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은 역사에 남을 날이 됐다. 이날 무려 82개 국가 1천5백여 개 도시에 1백만여 명이 시위를 벌였다. 그들은 현 경제 시스템이 잘못됐고 그것을 바꾸고 싶다는 공통된 염원 아래 단결했다.

10월 15일 전세계적으로 벌어진 ‘99퍼센트 행동
1백만 명이 모인 스페인
지금의 세계 자본주의 위기는 ‘리콜’도 ‘애프터서비스’도 불가능하다. 대안 사회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한 때다.

9월 중순 미국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거하라’는 운동이 이날 국제 행동에 큰 영감을 줬다. ‘우리가 99퍼센트’라는 월가 점거 시위의 구호는 전 세계적 유행이 됐다.

월가 시위의 배경은 2008년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미국 등 각국 정부들은 수조 달러를 쏟아부어서 위기에 빠진 은행·기업·투기꾼을 구해 줬다. 

당시 전 세계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살던 집에서 쫓겨났으며, 복지는 삭감됐다. 이명박 정부도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 주는 한편, 용산 철거민과 쌍용차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경제 위기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최근 유로존의 재정·금융 위기와 세계경제의 더블딥 위기로 나타나고 있다.

이 시점에 세계 자본주의의 심장부인 월가를 점거한 젊은이들이 ‘왜 99퍼센트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1퍼센트의 부자들만 도와야 하느냐’ 하고 외치기 시작한 것이다.

자본주의를 제거하자

월가 점거 운동은 사실 지난 몇 년 동안 진행된 유럽 노동자 파업과 아랍 혁명 등 국제적 반란에서 불씨를 이어 받은 것이다.

‘아랍의 봄’에서 ‘미국의 가을’로 이어진 것이다.

10월 15일 한국에서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일본에서 캐나다까지, 타이완에서 아프리카까지, 사람들은 저항했다. 

로마에서는 20만 명이 참가한 격렬한 초대형 시위가 열렸고, 베를린에서는 4만여 명이 모여서 ‘자본주의를 제거하자’ 하고 외쳤다.

도쿄에서는 반자본주의 구호와 반핵 구호가 결합됐다.

스페인에서는 수십 개 도시에서 동시다발로 집회가 열렸다.

뉴욕에서는 월가 점령 시위의 노동자 연대 위원회가 조직한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전쟁을 멈추고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하면 재정적자를 해결할 수 있다” 하고 외쳤다.

이날 국제 공동 행동은 명확한 요구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운동이 전 세계에 광범하게 존재하는 분노를 결집시키고, 앞으로 더 많은 저항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명확하다.

한국에서도 이날 낮부터 여의도, 서울역, 대한문 등에서 ‘월가 점령 시위’에 연대하며 다양한 분노와 요구를 표출하는 시위와 행진이 열렸다. 

그리고 저녁에는 이 모든 사람들이 모여서 1천여 명이 참가한 ‘Occupy 서울 국제 행동의 날’ 시위가 열렸다. 갑자기 쏟아진 폭우와 돌풍도 사람들의 투지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레임덕 속에서 저항의 폭발을 두려워하는 이명박 정부는 시청 광장을 봉쇄하며 집회를 가로막았다. 이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의 참가가 가로막혔지만 집회는 매우 급진적인 열기로 넘쳤고 청년·학생들의 참가가 인상적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자본주의는 고장 났다”, “1퍼센트에게 세금을, 99퍼센트에게 복지를”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스페인에서 온 청년들도 “그리스 노동자 투쟁을 지지한다”, “혁명이 유일한 해법이다” 등의 구호를 쓴 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1퍼센트만을 대변하는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고, 1퍼센트만을 위한 한미FTA 비준을 저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됐다.

“아랍 혁명과 유럽 노동자 파업처럼 청년들의 저항과 노동자 투쟁을 결합시켜서 전 세계적 반란의 뜨거운 겨울을 만드는 데 앞장서자”는 주장도 나왔다.

체제와 정부를 폭로하고 비판하며 급진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발언들이 계속 이어졌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진보연대, 다함께 등 각종 사회단체들이 포함된 ‘99퍼센트의 행동 준비 회의’는 10월 22일에도 2차 집회를 열어서 이 운동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세계 자본주의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노동자·민중에 대한 공격이 강화되는 지금, 이 운동은 현 체제와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영감과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자본주의적이며 국제주의적인 이 운동을 확대·발전시켜 나가는 데 우리 모두 함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