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재소자와 인권

[편집자] 지난해 하반기에만 다섯 명의 학생 그룹 동지들이 구속돼 감옥에 갇히자, 자연스럽게 감옥이 우리의 관심사 목록에 오르게 된 듯하다. 동지의 면회를 다녀온 뒤 맞잡고 싶은 손을 가로막은 플라스틱 칸막이에 대해 울분을 터뜨리는 사람들, 면회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을 불평하는 사람들, 도대체 그 곳이 살 만은 한 건지 걱정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 글은 이상희 변호사가 재소자의 인권에 대해 앰네스티 소식지 《국제 앰네스티》 (2001년 1/2월 호)에 실었던 글이다. 강철구 씨 변호인인 이상희 변호사의 허락을 받아 다시 싣는다.

두 달 전 앰네스티 인권학교에서 '한국의 대표적 악법과 재소자의 권리'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 때 어떤 여학생이 갑자기 혼란스럽다는 듯이 얘기했다. 기지촌 여성 윤금이의 온몸에 가루세제를 뿌리고 피투성이로 만든 미군 병사가 침대가 설치된 편한 감옥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매우 분노했었는데, 재소자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자기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냐며…. 정말 어려운 문제이다. 나는 그 여학생에게 말했다. '그건 아니라고…' 현 상황에서 재소자 인권 문제는 침대가 있고 난방이 후끈후끈 들어오고 더운물이 콸콸 잘 나오는 따뜻한 공간에서 생활하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현재 재소자 인권 문제는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이다.

그럼 재소자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간단하게 살펴보고, 과연 현재 재소자들의 인권 현실이 어떠하길래 재소자의 인권 문제를 따로 논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 간단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재소자'란

재소자란 형사 피고인·피의자, 징역형·금고형 및 노역장 유치와 구류형을 선고받은 자로서 교도소, 소년 교도소, 경찰관서에 설치된 유치장, 군 교도소, 군 구치소 및 헌병대에 설치된 영창, 보호 감호소, 치료 감호소에 구금되어 있는 자를 의미한다.

이들을 크게 세 부류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는 동안 구속되어 있는 미결 수용자와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형 복역중에 있는 수형자, 형 집행과는 별개로 청송 감호소나 공주 치료 감호소에 수감되어 있는 피감호자이다.

미결 수용자와 수형자는 완전히 다른 지위에 있다. 수형자는 그야말로 죄를 짓고 그 대가로 법원의 판결을 받아 신체의 자유가 제한된 자인데 반해, 미결 수용자는 무죄로 추정되는 자들로서 도주나 증거를 감출 우려가 있기에 구속되어 있는 자이다. 그러므로 미결수용자는 도주나 증거를 감추지 못하게 하도록 일정 공간 안에 구금하는 것으로서 충분하며 수형자와 같이 대우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미결 수용자와 수형자를 행형법에서 같이 다루고 있다. 단적인 예로, 미결 수용자는 그야말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므로 구치소라는 공간 안에서 얼마든지 운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도주나 증거 인멸이 운동과 무슨 관계란 말인가), 수형자처럼 미결 수용자 역시 하루 운동 시간이 30분도 안 되며 공휴일에는 교도소 방 안에 하루 종일 갇혀 있어야 한다. 이 자체로 미결 수용자의 인권을 크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재소자 인권의 현실

전반적인 재소자 인권 상황을 이야기하자면 한도 끝도 없을 테니, 최근 접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오씨는 살인죄로 7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오 씨는 교도소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검정고시도 준비하고, 이전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웃들의 고통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모 일간지에서 재소자의 고소·고발이 남용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 재소자가 교도소측을 상대로 고소·고발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24시간 교도관들과 같이 생활하며 교도관들에게 잘 보여야 하루 빨리 가석방으로 출소하기 때문에 아무리 교도소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당하더라도 가급적 문제를 만들지 않고 조용히 있어야 한다. 또한 고소·고발장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소장으로부터 집필 허가도 받아야 하는데, 교도소측은 집필 허가 과정에서 알게 된 고소·고발의 내용을 문제 삼아 각종 회유와 협박을 해 고소를 못하게 하거나 집필 허가를 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교도소 내에서의 고소·고발이 이런 현실인데도 극소수의 고소·고발 남용 사례를 마치 전 재소자에게 적용되는 것처럼 기사화했으니 재소자들로서는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오 씨는 당장 그 기자에게 고소·고발의 어려움과 고소·고발의 현황을 소개하는 기사 반박문을 작성하여 보내려 하였다. 그러나 다음 날 교도소측은 오 씨에게 위 편지를 밖으로 보낼 수 없다는 통보를 하였다. 이유는, 사실과 다른 불분명한 내용으로 교도관을 모욕하는 등의 내용이 있기 때문이란다. 무엇이 사실과 다르며, 설령 사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재소자는 그런 내용의 편지를 써서는 안 된단 말인가.

