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의 좌파 정부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대안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기대를 모아 왔다. 에보 모랄레스가 볼리비아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대중운동을 대변할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근래 모랄레스의 말과 실천 사이의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8월, 원주민 4천 명은 이시보로 세쿠레 국립공원에서 행진을 시작했다. 이 지역은 볼리비아 동부에 있는 아마존 보존 지구로서 ‘원주민 보호구역과 이시보로 국립공원(TIPINIS)’으로 불린다.

여러 달 동안 계속된 이 행진의 대열은 곧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의 대통령궁 옆에 집결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대열 수가 크게 불어나 수만 명을 헤아릴 것이다. 노조원, 학생, 원주민, 공동체와 좌파 조직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부관’ 구실을 하며 숲을 파괴하는 모랄레스를 풍자하는 시위대

이 행진은 전국적인 저항의 초점이 됐다. 이 운동은 모랄레스에게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모랄레스는, 2000년 초 라틴아메리카를 휩쓴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원주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운동 덕분에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모랄레스와 그와 비슷한 몇몇 사람들은 라틴아메리카와 세계에서 희망의 등불이 됐다.

모랄레스는 안데스 산맥의 광부 집안에서 태어났고 원주민 언어(케추아)를 쓰며 자라났다. 광산업이 기울자 그들은 토지를 얻어 코카를 경작하기 시작했다. 모랄레스는 코카 재배 농민 조직의 리더가 됐다.

모랄레스가 대통령에 당선한 것은 2000년 코차밤바 시에서 시작돼 여러 해 동안 지속된 대중 투쟁의 결과였다.

2000년 볼리비아 정부가 코차밤바 시의 상수도 시설을 사유화해 벡텔에 팔려 하자 지역 조직들이 단결해 저항에 나섰다. 지역 주민들이 승리하면서 코차밤바의 물은 다시 공공의 통제를 받게 됐다.

2년 뒤 원주민이 주민의 다수인 엘알토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다국적 수자원 기업 수에즈와 정부가 사유화 계약을 맺었지만 마찬가지로 항의 시위, 점거, 파업이 벌어지면서 사유화가 중단됐다.

대개 원주민 조직들이 주도한 이런 운동들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민중 의회들은 원유와 천연가스의 국유화를 포함한 중요 요구들을 제시했다. 그들은 IMF와 세계은행의 감독 아래 원유와 천연가스의 이윤을 해외 다국적기업들한테 넘길 것이 아니라  급격히 하락한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선출

모랄레스가 2006년 대통령으로 선출됐을 때 그는 지지자들의 오랜 숙원들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볼리비아의 부를 기업의 손에서 환수해 대다수 민중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랄레스는 이전 대통령들과는 달라 보였다. 특히, 미국식 억양으로 스페인어를 말하는 전 대통령 고니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모랄레스의 당선은 민중이 거둔 승리였다.

2008년 이른바 ‘반달’(半月) 지역, 즉 부유한 동부 지역의 대지주와 기업 들이 볼리비아에서 분리 독립하려 했을 때, 모랄레스 정부를 방어하고 우파들의 공격을 좌절시킨 것도 바로 대중 운동이었다.

2009년 모랄레스 정부가 제정한 새로운 헌법의 핵심 내용은 원주민 부족들이 전통적으로 경작해 온 토지에 대해 집단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것이었다. 5백년에 걸친 식민화와 경제적 종속 때문에 그동안 이 권리가 부정됐다.

헌법에는 또한 ‘어머니 지구’, 즉 ‘파차마마’의 권리도 포함됐는데 이는 국제 환경 운동이 환영할 만한 것이었다.

이것은 단지 자연과 조화롭게 공존하는 문화를 인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다국적 기업들이 천연자원을 훼손하지 못하도록 보장할 의무를 인정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랄레스는 다국적 기업들이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을 허가했다. 그는 헌법에 보장된 내용과는 달리 그곳 원주민들의 의사를 사전에 묻지도 않았다. 

