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실망 때문에 썰렁해진 러시아 선거

폴 먹가(영국의 좌파 언론인)

옛 소련 붕괴 후 12년이 지났지만, 최근 러시아 선거 결과는 그 동안 바뀐 것이 거의 없음을 보여 준다.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은 지난 12월 7일 의회 선거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한다. 푸틴의 통합러시아당과 그 동맹 세력인 군소 정당들은 러시아 의회인 두마에서 다수파가 될 것 같다.

그들은 심지어 의석의 3분의 2를 차지할 수도 있다. 그리 되면 푸틴은 헌법을 개정할 수 있고, 현행 헌법에 규정된 것보다 더 오래 집권할 수도 있다.

통합러시아당은 “강력한 통치자”라며 푸틴을 지지하는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정책이 없다. 그 당은 심지어 옛 소련의 독재자 요시프 스탈린의 사진을 선거 운동에 이용하기까지 했다.

선거 운동 기간에 푸틴은 언론에 대한 통제력을 이용해 자신을 지지하는 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송을 내보내는 한편 반대파들은 모두 다 공격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기권표가 많았다는 것이다. 공식 정치에 대한 이 심각한 불만은 옛 소련이 붕괴한 1990년대 초의 장밋빛 약속이나 기대감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당시에 사람들은 낡은 국가 경제와 옛 소련 사회는 무너졌고 시장 자본주의가 활기찬 민주주의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 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소수의 러시아인들은 부자가 됐지만,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소수의 “올리가르키”는 옛 국유 기업들을 차지하고 거대한 개인 제국을 구축하며 엄청난 부자가 됐다. 그 중 일부는 옛 소련 정권 시절 고위 관리 출신들이다.

이 마피아 자본가들 중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자는 [영국의] 축구 클럽 첼시를 사들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다.

푸틴은 선거 전에 러시아 최고 부자 미하일 코도로프스키를 체포하는 등 올리가르키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이용했다. 그러나 푸틴 자신이 올리가르키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그의 통합러시아당 후보 중에는 주요 기업인들도 몇 명 포함돼 있었다.

실제로, 러시아의 공식 정치는 사회 상층의 극소수 사이에서 벌어지는 싸움으로 전락했으며 그들은 모두 마피아식 자본주의와 연결돼 있다.

한편, 대다수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나빠졌다. 빈곤의 실상을 크게 낮춰 잡는 것으로 알려진 공식 통계를 보더라도, 한 달에 57달러로 생활하는 공식 빈곤층이 약 3천9백만 명이나 된다.

빈부격차는 점점 더 커져 왔다. 생활수준을 측정하는 기본 지표 중 하나인 평균수명 감소율은 전시(戰時)를 제외하면 어떤 주요 사회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지금 러시아 남성의 평균수명은 공식적으로 59세 미만이다. 1987년의 65세에서 이렇게 낮아진 것이다. 국가 두마 보건위원회가 낸 공식 보고서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러시아에서 유아 사망률이 전례 없이 높아진 근본 이유는 국민 대다수의 삶의 질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사회·경제 위기가 오랫동안 계속됐기 때문인데, 그 위기의 특성은 실업 증대, 만성적 임금·연금 체불, 영양 상태 악화, 의료 및 의약품 이용 기회 감소 등이다.”

푸틴은 이런 절망을 이용해 그 자신과 점점 더 권위주의적이 돼 가는 그의 통치를 위기 타개책으로 제시했다.

그런 위기 타개책의 일환이 새로 러시아 제국주의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러시아가 해외에 자국의 의지를 강요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면 국내 생활수준도 개선될 것이라는 생각에 근거한다.

그 피비린내 나는 결과가 바로 4년 간의 체첸 전쟁과 점령이었다. 그 때문에 러시아의 남쪽 국경선에 있는 이 조그만 공화국은 황폐해졌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푸틴의 선거 승리는 그가 최선의 희망은 자신의 권위주의적 통치라며 지금 많은 러시아인들에게 설득했음을 보여 준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그런 지지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러시아인들이 모든 공식 정치에 심각한 환멸을 느끼고 있음이 이미 분명해졌다.

마리아와 드미트리 코토프는 12년 전 모스크바 거리에서 쿠데타 시도를 물리치고 소련의 종말을 예고하는 반란을 지지했다.

“당시 우리는 매우 정치의식이 높아졌다.”고 마리아는 말했다. “우리는 동이 틀 때까지 친구들과 정치에 대해 토론했다. 그러나 이제 정치는 내 삶과 아무 관계도 없다.”

다른 나라들에서도 흔히 그렇듯이, 이 말이 중요한 [정치적]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뜻은 아니다.

“내 진짜 관심사는 건강과 교육이지만, 선거 운동에서 그런 문제를 얘기한 정당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후보를 반대하는 투표를 했다.”

그녀의 남편 드미트리도 동의했다.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우리의 삶은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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