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월가 점령 시위’를 맞아, 〈레프트21〉이 주최한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전 세계적 반란이 시작됐는가’ 토론회가 10월 21일 향린교회에서 개최했다.(▶다시 보기)

21일 오후 서울 중구 향린교회에서 <레프트21>주최로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위 부위원장이 연사로 참여한 ‘경제 위기 고통전가에 맞선 전 세계적 반란이 시작됐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위 부위원장이 연사로 참여한 이 토론회에는 금요일 저녁임에도 2백여 명이 참가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먼저 연사로 나선 우석균 정책실장은 이번 국제 행동이 2011년 초에 일어난 아랍혁명과 유럽의 긴축 반대 투쟁 등에서 영감을 받아 일어났다는 점을 지적했다. “2008년 위기 이후 미국 2조 달러, 유럽 1조 달러를 투입해 은행과 기업을 구제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임금·복지 삭감으로 이 대가를 져야”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중심국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1퍼센트가 아니라 99퍼센트가 주인이다’ 하고 외치는 모습이 〈9시뉴스〉 톱뉴스에 나오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사람들 사이에서 반자본주의 정서가 광범하게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 정책실장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는 집값을 담보로 지탱되던 미국의 소비가 붕괴되면서 전 세계를 지탱하는 체제가 붕괴했다는 것을 뜻한다”며 “이번 월가 점령 시위를 1968년과 많이 비교하는데 경제 상황은 1930년대와 비슷해 위기가 훨씬 심각하다” 하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운동이 더욱 발전하려면 노동자 운동의 참여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968년에 가장 크게 사회를 바꾼 곳은 바로 노동운동과 청년·학생이 만난 곳이었다. 프랑스 운동이 바로 그랬다. 또, 촘스키가 지적했듯이 아랍에서 혁명이 가장 성공적인 나라는 노동운동이 강력한 곳이었다.”

끝으로 진보진영이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월가 시위에서 지젝이 정확하게 지적한 것처럼 ‘우리가 원치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 대안은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이태호 사무처장은 지난 20여 년간의 변화를 설명하면서 발제를 시작했다.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이 시대에 반부패, 환경, 여성, 군축 등 다양한 의제가 발전하면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특히 1999년 시애틀 시위가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극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민주주의와 시장의 갈등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미국 월가 시위와 비슷한 운동이 이미 벌어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진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희망버스나 등록금 투쟁을 벌이는 학생들에게 먹을 것을 사주며 지지하는 감동적인 일들은 한국에서도 있었던 일이다.”

또, “운동을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운동의 성격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밝히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렇다면 월가 점령 시위는 민주주의 운동인가, 반자본주의 운동인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 이런 점에서 10월 15일 1차 국제 행동에 대해 평가할 점이 있다. 우리가 내놓는 메시지가 과연 99퍼센트가 동의할 만한 것이었나 하는 점이다.”

급진적인 구호

주제준 한국진보연대 정책위 부위원장

 주제준 부위원장은 “한국은 대외의존도가 90퍼센트에 이르는 나라다. 따라서 세계적인 경기 변동에 민감하다. 여기에 한국 GDP의 17퍼센트를 차지하는 건설 경기를 보면 한국 경제 상황을 대략 파악할 수 있다”며 유럽·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위기에 빠질 수 있어, “내년에는 경제 위기가 더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한국은 개인부채가 너무 많고 물가는 급등하고 있어 실질임금이 삭감되는 등 노동자·민중의 삶도 크게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국의 투쟁 수준이 그리스나 미국의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진보진영이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7년과 2002년은 한국에서 광범위한 대중투쟁이 일어났던 때다. 그런데 이때는 대선이 있던 시기로 지배자들의 레임덕 시기이기도 했다”며 활동가들이 어떻게 운동을 건설하느냐에 따라 대중적 운동이 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한미FTA 반대 운동에 활동가들이 적극 개입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끝으로 주 부위원장은 진보진영이 좀더 급진적인 구호를 내걸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장 선거를 시작하고 보니, 박원순 후보의 복지 정책이 [나경원에 비해] 별로 급진적이지 않아서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분석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진 플로어 토론에서 한 참가자는 “국제적인 시위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제 위기가 매우 심각하고 장기간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활동가들이 운동을 적극적으로 조직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수 언론들은 한국에서 벌어진 국제 행동을 ‘좌파가 주도해서 변질하고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노조가 대규모로 개입하면서 확대될 수 있었다” 하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청중토론도 활발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2008년에도 [촛불] 운동이 발전하면서 의제가 확장됐다. 민주주의냐 반자본주의냐를 대립시킬 필요가 없다”면서 “대중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책 대안뿐 아니라 개방적이면서도 급진적 요구를 진보진영이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하고 주장했다.

최영준 ‘99% 준비회의’ 준비팀장은 “10월 15일 국제 행동을 준비하는데 언론사 기자들이 먼저 ‘반자본주의 시위죠?’ 하고 묻더라. 공중파에서도 레이건·대처 이후 추진된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며 ‘Occupy 서울’ 운동도 반자본주의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모든 발언자들은 2차 국제 행동 시위에 참가하자고 호소했고, 이 운동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서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이나 한미FTA 반대 투쟁에도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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