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사회주의조직(ISO) 활동가이자 한국계 미국인인 크리스 킴이 〈레프트21〉에 미국 월가 점거 운동의 배경과 현황을 설명해 주는 글을 보내 왔다. 이 글은 지면 제약상 축약해 실은 것이다. 이 기고문 전문은 여기를 보시오.


9월 17일, 뉴욕 월가에 5백여 명이 모여들었다. ‘아랍의 봄’과 스페인 광장 점거 투쟁 등에 영향을 받은 ‘월가 점거’ 시위대는 “우리는 노조원, 학생, 교사, 노병, 실업자 그리고 비정규직이다. … 우리는 99퍼센트고 더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하고 선언했다.

시위대가 발행한 신문 <점거된 월스트리트 저널>을 들고 있는 월가 점거 시위자

시위대는 주코티 공원에서 시위를 시작하며 그 공원 이름을 ‘자유 광장’으로 바꿨다. 그리고 매일 총회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토론하며 점거를 유지하고 있다.  

9월 21일 누명을 쓴 트로이 데이비스의 사형이 집행되자 1천여 명이 자유 광장에서 월가 점거 시위대들과 함께 “우리는 모두 트로이 데이비스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월가 점거 시위대는 또 44일동안 파업을 해서 승리한 보트하우스 레스토랑 노동자들과 연대했고, 뉴욕 시립대학 학부노조·조교들의 시위, 우편 서비스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요구 시위에도 연대하고 있다.

월가 점거가 전국적 초점이 된 계기는 9월 24일이었다. 이날 시위대 중 80명이 체포됐고, 경찰들의 야만적인 폭력은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퍼져나갔다. 이것은 사람들의 분노와 정의감을 자극했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시위에 참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그후 점령 참여자는 약 5천 명으로 늘었고 유명한 작가들이나 활동가들도 이 시위에 참석해 지지와 연대를 보냈으며 운송노동자연합(TWU), 팀스터스 노조, 세계산업노동자동맹(IWW)같은 노동조합들도 지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미국 52개 미국 도시에서 “점령” 계획을 선언하거나 실천하기 시작했다. 시위자들의 경험과 쟁점들을 다루는 〈점령된 월스트리트 저널〉이라는 신문도 새롭게 나왔다. 

시위대들의 행진 뒤에는 항상 길거리와 가게에서 환호와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고, 차 안에서 격려의 경적을 눌러주는 모습도 보인다. 

결국 침묵을 지켜 왔던 주류언론들도 취재를 하기 시작했다. 〈뉴요커〉는 시위대를 비웃으며 “시위자들은 하나같이 게으름뱅이들, 히피들”이라고 썼지만, 실제로 월가 점거자들은 청년 실업률 48.8퍼센트, 전체 실업률 9.1퍼센트 속에서 고통을 겪다가 투쟁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미국철강노동자노조(USW) 의장 레오 게라드는 월가 점거와 노동계급이 공통된 이익과 분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하고 있는 용감한 이들[은] … 많은 사람들을 대변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고통을 준 기업들의 탐욕, 부패, 오만함에 우리는 이제 참을 수 없다.”  

노동운동의 새 바람

물론 미국의 노동조합은 몇십 년 동안 민주당에 종속돼 왔고 좌파들은 약화되고 분열해 왔다. 그래서 이집트나 그리스의 투쟁과 비교할 때 인내심을 갖고 더욱 철저히 조직하며 투쟁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99퍼센트”의 고통과 분노에서 일어나는 이 저항은 새로운 계급의식의 발전을 고무하고 더욱 체계적이고 강력한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미국의 주류언론들은 ‘월가 점거’가 다른 투쟁들과 연속성 없이 어디선가 갑자기 폭발한 것처럼 보도한다. 하지만 이것은 미국 노동운동의 새바람과 연관돼 있다.  

미국의 노동운동은 1934년 이후 총파업이 단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약화돼 왔다. 

그러나 올해 초 이집트 혁명의 영감을 받아서 2월에는 위스콘신주에서 반노조법에 항의해 노동자, 학생, 시민 5천여 명이 주의회 점거 투쟁을 벌였다. 

8월에도 버라이즌 사의 임금 삭감과 반노조적 계약에 반대한 노동자 4만 5천 명이 파업을 벌여 미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할 수 있다. 버라이즌과 관계된 물건의 운반을 전면 거부한 UPS[미국 화물 운반 회사] 노동자들의 연대도 인상적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뉴욕 롱 아일랜드 대학 교사들의 시위, 몇 주 동안 계속되는 하얏트 호텔 노동자들의 파업, 그리고 전국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미국 우편 서비스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한 저항 등 지난해까지만 해도 보기 힘들었던 노동자 투쟁의 바람이 미국을 휩쓸고 있다. 

‘월가 점거’는 바로 이런 새로운 노동운동의 바람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이윤을 위한 긴축정책에 맞서 싸우고 있는 점령 운동은 점점 미국의 노동자들과의 연대 투쟁으로 나아가고 있다. 해고 등에 맞서는 노동자들과 점령 시위대가 연대하는 양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월가 점거 시위대와 노동자들의 연대를 제일 강하고 뜨겁게 보여 준 것은 10월 5일 맨해튼에서였다.  

고통과 분노

이날 여러 대표적인 노동조합들의 참여 속에 노동자·학생·실업자 등 2만여 명이 단결해 행진한 것은 ‘월가 점거’가 단순히 “히피들의 축제”가 아니며, 수많은 노동자들이 고통과 분노를 공감하며 함께 대안을 갈망한다는 것을 보여 줬다. 

특히 10월 1일 경찰이 브루클린 다리에서 7백여 명을 체포하며 4일 후에 있을 대규모 시위를 위축시키려 했던 것을 볼때 10월 5일에 사람들이 보여 준 참가율과 투지는 큰 의미가 있었다.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한 여성 참가자는 “이 정도로는 안 된다.  나는 저들이 두렵지않다.  저들의 폭행은 내가 더욱 이 시위에 참가할 이유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바루치 대학 영문과 교수이며 노동운동가인 제키 디 살보는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전반적으로 노동계급에 속해 있다. 이 젊은이들은 실직됐고,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도 적게 받고,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기에 별 어려움 없이 자신을 노동운동과 동일시한다.  많은 이들은 자기 일터에 노조가 있길 원한다.” 

실제로 이들은 다인종·다문화적 배경의 노동계급이며 ‘오바마가 사회주의자’라는 황당한 헛소리에 젖어 있지도 않고 기업 이윤과 전쟁의 연관성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국제적인 연대 속에 계속 커져 가는 이 저항 속에는 평소에 정치에 관심도 없었고 시위에 참여해 보지 못했지만 공화당·민주당 같은 친기업 정당들로 오염된 미국 정치에 지칠대로 지친 사람들이 많다. 이들이 급진화하면서 저항에 참여하고 있다. 

점거 운동과 노동운동의 단결은 “99퍼센트”의 계급적 기반을 바탕으로 한 투쟁으로 발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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