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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조 파괴 행위자 제명을 거부한 민주노동당 중앙당기위

민주노동당 중앙당기위원회(위원장 김승교)가 10월 8일 내린 결정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민주노동당 경주시위원회는 금속노조 경주지부 일진베이링지회의 민주노총 탈퇴를 주도한 일진베어링지회 부지회장이자 중앙당대의원인 당원을 제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북도당 당기위원회와 중앙당기위원회를 거치면서 징계 수위가 대폭 완화돼 당 직위해제라는 솜방망이 징계로 끝났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공장의 담벼락을 넘는 지역연대 파업을 적극 조직해 온 자랑스런 전통을 가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경주시위원회 이광춘 위원장의 말마따나 “지역 총파업을 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부다.” 이 때문에 정부와 기업주들은 발레오만도 등 경주지역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과 탄압을 강화해 왔다. 그때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강력한 연대투쟁으로 대응해 왔다.

일진베어링지회에 대한 사측의 공격도 이러한 과정의 일부다. 일진베어링지회 부지회장이자 금속노조 경주지부장을 역임한 피제소자는 당연히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연대투쟁으로 공격에 맞서야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을 탈퇴하라는 사측의 압박에 맞서 경주지부차원의 연대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피제소자는 사측과의 밀실협상을 진행하고 지회의 민주노총 탈퇴를 주도했다. 조직 파괴 행위이자 민주노조 사수라는 노동계급 운동의 규율을 어긴 것이다. 이광춘 위원장의 말처럼 “경주 지역 노동운동을 위축시키고, [정치적]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더구나 피제소자는 민주노조 파괴 행위에 이어 해당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경주시위원회의 제재 움직임에 불만을 품고 일신베어링지회 소속 당원 30여 명을 탈당시켰다. 자신은 탈당하지 않은 채 말이다.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해당 행위를 일삼은 피제소자를 당원에서 제명하는 것은 응당 해야 할 조처다. 당기위원회는 이런 행위를 일벌백계해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운동의 명예와 규율을 지키는 데 복무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앙당기위원회는 피제소자가 지회의 민주노총 탈퇴에 “적극 관여하였는지를 불문하고 ··· 다른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에 미칠 영향이 아무리 크고 부정적이라고 할지라도, 당과 민주노총은 서로 별개의 조직체이며 그 조직체 내부 문제에 대한 징계는 해당 조직 내부에서 해결함이 원칙”이기 때문에 2년 자격정지라는 도당 당기위원회의 징계조차 과하다고 결정했다. 심지어 징계를 기각해야 한다는 강력한 소수의견도 있었다는 소식은 아연실색케 한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별개의 조직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조직적 결의로 만들어졌고,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받으며, 그 핵심 조직기반을 민주노총에 두고 있는 엄연한 민주노총의 당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최근 민주노동당의 노동자 정당적 성격에 대한 우파적 공격과 압력에 타협해 민주노총과 거리 두기하고, ‘계급연합 정당’을 내세우며 국민참여당과의 통합을 밀어붙이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런 우경화 과정이 이번 중앙당기위원회의 결정에도 반영된 것이다.

민주노동당 현 지도부는 현대차비정규직 파업, 구미 KEC파업 등 노동조합 투쟁에서 적극적인 연대투쟁을 고무하고 조직하는 구실을 하기보다 민주당 등 부르주아 야당들과 함께 제3자적 중재자 행세를 해 파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적도 있다.

중앙당기위원회는 제명 거부도 모자라, 피제소인의 파괴적 행위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입은 경주시위원회에게 “감정적으로 과도하게 대응한 부분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 피제소인 및 일진베어링 소속 당원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옳고 그름과 경중을 가릴 줄 모르는 이런 엉터리 결정에 대해 경주시위원회 이광춘 위원장은 “불만스럽고, 많이 아쉬운 결정”이라고 탄식했다. 사실 이 정도의 비판조차 점잖게 느껴질 정도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원칙 있는 활동가들은 이번 당기위원회 결정을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