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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당대회 결정대로 즉각 올바른 진보대통합 추진에 나서라

 이 글은 다함께가 9월 28일 발표한 성명서다. 9·25 민주노동당 당대회 결정의 진정한 의미를 밝히고, 그 의미와 실천적 결론을 왜곡하려는 당 지도부 등을 비판하고 있다. 

9월 25일 민주노동당 당대회에서 국민참여당(이하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 안건은 가결 정족수 3분의 2를 못 넘어 부결됐다. 진보대통합은 계속 추진해야 하지만 참여당은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는 ‘당론’이 정해진 것이다.

이에 앞서 이정희 대표는 당대회 개회사에서 “당대표의 가장 중요한 의무는 그것이 무엇이든 당원들의 결정에 복종하고 결정을 이행하는 것입니다. 그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하고 말했다. 당 대회장에서 참여당과의 통합을 주장했던 대의원도 ‘당론을 안 따르니까 분열하는 것이다. 당론에 따라 단결하자’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당대회가 끝난 지금 당대회에서 결정된 당론에 따라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을 포기하고 진보신당 통합파 등과 올바른 진보대통합을 추진하는 게 옳은 태도일 것이다.

그런데 참여당과의 통합을 추진했던 당 지도부와 지지자들이 당대회 이후 보이고 있는 태도는 그렇지가 않다. 당대회 결정의 진정한 의미를 곡해하거나 무력화시키려는 태도마저 보인다. 우선 당대회에서 올바른 결정이 내려지는 데 큰 기여를 한 권영길 의원과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 등에 대한 온갖 중상 비방이 당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난무하고 있다. 저주에 가까운 이런 비방들은 단순히 일부 개인들의 일탈로 보이지 않는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찬성한 김선동 의원부터 당대회가 끝나자마자 당대회 결정이 “정파적 아집과 분파적 야욕” 때문이라고 폄하했기 때문이다. 또 참여당과의 통합 찬성파를 대변하는 〈민중의소리〉는 권영길, 김영훈 등에 대한 온갖 비방들을 정리해서 기사화하며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당 지도부가 당대회 결정의 의미를 분명히 하고 그것을 즉시 이행하겠다는 자세와 방침을 명확하게 했다면 이런 ‘후폭풍’은 최소화됐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당 지도부는 되려 스스로 당대회 결정의 의미를 곡해하며 불복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대회 다음 날 이정희 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 불참했고, 아직까지 당대회 결정에 대한 명확한 태도와 향후 이행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대회 소집 요구자였던 장원섭 사무총장은 〈아이뉴스24〉와 한 인터뷰에서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진보대통합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고 한다.

비방과 곡해

이 때문에 당 지도부가 진보신당 통합파 등과의 통합은 뒷전으로 둔 채, 현재의 상황과 지도권을 유지하면서 시간을 끌다가 다시 참여당과의 통합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도 “민노당 관계자”의 말이라며 “장기적으로 참여당과 통합 논의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9~11월 사이 민주노총 내부 선거가 잇따라 예정돼 있는데, 선거 결과에 따라 대의원 구성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기사를 실었다. 〈민중의 소리〉도 “일단 급하게 움직이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게다가 참여당 쪽에서도 이에 호응하는 분위기다. 참여당 대표 유시민은 “작은 돌멩이 두 개만 있었더라도 넘을 수 있는 도랑이었다”며 이번 당대회 결과를 아쉬워했고, 참여당 최고위원 유성찬은 “봄이 오고 눈이 녹으면 2차 등정을 시도할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를 위해 이번 당대회 결정의 의미를 곡해하려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즉, 이번 당대회 결정이 단지 참여당과의 통합만이 아니라 진보신당 통합파 등과의 통합 추진도 차단했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당대회 직후 “안건 내용 중에는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통합안이 부결됐더라도 진보대통합을 바라는 모든 분들을 존중한다’는 내용과,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건설추진위원회’(새통추)에 참여하는 모든 개인과 단체, 정당과 함께 오는 11월 노동자대회 이전에 새로운 정당을 건설한다’는 내용도 포함됐으나, 안건이 부결돼 이런 내용도 모두 폐기됐다”고 보도한 것은 이런 당 지도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듯하다.

