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금융 위기의 여파가 다시 한 번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상황에서 저축은행 위기 등 국내의 금융 불안정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9월 18일 자기자본비율(BIS) 1퍼센트 미만이거나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7개 저축은행에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총 1백5개 저축은행 중 이제까지 16개가 퇴출된 것이다.

9월 19일 영업정지가 내려진 저축은행에 모인 예금자들  결국 평생 모은 돈을 맡긴 서민들만 속죄양이 됐다.

이번에 영업정지된 7개 저축은행이 받은 예금은 11조 5천억 원으로 이는 저축은행 총수신액의 20퍼센트에 이른다. 자산이 3조 원이 넘는 업계 2위와 3위 저축은행도 영업이 정지돼 저축은행의 부실이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 줬다.

금융위원장 김석동은 “이번 조치로 올해 초부터 추진돼 온 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일련의 구조조정과 하반기부터 시작된 경영 진단이 일단락됐다” 하고 밝혔지만 위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안에 저축은행들의 채권 만기가 줄줄이 돌아오는데다가, 6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대상에 올랐다가 가까스로 벗어난 것에서 보듯이 부실이 곳곳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영업정지를 모면한 6개사 중엔 자산이 2조 원 이상인 대형 저축은행도 4곳이나 된다.

한국 저축은행의 부실은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진 부동산 투기, 금융 위기 속에 만들어졌다.

널리 알려졌듯이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급증 등으로 부동산 투기가 벌어졌고, 거품이 붕괴하면서 2008년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시작됐다. 스페인에서도 2000년대에 급등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금융 부실과 재정적자가 늘어나고 유로존의 위기를 낳고 있다.

물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과 파생금융상품 거래에서 온갖 부정과 비리가 있었듯이, 한국 저축은행들도 부정 대출과 분식회계 등으로 위기 심화에 한몫했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가 뿌린 돈 15억 원이 이 정권의 핵심 인물들에게 흘러갔을 것이라는 의혹도 여전하다.

그러나 부동산 거품에서 비롯한 저축은행 부실의 근원에는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한 이윤율 저하 문제가 있다.

한국 재벌들도 IMF 경제 위기 이후에 낮아진 이윤율 때문에 투자보다는 빚을 갚는 데 집중했다. 그래서 국내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990년대 4백 퍼센트대에서 1백 퍼센트 정도로 낮아졌다.

부동산 거품

저축은행들은 낮은 이윤 때문에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돈을 끌어들여 부동산 시장에 약 12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금액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한국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으면서, PF대출의 상당 부분이 이자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부실채권이 돼 버린 것이다.

그런데 저축은행의 PF대출 부실화는 70조 원에 이르는 은행·보험회사 등의 PF대출까지 위협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회사들이 PF대출 회수에 나서면 수조 원의 PF대출을 떠안고 있는 재벌 계열 건설사들까지 큰 타격을 받고, 이는 다시 금융권에 부실채권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또, PF대출 부실이 확대돼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 2백조 원이 넘는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과 9백조 원이 넘는 가계대출까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게다가 유럽발 금융 위기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 들어 급전직하했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나라의 수출도 줄어들고 성장률도 0.9퍼센트로 곤두박질쳤다.

한국의 외화는 유럽에서 끌어온 게 많은데, 프랑스 은행들이 보유한 한국 채권만 4조 원에 이른다. 유로존의 위기로 이런 돈들이 빠져나가면 금융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런 사태를 걱정해 저축은행에 대한 대규모 지원을 해 왔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나서 200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저축은행 PF채권 약 7조 원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만기를 연장해 줬다. 올 연말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돈벌이에 눈이 멀어 투기를 일삼은 금융기관과 건설사에 수조 원을 지원을 해 주려는 것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평범한 사람들의 수천억 원은 보상해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게다가 유럽발 위기와 국내 금융 위기 가능성이 점점 커지자 균형재정을 강조하면서 복지 확대 요구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우리는 부자들의 이윤만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을 공기업화해 서민 생활을 지원하고, 복지 확대와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에 세금을 쓰라고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