대규모 고속도로를 건설하기로 한 것은 지역 주민한테 혜택을 주려는 것이 아니라 석유·가스·광산 다국적기업들이 아마존 지역에 접근하는 것을 더 쉽게 해주기 위해서였다.

몇 해 전 세계은행이 계획한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이른바 ‘대양횡단 통로’를 건설하는 것이 이 도로 건설의 목표였다.

이 도로 건설 사업에서 주로 이득을 얻는 것은 브라질 기업들이다. 브라질은 세계에서 8번째 경제 대국이며 건설 재벌 오아스를 포함해 여러 다국적기업들의 본사가 있다.

오아스는 표준 건설 가격의 두 배에 이르는 가격으로 도로를 건설하는 계약을 맺었다. 건설 비용은 킬로미터당 13억 달러며 총 구간은 6백 킬로미터다. 8월 30일, 오아스는 영향력 있는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의 볼리비아 방문을 주선하기도 했다. 모랄레스는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원주민들의 행진은 이미 2주 전에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대중의 격렬한 저항으로 휘발유 가격을 83퍼센트나 인상하려는 모랄레스 정부의 시도가 좌절된 바 있었다. 이것은 곧 다가올 상황의 전조였다.

8월에 모랄레스는 행진 참가자들을 공격했다. 이 저항이 ‘외국 세력의 이해관계에 좌우되고 있고 발전을 정체시킨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대통령 뒤에서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부통령 가르시아 리네라는 이 비난에 맞장구를 쳤다.

물론 [해외 단체의 지원을 받는] 일부 NGO와 종교 단체들도 각자 자기 이해관계 때문에 이 행진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쓰디쓴 진실은 모랄레스가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같은 다국적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했다는 것이다. 사실 최근 대형 외국 광산 회사들과 리튬과 우라늄 체굴 계약을 맺은 것은 모랄레스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외국 세력의 이해관계에 좌우되는 것은 과연 누구인가?

시위대가 유큐모에 도달했을 때 진실이 밝혀졌다. 모랄레스의 조직인 사회주의운동당(MAS)은 코카 재배 농민 2백 명을 몽둥이와 다이너마이트로 무장시켜 행진을 가로막으려 했다.

이 공격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다쳤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뛰어들어 행진 참가자 2백70명을 연행했다.

극적인

이 사건은 즉각적으로 여파를 낳았다. 인근의 두 마을 산 보르하와 루레나바케의 주민들이 연행자 호송 차량을 가로막았고 행진 대열에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했다.

정부의 야만적인 공격 소식은 금방 퍼졌다. 내무장관 사차 요렌테는 텔레비전에서 진압을 옹호한 뒤 사임했다. 국방부장관 세실리아 차콘은 항의의 표시로 사임했다.

공격이 발생한 지 28시간이 지나서야 모랄레스는 경찰 공격 중단을 명령했다. 또, 그는 자신이 공격 명령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발표했다. 모랄레스가 군 최고통수권자이자 볼리비아 경찰의 수장인데도 말이다. 그의 말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는 국민투표 전까지 도로 건설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매우 분명하게 두 가지 결론 — 찬성과 찬성 — 밖에 없다고 말했다. 

TIPNIS 행진은 전환점이었다. 그 행진으로 모랄레스가 말한 ‘대안적인 발전 모델’은 한낱 미사여구일 뿐 현실에서는 신자유주의가 여전히 지배적이란 점이 드러났다.

모랄레스 정권은 전임 정권들처럼 국제 자본과 민중 사이에서 중재자 구실을 해 왔다. 어느 원주민 지도자는 그를 일컬어 “다국적기업의 부관”이라 불렀다.

그러나 모랄레스를 권좌에 올린 운동의 목표는 사회를 바꾸고 오랫동안 자기 삶을 통제하지 못해 온 사람들에게 사회정의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민중은 발전을 원했지, 이렇게 재난을 가져오는 자본주의적 발전을 바란 것은 아니었다. 지금 모랄레스와 리네라는 자본주의적 발전을 여전히 강력하게 옹호하고 있다.

출처: 영국의 혁명적 좌파 신문 <소셜리스트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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