오씨는 자신의 서신 교환권이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변호사와 면회를 하였다. 그런데 교도관이 면회에 참여하여 면회 내용을 다 적고, 이를 상부에 보고하였다. 또 오씨가 작성했던 편지를 증거로 사용하겠으니 보내 달라는 변호사의 요청에 소장은 면회 내용을 읽어본 후 변호사에게 보내는 것조차 허가하지 않았다.

편지는 외부와 고립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글로써 다른 사람과 교감할 수 있는 수단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고민과 감사함을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변호사와의 면회는 자신이 교도소에서 당한 억울함을 법이라는 수단을 통해 풀 수 있는 통로이다. 그런데 자유롭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권리, 변호사와 접견할 수 있는 권리들이 이렇게 무참히 짓밟히고 있다. 위 사례는 오히려 고급스러운 인권 침해이다. 유통기한이 넘은 음식들이 재소자의 식판에 올라오고, 사전 변명의 기회나 사후 구제 절차 없는 징벌 절차에 의해 무고한 재소자들이 징벌방에서 징벌을 받고 있으며, 긴급한 환자가 행정 처리 등의 이유로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심각한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결 수용자는 도주와 증거를 감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일정 수용시설에 구금되어 있는 것이며, 수형자는 재판을 통해 거주의 자유가 제한되고 교도 작업을 해야 한다. 국가 권력은 이런 수용의 목적 이외의 사유로 기본권을 제한해서는 안 된다. 설령,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국가 권력은 주거의 자유를 제한하고, 교도소의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법률로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을 뿐이며 오로지 신만이 그 이상의 벌을 가할 수 있을 뿐이다.

현 인권 실태의 원인

우리 나라 재소자의 인권 상황이 이렇게 열악한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행형 제도 즉 법률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나라 행형법은 1950년 3월 2일에 제정된 것으로 일본의 감옥법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 이후 재소자의 인권에 맞는 과감한 개정 절차가 한번도 없었다. 그리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행형법 관련 훈령·예규 현황표에 의하면, 접견금지결정에 대한 질의 회신과 징벌 집행은 1969년 5월 27일에 제정된 이후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고, 재소자 일상 용품 급여 기준 개정 시달은 1986년 8월 26일에 제정된 이후 역시 한번도 개정되지 않는 등 낙후된 것들이 다수 있다. 또 행형법은 소장에게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고 있어, 실제 교도소에서의 인권은 결국 소장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둘째, 제도를 운영하는 관료들의 태도이다. 교도소는 밀폐된 공간이고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많으며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수용 면적보다 과도한 사람들이 수용되어 있기에 재소자 사이에, 재소자와 교도관들 사이에 문제가 항상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그리고 열악한 재정과 근무 환경은 교도관들로 하여금 재소자의 인권보다 교도소의 안전을 더 생각하도록 만든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시키고 재소자에 대하여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있는 사회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토론을 하도록 하여야 하는데, 교도소는 스스로가 이런 문제를 사회로부터 차단하고 문제를 안에서 곪게 만든다. 그러기에 교도소와 관련된 문제를 일체 밖으로 유출하지 못하도록 편지를 감시하고, 재소자의 면담을 감시하며 인권 단체의 방문을 거절한다.

셋째, 일반 시민들의 무관심 역시 문제이다. 납세 운동, 소액주주 운동은 많은 사람들의 이해와 관련되어 있기에 한번 불을 지피면 그 운동의 파급 효과는 대단하다. 하지만 재소자 문제는 다르다.

가족 중에 재소자가 있으면, 그들의 인권을 생각하기보다 누가 알까 숨기고, 자신을 재소자들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로 취급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갑자기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들고, 그들은 소위 죽일 놈들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재소자 문제는 일반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멀어져만 가고, 교도소는 시민들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교도소의 안전 질서라는 미명 하에 그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빈부격차 등 사회적 요인이 범죄를 양산하는 하나의 요인이라는 점에서 일반 시민들은 일정 정도 재소자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

재소자의 인권 상황은 그 사회의 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