽노현 교육감이 기성 체제와 타협해서 지지자들에게 실망을 안겨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민주노동당 후원 문제로 1백69명의 교사들이 파면·해임될 위기에 놓였을 때, 법적 절차에 따르라는 실망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경쟁교육을 강화하는 교원평가나 일제고사에 타협한 것도 문제였다. 투쟁보다 타협을 할 때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런데도 우파들은 이번 일을 이용해 진보진영과 진보적 대의와 운동 전체를 매도하고 무상급식 주민투표 참패를 만회하려 한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양대선거를 앞두고 반동적 공격에 이 사건을 이용하려 한다. BBK 사건을 비롯해 이명박의 법률 전담반 노릇을 한 법무법인 ‘바른’이 박명기를 변호한다는 점을 보더라도 우파들이 전세 역전에 얼마나 혈안이 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우파들은 곽 교육감의 잘못을 이용해서 그가 추진했던 체벌 금지, 청소년 인권 보장, 무상급식, 경쟁 교육 완화 등의 진보적 정책까지 도매금으로 매장하려 한다. 우리는 이런 시도를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물론, 이번 경험은 우리가 진보교육감을 무비판적으로 추수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 줬다. 우리는 진보교육감이 아래로부터 투쟁의 요구를 대변하고 실행할 때는 지지해야 하지만, 진보교육감이 우파의 공세에 타협하거나 대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분명하게 비판해야 한다. 진보적 교육정책을 가능하게 할 아래로부터의 투쟁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교육개혁 운동 자체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 앞으로도 보수파들의 반발을 뚫고 체벌 금지, 학생인권조례, 무상급식 등 의미 있는 진보와 개혁을 이루기 위한 투쟁 건설을 계속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