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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버스:
“조합원을 믿고 투쟁을 밀어붙여야 합니다”

전주 버스 조합원들은 지난 1백46일간의 파업에서 결국 승리해 현장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현장 복귀 이후에도 노조 사무실을 놓고 조합원들의 투지를 시험하는 사측에 맞서 단호히 투쟁해 모두 사무실을 따냈다.

그동안 버스 노동자들은 시간에 쫓겨 끼니마저 해결하지 못하고 굶기 일쑤였고, 신호 위반과 과속 운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로 인해 교통사고나 안전사고가 잦았고, 그럴 때마다 잘리지 않으려고 자비로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현재 전주 시내버스 6개 작업장의 조합원들은 임단협(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려고 투쟁하고 있다. 사측은 예상했던 대로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대며 교섭을 회피했다.

민주버스 노조 전북지부는 교섭 압박 수단으로 정속 운행, 행선판 부착과 요금통 장착 거부, 운행시간 중 주유 등 준법 투쟁을 결정해 진행하고 있다.

행선판 부착과 요금통 장착 등은 운전자의 업무가 아니며 사측이 마땅히 운행을 위해 지원해야 할 사항들이다.

이런 일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혹독하게 노동자들을 착취해 온 사주들은 준법 투쟁만으로도 적지 않은 손실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그 때문에 한 개 작업장의 사업주가 곧바로 교섭을 요구해 왔다. 일부에선 폐업 얘기도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개별 교섭이 추진돼 한때 산별 교섭의 원칙이 흔들리기도 했다. 노조 지도부가 실용적으로 문제에 접근해 불필요한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노조는 공동 교섭의 원칙을 재확인하고 모든 지회가 준법 투쟁을 계속하기로 했다.

사측은 현재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파업에서 승리한 노동자들의 단결을 분명히 두려워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최대한 강한척 하고 있다.

이런 조건에서 사측의 술책에 현혹되지 말고 더 단단히 고삐를 죄 투쟁을 밀어붙일 때 승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사측은 소리문화축제 때문에 정치적 압박이 가해지자,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동안의 태도와 달리 교섭하자고 나왔다. 그러나 이것이 지부의 교섭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준법 투쟁을 푸는 조건에서 교섭이든 협상이든 하겠다고 꼼수를 쓴 것이다.

따라서 노조가 사측에게 조금이라도 양보할 이유가 없었다. 투쟁본부는 교섭 동안 준법 투쟁을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사측은 보다 양보하며 준법 투쟁을 풀라고 요구해 왔다.

그러나 투쟁본부는 논란 끝에 이런 시도도 거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전주 버스 투쟁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지난 파업을 통해 우리는 노동자들에게는 단결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고, 그것을 통해서만 요구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어느 조합원도 지부의 임단협 체결이 쉽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준법 투쟁을 계속하는 것은 물론,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더 강한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데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지도부가 이런 요구를 투쟁 계획으로 명확히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지도부가 투쟁 수위를 올리는 것에 머뭇거리고 투쟁이 교착상태로 이어지면, 조합원들의 투지는 약화될 것이다. 이는 의도치 않게 사측에 기회를 주게 되고 임단협의 큰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조합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의 획기적인 개선을 원한다. 그리고 투쟁을 통해 이를 쟁취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분명히 가능하다.

전국의 버스 노동자들의 관심이 전주에 집중돼 있다는 것도 이 투쟁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다. 전주에서 버스 자본가들을 굴복시키고 투쟁을 통해 획기적인 임단협을 쟁취하는 것은 전국의 버스 노동자들에게 자신감을 줄 것이다. 당연히 민주버스의 조직 확대에 확실히 기여할 것이다.

이것은 또 장기간 파업으로 피로가 누적돼 있는 전북 고속 동지들과 실질적으로 연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도부는 민주적으로 현장 조합원들과 소통하고 투쟁 승리를 위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