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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정한 한국 경제 Q&A

한국 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

근래 전 세계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특히 한국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두드러졌다.

한국 금융이 특히 불안정한 이유는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을 뿐 아니라 외화 조달에서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화차입 중 유럽계 자금의 비중이 높아, 유럽에서 재정·금융 위기 가능성이 다시 높아지면 자금이 빠져 나가면서 환율이 치솟는 등의 위기 상황이 올 수 있다.

국내 금융 부실도 점점 커지면서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8백조 원이 넘은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또, 저축은행 중 상당수가 부동산 사업 대출에 따른 부실로 부도 위기에 놓여 있다. 9월에 시작될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 15개 저축은행이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는 금융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건설회사들도 회수가 안 되는 위험자산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한 애널리스트는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거의 모든 건설사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고 말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라 가계부채, 저축은행, 건설사 등의 위기가 결합된다면 부실 채권이 계속 늘어나면서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고, 그러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위기와 비슷하게 금융 불안정성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EU와 미국에서 재정·금융 위기가 높아지면서 실물경제도 침체하자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도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EU와 미국은 중국에 이어 한국이 수출을 많이 하는 지역들이다. 그런데 지난 7월 한국의 대미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5퍼센트로, 6월 증가율보다 9퍼센트포인트 줄었다. EU 수출의 경우 6월에 10퍼센트 감소한 데 이어 7월 수출도 15.3퍼센트 감소했다.

게다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은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긴축을 강화하고 있고, 대중국 수출 중 상당 비율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다시 수출되는 중간제품이어서 미국·유럽의 위기는 한국 수출 전체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실제 수출의 감소로 8월에는 1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수출에 주로 의존하는 대기업들의 순이익도 감소하고, 제조업 활력도 떨어지는 등 경제 전체가 점차 나빠지고 있다.

한국 자본주의 위기의 뿌리에는 무엇이 있는가?

한국 경제의 높은 불안정성은 1997년 위기 이후 한국 경제 변화와 관련 있다. 당시 IMF 경제 위기는 단지 금융 위기가 아니었다. 그 뿌리에는 소위 ‘한강의 기적’ 동안에 계속된 과잉축적이 가져온 이윤율의 저하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래서 IMF 위기 전에 이미 재벌과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은 낮아져 있었다.

위기 이후 한국 지배자들은 낮아진 이윤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총생산물에서 자본가들이 차지하는 몫(마르크스의 용어로 착취율)을 늘리려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함께 비정규직 고용을 늘리는 등 저임금 노동을 확대했다.

이 때문에 GDP 대비 임금 비율인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3퍼센트에서 2000년 58퍼센트로 급격히 떨어졌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줄어들면서 민간소비도 감소하자, 이를 지탱하려고 가계대출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2003∼04년에 카드 거품이 폭발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후에는 주택담보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주택가격이 폭등했던 것이다.

다른 한편, 한국 지배자들은 줄어드는 민간 소비에 대한 대응으로 수출을 늘렸다. 2000년까지는 미국의 IT 호황에 따라 대미수출을 늘렸고, 그 후에는 대중국 수출이 급격히 늘어났다.

요컨대, 노동자들을 쥐어짜 이윤을 확보하려는 시도 때문에 민간소비가 줄어들자, 가계대출을 늘려 부동산 거품을 키우고, 수출을 늘려 대외의존도는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이런 변화가 누적돼 현재의 한국 경제의 높은 불안정성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명박이 지난 4년간 한 일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며 부유층과 기업주를 지원하는 데만 관심을 기울였다. 특히 2008년 세계경제 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는 자본가들을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종합부동산세를 무력화하고 법인세를 깎아 줘 부유층·대기업에게 수십조 원을 퍼줬고, 4대강 사업과 다양한 지원금·세금혜택 등으로 위기에 빠진 조선·해운·건설업체 등을 지원했다.

수출 대기업의 이윤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시행하자 석유· 식품 등의 물가가 급등하면서 대중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2011년 실질임금도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4퍼센트나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는 부동산 거품이 꺼져 금융 부실이 악화할까 봐 거듭 부동산 부양 정책은 내놨고, 그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은 계속 늘어나면서 금융 불안정성은 더 높아졌다.

물가는 계속 치솟았고, 일자리를 지키려고 싸우는 쌍용차·한진중공업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짓밟혔다.

이런 정책의 결과로, 자본가들은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지만 노동자·민중에게 엄청난 고통을 전가했다.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이명박 정부는 기업의 이윤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고, 그 대가를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기는 정책을 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전혀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고 이제 다시 위기가 다가오자 또다시 우리에게 고통을 전가하려 한다. 우리는 이 우선순위를 완전히 바꾸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하고, 기업들의 이윤을 통제해 공공요금·식품값·전셋값 등의 물가를 낮춰야 한다. 비정규직 차별을 폐지하고 정규직화하고, 최저임금·최저생계비를 대폭 인상해야 한다.

무상 교육·의료·보육·임대주택를 도입해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복지와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부자 감세를 철회해야 할 뿐 아니라 부유세 도입, 군비 축소 등이 필요하다.

노동자들이 더 많은 고통을 받아들이길 거부하고 투쟁에 나서며 자신감이 높아진다면, 이윤이 아니라 대중의 삶을 최우선으로 하는 체제를 만들 힘을 갖추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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