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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
‘죽 쒀 개 주는 꼴 그만 보자’는 첫 마음을 잊지 맙시다!

 민주노동당 당권파 지도부가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위한 9.25 임시당대회를 발의했다. 이 글은 김소연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장이 9.25 임시당대회를 앞두고 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참여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며 올린 것이다.

1996년 국회 노동법 날치기 통과에 항의해 민주노총은 전국적 총파업을 했다. 그 추운 겨울 명동성당을 용광로처럼 달구며 치열하게 투쟁했다. 그때 난 한국노총 사업장의 조합원이었고 아직 노조를 민주화시키지 못한 과도기적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파업은 못 하더라도 리본이라도 달자고 의견들을 모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당시 위원장이 갑자기 리본 달기를 폐기하는 바람에 과도기 집행부에서 빨리 민주적 집행부로 바꿔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고 1997년 위원장 불신임 투표를 통해 집행부를 바꾸고 민주노총으로 상급단체를 변경했다.

1996∼97년 총파업 투쟁은 이렇게 노조를 민주화하는 기폭제 역할도 했다. 또한 많은 노동자들이 ‘이제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순 없다. 우리를 대변할 사람을 우리가 직접 내고 우리의 정치조직을 만들자’는 흐름이 크게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바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그 첫 시작이 힘차게 총파업을 진두지휘 했던 권영길 당시 위원장을 대선 후보로 내고 대선용 조직인 ‘국민승리21’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시작은 많이 미약했지만, 4년 만에 민주노동당 창당을 하게 됐고 2004년엔 국회의원 10명이 당선했다.

지금도 나는 그날의 설레임을 잊지 못한다. 2004년 노동절 전야제 때 우리의 후보들이 당당히 국회의원이 돼서 우리 노동자 앞에 섰다. ‘아~ 우리도 할 수 있구나!’ 뿌듯한 마음 가득 헤벌쭉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오죽하면 옆에 있던 동지 하나가 ‘그렇게 좋냐’ 물었다.

그리고 그동안 지역에서 돈 내고 몸 대면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노동자들과 함께 휴가내고, 주말 반납하고 밤마다 민주노동당 이름을 입이 부르트도록 알리며,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가능하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자’며 정말 발에 땀나도록 뛰어다녔다. 그 결과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했다고 믿는다. 우리의 땀과 노력으로. 그리고 이제는 지역구 국회의원, 지자체 일꾼들을 대거 배출하는 당이 됐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투쟁하는 정당의 모습이 사라졌다. 당원들의 발품, 손품을 믿고 나서는 당풍이 약해졌다. 그리고 오직 의석수를 늘리는 일만 채워졌다. 노동자 서민을 위해 의석수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들릴 뿐 원외에서의 투쟁에 대해서는 점차 무뎌지고 있었다. 또한 분당으로 인해 당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자들이 아픔을 겪어야 했다. 많은 대중에게 ‘너희도 기성 정당과 똑같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다시 노동자 정치 세력화, 진보정치의 부흥을 위해 진보신당과의 통합이 절실했다. 또한 이명박 정권의 무자비한 밀어붙이기 탄압과 노골적 재벌 편들기, 남북관계 경색 등 심각한 상황을 맞아 더 크게 단결하고 더 가열차게 투쟁하기 위해 모든 진보진영의 대통합이 필요했다. 민주대연합과 이름 자체가 다른 ‘진보대통합’이 추진되면서 많은 이들이 기대를 했다. ‘이제는 제대로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들이 피어났고 나 역시 그 마음에 하나였다. 그동안 우리 편이 나눠져 있어서 투쟁도 그렇지만 선거 때만 되면 마음이 편치 않을 뿐 아니라 표도 분산되고 현장 노동자들이 도대체 어딜 찍어야 되냐는 질문에 흔쾌하게 말을 못하는 답답함에 시달렸다. 이제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겠구나 생각도 했다.

