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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과 식품 위기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면서 또다시 광우병 파동이 세계를 휩쓸고 있다.

특히 지난 1990년대에 유럽의 광우병 때문에 주로 미국산 소를 수입해 온 아시아 나라들이 그 한복판에 놓이게 됐다. 한국은 미국산 쇠고기를 세번째로 많이 수입하는 나라다.

여러 국가가 수입금지 조치를 발표하자 미국 정부는 뻔뻔스럽게도 일본과 한국에 대표단을 보내 수입 재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광우병에 대한 WTO의 명확한 규제 조항이 없는 상황에서 지난 10여 년간 광우병 감염 지역의 소에 대한 강력한 수입 규제 조치를 주도해 온 국가는 다름 아닌 미국이다.

미국산 수입 쇠고기는 국내 쇠고기 소비량의 44퍼센트를 차지한다. 그리고 쇠고기는 스테이크나 불고기뿐 아니라 햄버거와 각종 소세지, 햄 등의 주원료다. 또, 각종 육수의 원료와 라면 같은 인스턴트 식품, 조미료, 화장품, 심지어 의약품에도 소의 일부가 들어간다.

이렇게 광범하게 사용되는 쇠고기와 그 부산물 중 극히 일부만이 세관의 통관 절차에 묶여 있을 뿐 대부분은 이미 시장에 유통되고 있다. 게다가 정부는 이 고기들이 어디에 얼마만큼 사용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조미료 회사인 CJ는 수입 쇠고기를 사용해 만든 조미료(다시다)에 대해 “제품을 회수할 계획은 없”고 “정부도 유통을 규제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했다.

4년 전 광우병 파동이 일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과 이 나라 정부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안전한 쇠고기?

미국 정부는 광우병에 걸린 홀스타인 젖소가 캐나다에서 수입된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엉터리 근거에 기초한 것이었다. 그 소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있지만 이것조차 사실인지 분명하지 않다.

또, 미국 정부는 수백만 마리 중에 광우병에 걸린 소는 단 한 마리만 발견됐으므로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심한 병을 앓는 소들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광우병 감염 조사를 실시해 왔다.”

또, 지난 2월 미국 농무부 산하 식품안전검사국(FSIS)도 지난해 출하된 쇠고기와 분골기계에서 채취한 샘플의 약 35퍼센트에서 “나와서는 안 될 신경조직”이 검출됐다고 보고한 바 있다.

광우병의 원인 물질을 밝혀내 노벨상을 받은 스탠리 프루시너 교수는 당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견되지 않은 이유는 단지 농무부 수의국이 검사한 수가 너무 적었기 때문이라며 더 많은 수를 검사했다면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내 식품관련 소비자 단체인 팜 생추어리는 “단 5분 안에 끝나는 기존 검사 방식으로는 광우병 여부를 밝혀 내기 어렵다”며 지난 2001년부터 미국 정부를 상대로 검역을 확대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이런 미국 쇠고기를 수입할 때 “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전혀 광우병 검사를 하지 않는다.

한국산 소(한우)도 광우병에서 안전하지 않다. 광우병 전염의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진 동물성 사료의 유통 제한 조치는 2001년 6월에야 만들어졌다.

1998∼1999년에 정부는 소 3백여 마리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키운 뒤 도축해 전국에 판매했고 그 뒤 동물성 사료를 축산 농가에 대량 공급했다.

국립보건원은 우리 나라에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 환자가 한 명도 없다며 우리 나라가 광우병 위험 지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나 2003년에만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 환자가 18명 발생했다.

충격적이게도, 지난 12월 28일 런던대학 신경학 연구소 학자들은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를 먹으면 이른바 인간광우병인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뿐 아니라 산발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에도 걸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식품 위기와 자본주의

사스, 조류독감에 이은 광우병 파동은 우리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모종의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2003년 봄에 사스가 처음 발견됐을 때 중국 정부는 5개월 동안 그 사실을 숨겼다. 중국 남부 지방에 집중된 외국인 투자 자본이 빠져나갈 것을 염려해서였다. 그 결과 이 병이 1만 명 넘는 사람들에게 전염되고 독감보다 낮은 치사율을 가진 사스로 1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죽었다.

영국 정부는 1986년부터 10여 년 동안 광우병이 인간에게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숨겼다. 연간 수백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영국 축산업자들의 이윤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 기간 동안 영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1백50여 명이 광우병으로 죽었고 그 병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이런 비극은 비교적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막을 수 있다. 영국은 쇠고기 유통을 일시적으로 금지하고 검역을 강화해 광우병이 급속히 줄어들었다. 연간 평균 1만 건이 넘던 발병율이 이제는 일년에 몇 건 정도만 보고되고 있다.

미국의 쇠고기 판매액은 연간 1천7백50억 달러로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 정부와 축산업자들이 쉽사리 이 거대한 부를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이 있을지라도 말이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나 ‘프리온’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소수의 부자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정부, 그리고 인간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이 체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