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다함께가 25일 당대회에서 배포할 리플릿에 실린 글이다.


오늘 민주노동당 당대회는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자리다. 당 지도부가 수임기관 운영위 내부의 이견 때문에 직접 대의원 서명을 받아 당대회를 소집한 초유의 상황이다.

먼저 우리는 사안에 따라 이뤄지는 참여당과의 공조나 연대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오세훈 투표 거부 운동 같은 쟁점은 함께하는 것이 유용했고, ‘희망 버스’에 참여당이 오는 것도 환영할 일이다. 참여당의 진보적 평당원과 지지자들을 진보정당으로 견인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폭넓은 연대와 유연한 대응을 통해 외연을 확대하고 선거나 의회에서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것도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지금 추진되고 있는 것은 단지 그 수준이 아니라 참여당과의 통합·합당이다.

이것은 첫째, 진보대통합이 아니라 진보대분열을 낳을 것이기 때문에 동의할 수가 없다. 이정희 대표도 인정했듯이 원래 “진보대통합은 진보정당이 분열되어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지지자들의 요구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두 진보정당의 통합이 진보대통합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진보대통합은 참여당과의 통합으로 변질돼 버렸고, 그러면서 진보 양당의 통합은 거듭 위기에 봉착했고 이제 거의 파탄 상태에 처해 있다.

심지어 이제 민주노동당 전직 대표들마저 “진보정치 세력의 절반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며 반대하는 데도 참여당 통합 시도가 계속되면서, 민주노총까지 쪼개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의 지적처럼 “진보정치 대통합과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하자고 나섰는데 이러다가 두 당이 하나가 되는 게 아니라 두 당이 네 개 정당으로 쪼개질 판”이 돼 버린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년총선과 대선에서 현장의 노동자들은 도대체 어떤 진보정당에게 세액공제와 계급투표를 해야 할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는 과연 참여당과의 통합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도 불분명하다. 

이런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참여당이 ‘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참여당과의 통합을 결코 지지할 수 없는 둘째 이유다.

참여당은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노동자·민중을 고통스럽게 한 정권을 계승하겠다는 당이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금속노동자 선언은 “노동자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던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는 경악스러운 소식”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런 역사 때문에 권영길 의원은 “참여당이 통합하고자 한다면 먼저 넘어야 할 산이 있고 건너야 할 강이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진보의 분열과 정체성 훼손

이정희 대표는 9월 21일 발표한 글에서 참여당과의 통합 찬성을 호소하며 “쌍용차 조합원들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습니다”라고 했는데, 쌍용차 비극의 첫 단추인 상하이차로의 매각은 바로 참여정부 때 일어난 일이다. 또 이정희 대표는 참여당과 통합해서 “다시는 경찰이 노동자들 못 때리게 못 가두게 하고 싶습니다”라고 했는데, 참여정부야말로 역대 가장 많은 노동자(1천 명)를 구속한 정부다. 이명박조차 기록을 깨지 못할 정도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참여당의 과거가 아니라는 것이다. 참여당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온갖 친기업·반노동 정책들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참여당과의 통합으로 “노동조합법, 최저임금법 고쳐내는 모습 보란듯이 만들어내고 싶습니다”라는 이정희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참여당이 타임오프제에 찬성하고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은 경영압박 요인”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상의료’, ‘파견제 철폐’를 거부하며 “지지층이 강한 반대를 하더라도 국가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정책(한미FTA)이라면 소신껏 추진[하는 것이] … 노무현 정신”이라는 당과 통합하는 게 어떻게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확대’한다는 말인가?

결국 참여당과의 “통합의 길에서 … [참여당의] 어떤 조직적 성찰이나 반성, 이런 얘기를 어떤 결정도, 표현도 한 바 없다”(민주노동당 이의엽 정책위 의장)는 태도는 결코 ‘진보’대통합이 아니며 친자본주의 정당과 ‘묻지마 통합’을 하겠다는 말밖에 안된다. 그리고 이것은 진보의 원칙과 정체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

참여당이 대변하는 계급과 민주노동당이 대변하는 계급이 다르고, 계급적 이해관계는 타협 불가능한 것이므로 ‘덧셈의 정치’가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좌파적 창당 강령을 폐기하는 등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참여당과의 통합을 위해 진보의 가치들을 ‘뺄셈’하고 있다. 참여당은 더 나아가 민주노동당이 “이념적 경직성과 계급적 편향성”을 못 벗었다면서, 통합하면 “민주노동당 당원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고 한다.

권영길 의원의 말처럼 “유연한 진보는 원칙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원칙을 지키면서 그 원칙을 표현하는 방식이어야” 하는데, 참여당과의 통합은 진보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다.

결국 이것은 진보정치의 성장과 외연 확대가 아니라 개혁을 성취할 동력을 약화시키기만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자·반민주적 정책을 막고 개혁을 성취하려면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이 핵심인데, 참여당과의 통합은 그것을 방해하기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동 쪽을 하나로 모으지 못하면 실제로는 힘을 못 쓰게 됩니다”라는 강기갑 의원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이정희 대표가 진정으로 “노동자들은 하늘로 올라가고 여성 농민들은 머리를 깎는 서러운 일 다 털어내고 보란듯이 좋은 세상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이라면, 참여당과의 통합이 아니라 노동자 단결과 투쟁의 구심이 될 통합 진보정당의 길로 매진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참여당의 진보적인 평당원과 지지자 들도 진보의 편으로 견인해 낼 수 있다.

세계적 경제 위기 속에서 ‘안철수 현상’으로 표현된 기성 정치의 위기는, 대중과 유연한 방식으로 만나되 기성 정치와는 결이 다른 진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안철수와 박원순이 뜨는 동안 민주당·참여당과 유시민의 지지율이 정체·추락한 것은 그 점을 보여 준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의 맏형답게 진보신당 통합파 등을 배려하고 기다려 주면서 투쟁 속에서 진보의 단결을 추구하고 지역에서 기반을 다지며 내년 양대 선거를 준비하는게 옳다.

오늘 당대회는 반드시 참여당과의 통합 안건을 부결시키고 노동자·민중의 진정한 희망으로 우뚝 설 제대로 된 통합 진보정당 건설의 불씨를 지켜내는 자리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