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값 등록금 공약은 내팽개치고 대학 구조조정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른바 ‘부실 대학’ 43곳을 9월 초에 발표했고, 사범대와 교육대학원 등도 구조조정해 6천2백69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곧 ‘부실’ 국립대 6곳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의 구조조정은 그 기준부터 엉터리다. 

정부는 ‘취업률’이라는 잣대를 들이밀며 대학이 ‘취업 학원화’하는 것을 부추기고 있다. 이 때문에 추계예술대와 상명대처럼 예술학과 비율이 높은 대학은 불이익을 받았다. 학생들은 “예술을 포기하고 취업하라는 말이냐” 하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또 전문대는 ‘산학협력 수익률’도 기준에 포함됐다. 교과부가 나서서 대학의 돈벌이 추구를 부추기는 것이다. 게다가 재학생 충원율 등 다른 기준도 학벌 서열에서 낮은 위치에 있는 지방대학에 압도적으로 불리해서 대학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심해지게 생겼다. 

교과부는 사립대 구조조정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사실상 ‘국립대 법인화의 우회로’인 ‘국립대 선진화 방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국립대 선진화 방안’은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교수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고, 단기적인 성과와 수익성의 원리에 따라 국립대를 운영하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이번 기회에 정부는 교육을 시장화하고 대학을 기업화하는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대학구조조정개혁추진위원회를 삼성, 현대, CJ 등 재계와 온갖 보수적인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을 봐도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성격을 알 수 있다. 

이런 구조조정 때문에 아무 죄없는 학생들은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한국처럼 학벌이 심한 사회에서 학생들에게 찍힌 “부실” 낙인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위축시키는 상처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모자라 “부실” 대학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에서까지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 구조조정될 위기에 놓인 교직원들의 심정은 또 어떻겠는가.

게다가 정부의 ‘부실 대학’ 퇴출 시도는 단지 몇몇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대학에 구조조정 압력을 가하고 있다. 벌써부터 여러 대학에서 “부실” 대학 명단에 끼지 않으려고 학과 통폐합, 정원 감축, 수익성 강화 등의 구조조정 안을 만들고 있다. 

정부는 출산율 감소 때문에 대학 정원 대량 미달 사태가 벌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대학을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보진영 일각에서도 이런 이유 때문에 대학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한국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강의실, 기숙사 등 교육환경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설사 수십 년 뒤에 입학 정원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교육여건은 겨우 OECD 평균 수준일 것이다. 따라서 대학을 퇴출시킬 것이 아니라 교육 환경을 유지하면서 교육의 질을 더 높여야 한다. 

이번 구조조정에는 지배계급의 경제 위기 대응책이라는 성격도 있다. 경제 위기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 생각이 없는 정부와 기업에게 “잉여대학생”(〈조선일보〉)들은 사회적 “낭비”로 보일 뿐이다. 

경제 위기 고통전가

그래서 대학 수를 줄여 강제로 청년들의 눈높이를 낮려고 한다. 비대학졸업자는 대학졸업자에 비해 임금이 56퍼센트나 낮은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저질 일자리를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려는 것이다. 

이는 대학생들에게 청년실업의 책임을 떠넘기고, 청년들에게 경제 위기 고통을 떠넘기려는 악랄한 의도가 담겼다. 

그러나 청년실업을 낳은 책임은 정부와 기업에게 있다. 이명박의 일자리 3백만 개 만들기 공약은 온데간데없고, 기업들은 막대한 수익을 남기면서도 고용을 늘리지 않았다. 학생들이 단결해 이런 정부와 기업에 맞서 일자리를 늘리도록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교육을 기업의 인력 수급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과 달리, 교육은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강화하고 경제 위기 고통을 떠넘기려는 이명박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실제로 부실한 대학들은 퇴출할 것이 아니라 국공립화하고 정부 지원을 확대해 교육의 질을 높여야 한다. 

실제로 비리 재단에 시달리던 인천대를 대학 구성원들의 투쟁으로 시립화한 경험이 있다.

지금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맞서 여러 대학에서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대는 부산대-부경대 통합에 맞서 5천4백 명이 모여 학생 총회를 성사했다. 추계예대, 상명대, 원광대 등에서도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국 교육대학학생회연합은 교대 통폐합 계획에 맞서 9월 30일 동맹휴업을 할 계획이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도 구조개혁위원회를 해체하고 국립대 구조조정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이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연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