하지만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노정됐다. 진보신당의 내홍에 가슴 아팠다. 그런데 갑자기(?) 국참당과의 통합논의가 대두됐다. 마치 갑자기 상무·전무와 노조를 통합하자는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래서 참으로 당혹스러웠고 거의 절망적인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발은 분당한 진보신당과의 통합의 절박함이었는데 그 절박함은 간데없고 갑자기 국참당과의 통합 논의가 핵심이 되고 있다. 어떻게든 진보진영 전체를 아우르는 당이 건설돼야 하는데, 황당하게도 ‘참여정부 10년을 계승하겠다’는 국참당과의 통합에만 집중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국참당이 계승하겠다는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은 우리 노동자·민중에겐 그야말로 절망이었다. 기억하자! 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시켰을 때 들불처럼 일어나 싸웠지만 97년 IMF가 오자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 것은 노동법을 먼저 개악했다는 사실을. 그로부터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개시됐음을. 김영삼의 억지를 총파업 투쟁으로 막았던 그 노동법을 그래도 우리가 기대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밀어붙여 통과시켰고, 정리해고법, 파견법, 비정규직법 등 3대 악법이 도입됐음을. 절박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농민들을, 대추리를 대우자동차 노동자를 공권력으로 짓밟았고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음을.

1998년 현대자동차 정리해고 반대투쟁, 만도기계 정리해고 반대투쟁

1999년 서울지하철노조 구조조정반대투쟁

2000년 롯데호텔, 한국통신계약직노조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반대 투쟁

2002년 발전노조 공공기관 사유화(민영화) 저지 투쟁, 철도 민영화·구조조정 반대 투쟁, 공무원노조 합법화 투쟁

2003년 두산중공업 배달호 열사 분신 투쟁,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김주익, 곽재규 열사 자결) 투쟁

현대차비정규직 노조 결성 및 점거투쟁

2005년 하이닉스매그나칩 비정규직 투쟁, 기륭전자 비정규직 현장 점거파업투쟁,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 공장 크레인 점거투쟁

비정규악법 저지 국회 타워크레인 농성투쟁

2006년 화물연대투쟁

2007년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KTX 여승무원 파업 투쟁

GM대우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사무금융연맹 코스콤 비정규직 정규직화 투쟁

2008년 기륭전자 94일 단식투쟁, GM대우 비정규직 단식및 고공농성

동희오토사내하청노동자 투쟁

2009년 쌍용차 77일 파업투쟁(노동자, 가족 15명 사망)

2010년 현대차 비정규직 불법파견 정규직화 25일 공장 점거파업 투쟁

2011년 홍익대 청소노동자 투쟁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투쟁- 김진숙동지 85크레인농성

우리가 직접 보고 함께했던 노동자들의 투쟁이다. 간략하게만 정리해도 이렇게 많은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처절하게 투쟁했고, 지금 이 시간에도 사투를 벌이고 있다. 왜 이명박 정권 시기 투쟁을 말하는지 의아한 사람도 있겠지만 그 투쟁의 뿌리가 바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대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기륭투쟁을 하면서 구속됐고, 억울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1천8백95일이라는 긴 시간을 투쟁해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투쟁을 하게 만든 당사자와 새 세상을 꿈꾸며 피와 땀으로 일궈온 진보정당이 통합을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아니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우리는 무상의료, 무상교육,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외쳐왔고 그 과정에서 무상급식을 주장해 왔다. 많은 대중이 그게 가능하냐고 했고 기성 정당들도 비웃었다. 하지만 뚝심 있게 밀고 온 결과 아직 부족하지만 무상급식은 실현됐다. 바로 이러한 길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진보의 중심은 계급이라는 말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진보는 반미·반제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품고 있는 것이다. 진보정당은 거리에서 저들이 쳐 둔 선을 넘고 법을 넘어 나가는 것이다. 아스팔트 농사를 짓는다는 정광훈 전 의장님의 말을 정치로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길이 과연 이 길을 걷고 있는가. 바리케이드 저편에서 권력을 휘두르다 실추한 이들의 디딤돌이 되는 것이 과연 진보라는 말로 가능한 것인가. 지금 이 논의는 진보 자체를 능욕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반엠비 연대연합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합당을 하자고 하는가. 이웃 친구가 되는 것과 한식구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임을 왜 외면하는지 모르겠다. 왜 우리가 진보정당을 보수정당과 분리해 설립했는지 초심을 살피자. ‘죽 쒀 개주는 꼴 그만 보고 당당하게 정치와 사회의 자주적 주체로 서자’는 그 마음을 잊지 말자.

동지들께 호소합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민중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 세상 건설을 위해 진정한 진보대통합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