〈아이뉴스24〉 인터뷰에서 장원섭 사무총장은 “6월 전당대회 이후 세 번의 전당대회를 통해 여러 사안이 결정도 되고 부결도 됐지만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는데, 이 기사에서 또다른 “주류측 당 관계자”는 “25일 전당대회는 국민참여당과의 통합만 부결된 것이 아니라 진보대통합 전체가 부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사실 왜곡이다. 〈한겨레〉가 언급한 내용은, 이번 당대회 부결과 상관없이 이미 이전 당대회들에서 안건이 통과돼 추진이 결정된 사항들이다.

6월 19일 정기 당대회에서 민주노동당은 진보신당과 “신설합당 방식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방식으로 이를 추진한다”고 결정해 놓았다. 당시 정성희 최고위원은 “[진보신당 당대회에서 부결될 경우에도] 우리는 진보대통합을 한다는 것이고, 민주노동당 재창당 방식, 대통합당을 함께 만들고 거기로 들어가는 방식” 등을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월 28일 당대회에서도 이정희 대표는 “만일 진보신당이 안 되면 어쩔 것이냐고 질문 주셨는데 … 지난 정책당대회에서 신설합당이 안 되면 다른 방식으로 한다고 이미 열어 놓았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번 9월 25일 당대회에서도 장원섭 사무총장은 질의에 답하며 “오늘 부결돼도 그 조건에서 진보대통합 추진되는 것 … 참여당 제외하고 나머지 세력을 전체로 모아서 하는 것이겠다”며 중단 없는 진보대통합 추진을 확인한 바 있다.

통합 추진에 나서라

이런 바탕 위에서 9월 25일 당대회는 “국민참여당이 통합 대상임을 확인하고”라는 새로 추가된 안건만을 부결시킨 것이다.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의 “제게 유일한 정치 방침이 있다면 그것은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는 호소와 “김주익이 목 매 죽고, 농민 전용철이 맞아 죽고, 허세욱이 불타 죽는 일이 언제였습니까? 용서할 수는 있어도 잊을 수는 없습니다”라는 권영길 의원의 호소에 대의원들이 호응했던 것이다.

결국 9월 25일 당대회 결정의 진정한 의미는 ‘진보의 분열과 정체성 훼손을 낳는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을 중단하고 진보신당 통합파 등과 통합진보정당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당대회로 그동안 좌초 위기에 빠졌던 진보대통합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경향신문〉의 해석이 옳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혹시라도 시간을 끌면서 당대회 결정의 진정한 의미를 곡해하거나 무의미하게 만들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당대회 결정에 따라 즉각 올바른 진보대통합 추진에 나서야 한다. 시급히 새통추를 소집해서 진보신당 통합파가 주축이 된 ‘통합연대’, 그리고 진보대통합에 동의하는 진보단체들과 함께 통합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

이미 진보신당 조승수 전 대표는 민주노동당 당대회 결정에 대해 “현명한 결정을 내린 민주노동당 대의원 동지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 여러분들과 함께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화답하고 있다.

당대회 직전에도 진보신당 통합파가 주축이 된 진보 인사 3백53명은 “정당과 노동 및 빈민 조직, 그리고 진보적 지식인들의 힘을 함께 모아 ‘새로운 통합진보정당 추진위원회’가 그간의 논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조속히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을 건설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함께 노력”하자고 호소한 바 있다.

이미 지난 몇달 동안 참여당과의 통합 추진으로 진보대통합에 난관과 파행을 불러왔던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제라도 이런 호소에 응하며 당대회 결정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더는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진할 지도부로서 자격이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참여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며 올바른 통합진보정당 건설을 추구했던 민주노동당 안팎의 활동가들은 계속 결속을 유지하면서 이런 과제가 올바로 추진될 수 있도록 운동을 지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