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특수교사다. 요즘 극장가는 〈도가니〉로 들썩인다.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분노는 무서운 속도로 SNS를 통해 퍼져 나갔고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광주 인화학교에 대한 재수사를 이끌어냈다. 학교에는 ‘가정 외 기숙사 또는 시설 거주 학생 실태 파악’을 위한 공문도 내려왔다. 

장애인에 대한 성폭행 문제는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특히 장애인 시설에선 너무 비일비재해 문제가 터질 때마다 장애인 성폭행이 없었던 경우를 찾기 힘들 지경이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성폭행 문제에 집중하게 된다.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분노하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치를 떤다.

그런데 조금만 세심하게 살피면, 영화 곳곳에 드러난 또 다른 현실을 보게 된다. 페인트 칠이 벗겨진 교실과 낡은 책상, 그에 반해 화려하기만 한 교장실. 폭력적이고 강압적으로 운영되는 기숙사. 돈과 권력으로 ‘있던 사실’이 ‘없던 일’이 되는 현실. 역겨운 웃음을 주고 받는 재단과 권력기관. 이것은 장애인 시설 비리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시설 비리의 전형

1996년 평택의 에바다 농아원이 그러했고, 2006년 성람재단의 비리가 그러했고,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지속된 정립회관의 비리가 그러하며, 2009년 목포 농아원 비리가 그러하다.

사회복지법인인 장애인 시설들은 대체로 족벌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영화의 모티브가 된 광주 인화학교의 우석재단 역시 족벌 체제다. 이사장의 아들, 딸이 시설의 원장이 되고 학교장이 되며 행정실장이 되고 교사가 된다.

그들은 연고자가 없는 학생들의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정부 보조금을 더 받아내기도 하고 시설·교육 보조금을 착복해 자신의 배를 불린다. 작업장에서 임금을 착복하기도 하고 심지어 에바다에서는 미국으로 강제 입양을 보내기도 했다.

족벌 사회복지법인은 지역의 기관들과 유착돼 있다. 시장, 구청장, 경찰, 검찰, 지역 국회의원까지. 법인을 감시해야 할 기관들이 법인과 함께 쿵짝을 맞추고 있으니 10년 전 사건이 다른 시기에 같은 모습으로 재방송되는 것이다.

장애인시설 비리 재방송을 끝내려면 가해자를 법정에 다시 세우는 개인적인 징계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사회복지법인의 족벌 체제 운영을 끝장내야 하며, 이를 위해 공익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공익이사제 도입을 공공연히 거부하는 한나라당과 보수 종교단체에 대한 비판을, 폭로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립회관 노동조합이 그러하듯이 사회복지법인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고 법인의 비리를 폭로하고 싸울 수 있어야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1997년 초, 서울역에서 만났던 에바다 농아원 학생들이 생각났다. 그 처절한 외침과 함께하면서 나의 삶은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장애인도 인권을 가진 당당한 주체이며 장애인의 아픔은 동정과 시혜와 분노가 아닌 구체적인 실천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음을. 그리고 내가 만날 학생들 역시 그런 주체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며, 나 역시 그 현실에 뿌리 박고 ‘개념 교사’로 살 것임을 다짐하던 그때.

나쁜 어른들을 반드시 처벌받게 하겠다던 영화 속 강인호 교사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 약속은 한때의 분노가 아닌 권력과 자본을 가진 소수가 다수를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이 구조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을 때 지켜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