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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부상과 민주당의 위기:
반이명박 진보 대안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을까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 후보로 박원순 변호사가 뽑혔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거대 야당인 민주당을 제친 것은 “‘안철수 바람’을 토대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 정서 등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결과”(〈미디어오늘〉)로 볼 수 있다.

그는 한나라당 나경원도 여유있게 앞서고 있는데, 이는 기성 정당들이 평범한 다수의 삶을 보호하거나 개선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민주당의 왼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3일 오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선출 국민참여경선’에 후보확정 된 뒤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박원순 후보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의 창립을 주도하고, 2000년 총선 낙천·낙선운동을 비롯해 국가보안법 반대, 재벌 개혁, 부패 추방 등 권력 감시 운동에 앞장서 온 진보적 NGO의 대표 인사다.

이처럼 기성 정치 바깥에서 진보·개혁적 사회운동 경력을 쌓아 온 박원순 후보의 부상은 ‘제도권’ 정치에 대한 반감이 반한나라·비민주당의 온건 개혁주의로 향하는 최근 경향을 보여 주는 듯하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위기감이 크다. 대선 전초전에 제1야당이 후보를 못 내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말고는 딱히 대안도 없는 게 민주당의 처지다.

이런 민주당의 위기는 자초한 것이다. 민주당은 부자감세, 한미FTA, 한EU FTA 등 중요한 쟁점마다 결정적 순간에 한나라당과 타협하며 반MB 대중의 뒤통수를 쳐 왔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 진보정치세력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그동안 진보의 독자적 목소리보다는 민주당과의 협력이나 참여당과의 통합을 더 중시해 왔다.

그러다 보니, 선거연합으로 선거에서 실리를 얻기는 했지만 막상 정치적 존재감은 후퇴했다.

최근 민주노동당은 후보 양보 약속을 어긴 민주당에 맞서 강원도 공동지방정부 협의를 파기했지만, 진보의 원칙과 정책을 두고는 차별성을 보여 주지 못했다.

이번 경선에서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가 기대보다 저조한 지지를 받은 것도 진보세력이 분열한 상황에서 ‘어차피 사퇴할 후보’로 비춰진 것이 가장 컸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진보·좌파 활동가들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며 진보 염원 대중과 함께하는 것이 옳다.

박원순 후보는 “노동3권만큼 중요한 시민권이 어디 있냐”며 노동계급 문제에도 우호적이다.

또 친환경 무상급식, 공공 무상 보육, 고용안정과 청년 실업 해결, 서울시와 산하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해고자 복직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를 위해 “토건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보편적 복지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했다.

진보진영은 박원순 후보와 이러한 진보적 요구·과제들을 지지하면서, 이명박 정부와 우파의 방해를 뚫고 이런 과제들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 독립적인 대중행동 건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역겹기 짝이 없는 우파의 박원순 비방

한나라당은 아름다운재단이 재벌 기부 받은 것을 두고 “위선 진보”라고 비난한다. 청와대 대통령실장 임태희도 “순수한 나눔이 아니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우선 ‘도둑적으로 완벽한 정권’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그런 말을 할 자격 자체가 없다.

그러면 ‘차떼기’로 재벌들의 검은 돈을 받고 탈세 묵인, 노조 탄압 지원, 감세 혜택 등을 줘 온 것이 “순수한 나눔”인가.

늘 뒤가 구린 대가성 돈을 받아 왔던 자들 눈에 세상이 구려 보이는 건 똥개 눈에 뭐만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한나라당이 박원순 후보를 “청문회 수준으로 검증”하겠다고 했을 때, 한 네티즌은 “무조건 봐 주겠다는 뜻”이라고 비웃었다.

바로 직전까지 “따뜻한 자본주의”니 “자본주의 4.0”이니 하면서 ‘기부’를 강조하다가 이제 박원순을 비난하는 〈조선일보〉의 행태도 황당무계하기만 하다.

온정적 개혁주의

우파들의 정신분열적 비방과 달리 재벌·부자들의 돈으로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박원순 후보의 온정적 개혁주의는 공감할 만하다.

박원순 후보는 사회적 기업을 통한 복지 제공이 공공복지의 보완 구실을 하며 일자리 창출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사회적 기업도 이윤 논리를 따르는 ‘기업’이므로 비용 절감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고 외부의 지원 없이는 지속적인 복지를 제공할 수 없다. ‘아름다운 가게’도 박봉을 감수하는 직원과 무급 자원봉사자들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상태다.

참여연대에서는 정부와 기업에 의존하지 않는 시민운동을 표방했던 박원순 후보가 아름다운재단 활동 때부터는 정부와 대기업 후원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과 민간의 기부에 의존하기보다는 부자 증세로 국가의 복지 재원을 늘려서 보편적 복지를 제도화하는 게 더 효과적인 복지 대안일 것이다.

이것은 재벌과 그들을 비호하는 정부에 맞선 대중투쟁으로만 가능하다. 그런데 박 후보는 “시위는 어차피 사그라지게 되어 있[다]”면서 대중의 주체적 행동보다는 공익적 엘리트들의 수동적 후원자로 대중의 구실을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위로부터’ 관점에서 박 후보가 민주당 입당이나 공동정부 구성에 초점을 둔다면, 그의 좋은 취지와 이상을 실현하는 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